이번에도 뼈아픈 실수를 저지르며 동점골을 내줬다. 지난 19일(아래 한국시각) 호주전에서의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단 2분 만에 귀중한 결승골을 뽑아내며 한숨을 돌렸고, 종료 직전 추가 시간에 멋진 쐐기골까지 뽑아내며 활짝 웃었다. 축구로 입은 상처는 축구로 씻어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을 어린 선수들이 깨달은 날이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19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2일 오후 9시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있는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 C조 요르단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3-1로 완승을 거두고 조 선두에 올랐다.

출발 좋았지만 '실수 트라우마'가 발목 잡아
 
 U-19 축구대표팀이 '2018 AFC U-19 챔피언십'을 앞두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U-19 축구대표팀이 '2018 AFC U-19 챔피언십'을 앞두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연합뉴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시작 후 3분 만에 선취골을 얻어냈다. 뭔가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경쾌한 골이었다.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높게 뜬 공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이재익이 왼발로 다시 걷어올렸고 반대쪽에서 골잡이 조영욱이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조영욱 바로 앞에 요르단 미드필더 알-쿠자가 몸싸움을 걸었지만 공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알고 간결하게 방향을 바꾼 조영욱의 감각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골키퍼 알 파크홀리는 몸 한 번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날아들어가는 공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이후에도 한국은 공격 주도권을 쥐고 선취골 주인공 조영욱을 중심으로 추가골 기회를 적극 노렸다. 지난 번 호주와의 경기에서 여러 차례 얻은 추가골 기회를 모두 놓치는 바람에 승점 2점이 날아가버린 회한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전도 중반을 넘어설 때 한국의 승리를 확신하게 해 주는 변수가 생겼다. 74분에 요르단의 오른쪽 수비수 유세프 아부알야자르가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며 퇴장당했기 때문이다. 먼저 받은 노란딱지가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니었기에 한국의 왼쪽 윙백 최준을 향해 들어간 아부알야자르의 거친 태클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쯤이면 한국의 경쾌한 승리 흐름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단 3분 만에 실수 트라우마가 또 한 번 그들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왼발잡이 수비수 이재익의 어정쩡한 백 패스가 77분에 오마르 하니의 동점골을 만들어준 꼴이 되고 말았다. 호주와의 첫 경기 종료 직전에 최민수 골키퍼의 뼈아픈 실수로 동점골을 내준 장면이 오버랩됐다. 실수 트라우마가 이 어린 선수들을 심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듯했다.

2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잡다

분명하게도 축구는 상대 팀, 선수들의 실수를 이끌어내야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상대성 강한 스포츠다.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경기중 저지르는 실수는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 정도 패스 실수는 일도 아닌 셈이다. 

문제는 실수 이후의 경기력 회복이다. 축구 팀의 생명력, 경쟁력은 바로 거기에서 나온다. 그 지점에서 고개를 푹 숙인 것도 모자라 무릎까지 꺾이느냐, 아니면 손 짚고 일어나서 짱짱한 생명력을 다시 회복하느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은 단 2분 만에 거짓말처럼 조금 전 실수를 지워버릴 정도로 재치있는 추가골을 뽑아냈다. 79분에 후반전 교체 선수 구본철이 얻어낸 프리킥을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빠르게 처리하여 전세진의 완벽한 골을 도운 것이다. 요르단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려진 틈을 제대로 역이용한 구본철의 재치가 돋보였다.

요르단 선수들은 프리킥으로 경기를 다시 시작하는 한국 선수들이 규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무드 본야디파드(이란) 주심이 따로 경기 재개를 위해 기다리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경기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규칙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적극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

이렇게 한숨을 돌린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 추가 시간 5분이 표시되고 2분쯤 지나서 또 한 명의 교체 선수 임재혁이 재치있게 방향을 바꾸는 드리블과 정확한 얼리 크로스로 최준의 오른발 밀어넣기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승점 3점(1-0), 승점 1점(1-1), 승점 3점(2-1, 3-1)'으로 이어진 경기 양상이 말해주는 것처럼 축구장은 종종 아찔한 놀이기구가 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경기 흐름에 얼마나 정확하게 대처하면서 최대한 축구 지능을 발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축구장의 승점을 좌우한다는 교훈을 우리 선수들이 또 한 번 깨달은 셈이다. 축구 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실수를 최소화하고 생명력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25일(목) 오후 9시 같은 장소에서 최하위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베트남과 세 번째 경기를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으로 치르게 됐다.

2018 AFC 19세 이하 챔피언십 C조 결과
(22일 오후 9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인도네시아 브카시)

★ 한국 3-1 요르단 [득점 : 조영욱(3분,도움-이재익), 전세진(79분,도움-구본철), 최준(90+2분,도움-임재혁) / 오마르 하니(77분)]

한국 선수들
FW : 전세진, 조영욱(86분↔임재혁), 엄원상
MF : 최준, 정호진(68분↔구본철), 고재현, 김재성
DF : 이재익, 이지솔(58분↔김현우), 황태현
GK : 이광연

경기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57.6%, 요르단 42.4%
유효 슛 : 한국 6개, 요르단 4개
슛 : 한국 11개(박스 안 7개), 요르단 10개(박스 안 6개)
코너킥 : 한국 5개, 요르단 2개
가로채기 : 한국 15개, 요르단 20개
오프사이드 : 한국 1개, 요르단 1개
패스 : 한국 475개, 요르단 346개
롱 패스 : 한국 53개, 요르단 60개
패스 성공률 : 한국 82.1%, 요르단 76%
크로스 : 한국 12개, 요르단 16개
크로스 성공률 : 한국 8.3%, 요르단 12.5%
파울 : 한국 14개, 요르단 16개
태클 : 한국 19개, 요르단 20개
태클 성공률 : 한국 63.2%, 요르단 60%
경고 : 한국 장 0장, 요르단 5장(45+2분 알 파크호리, 61분 아부알야자르, 64분 오마르 하니, 74분 아부알야자르, 90+5분 이브라힘 사미)
퇴장 : 한국 0장, 요르단 1장(74분 아부알야자르)

C조 현재 순위
1 한국 4점 1승 1무 4득점 2실점 +2
2 호주 4점 1승 1무 3득점 2실점 +1
3 요르단 3점 1승 1패 3득점 4실점 -1
4 베트남 0점 2패 2득점 4실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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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U-19 챔피언십 U-20 월드컵 정정용 조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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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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