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스페인 라리가의 초반 판도가 심상치 않다. 시즌 초반부터 굳건했던 '3강 구도'가 깨졌다. 새로운 도전자들이 여기저기서 난립하는 형국이다.

지난 주말 소수의 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팀들이 2018-2019 라리가 9라운드 경기를 가졌다. 경기 결과에 따라 급격한 순위 변동이 있었다. 아직 리그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라리가 순위표는 생소한 모습이다.

'3강 구도' 깨진 라리가, 새로운 도전자로 부상한 이들은...

일단 마드리드의 강호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아래 ATM)의 부진이 눈에 띈다. ATM은 승점 16점(4승 4무 1패)에 그치며 리그 5위에 위치 중이고, 레알은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지며 7위(승점 14점, 4승 2무 3패)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마드리드의 두 팀이 주춤한 사이 다른 클럽들이 약진했다. 지난 주말 비야레알전 승리로 RCD 에스파뇰이 리그 2위로 올라섰고, 그 뒤를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와 세비야 FC가 추격하고 있다. FC 바르셀로나(아래 바르사)가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리그 6위 레알 바야돌리드와 승점 차이가 고작 3점에 불과하다. 대혼돈에 빠진 라리가의 초반 흐름이다.

낯선 순위표의 모습만큼이나 득점왕 경쟁 구도도 새롭다. 현재 라리가의 다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선수는 지로나FC의 크리스티안 스투아니다. 지난 시즌 라리가에서만 21골을 터뜨린 스투아니의 득점력은 이번 시즌에도 날카롭다. 현재 8경기에 나선 스투아니는 8골을 잡아냈다. 단 15개의 슈팅만으로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이번 시즌 세비야로 이적한 안드레 실바의 득점력도 흥미롭다. 지난 시즌 AC밀란 소속으로 리그에서 단 2골에 그쳤던 실바는 라리가에서는 7골을 뽑아내며 완전히 다른 선수처럼 활약 중이다. 데뷔전에 해트트릭을 작렬하는 등 단기간에 스페인 무대에 적응한 모습이다.
 
'마드리드 더비' 1-1 무승부  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이날 '마드리드 더비'는 레알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아틀레티코의 그리즈만이 각각 1골씩 기록하면서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승점 1점 확보에 그친 레알은 19승 7무 5패(승점 64)를 기록하며 리그 4위로 내려앉았다. 아틀레티코는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앙투안 그리즈만 ⓒ EPA/연합뉴스


레반테 UD의 돌풍의 중심 로저 마르티와 셀타 비고의 부동의 에이스 이아고 아스파스도 각각 5골씩을 신고하며 득점왕에 도전하고 있다. 세비야의 벤 예데르도 5골을 성공시켰다. 아직 터지지 않았지만 바르사의 루이스 수아레스와 레알의 가레스 베일, ATM의 앙투안 그리즈만과 디에고 코스타도 언제든 득점왕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인물들이다. 쉽게 예측할 수 없는 2018-2019 시즌 라리가 득점왕 경쟁이다.

여전히 강력한 후보 메시... 집중력 분산이 변수

혼란스러운 라리가 득점왕 경쟁이지만 지난 시즌 피치치(라리가 득점왕에게 수여되는 상)를 거머쥔 바르사의 리오넬 메시는 현재까지 7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입이 떡 벌어지는 드리블과 한 템포 빠른 왼발 슈팅으로 골을 만들고 있는 메시다.

메시는 라리가의 모든 득점 대기록을 보유한 선수다. 적어도 라리가에서 메시보다 편하게 골을 창조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지금 메시가 득점 2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종국에는 메시에게 피피치가 향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마침 경쟁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이탈리아 무대로 떠난 상황이다.

언제나 다득점을 원하는 바르사의 경기 스타일도 플러스 요인이다. 최근 10시즌 간 7번이라 리그 타이틀을 획득한 바르사는 단순히 승리를 넘어 모든 경기에서 많은 골을 넣길 원한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무게가 강하게 실린다. 경쟁 공격수들에 비해 메시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은 메시가 사상 6번째 피피치를 수상하는 시즌이 될까. 물론 가능성이 높지만 변수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변수는 메시의 부상 여부다. 올해로 만 31세가 된 메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부상의 위험과 빈도는 증대하기 마련이다.
 
 골을 넣고 기뻐하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 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주말 있었던 세비야와 경기에서 메시는 오른쪽 팔목 부근의 요골 골절 부상을 당했다. 당장 3주 정도의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많은 경기에 뛰지 못할 수록 득점의 숫자가 떨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비록 메시가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세비야전과 같은 불운이 다시 한 번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메시가 바르사에서 맡고 있는 임무도 큰 변수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 지휘 아래에서 메시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 다양함을 넘어선 과도한 임무 부담이다. 매 경기 메시는 슈팅 시도를 비롯해 드리블 돌파, 패스 공급 및 경기 조율을 담당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중원까지 내려와 점유율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심지어 올 시즌에는 전방 압박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득점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메시 의존증'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공격 작업에 참여해야 하는 메시의 현 위치다. 뛰어난 득점 감각을 지녔음에도 최근 메시가 압도적으로 득점의 숫자를 늘릴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새로운 도전자들의 등장과 팀 사정상 득점에만 올인할 수 없는 메시. 순위 경쟁만큼이나 흥미로운 라리가 득점왕 싸움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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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_득점왕 혼돈 메시 피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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