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1로 승리를 거둔 LG 트윈스의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8.9.27

2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1로 승리를 거둔 LG 트윈스의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8.9.27 ⓒ 연합뉴스

 
LG 트윈스가 가혹한 시즌 막판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월 19일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리며 2위까지 치고 올라왔던 LG는 후반기 50경기에서 17승33패(승률 .340)로 무너지며 롯데 자이언츠에 반 경기 뒤진 8위까지 미끄러졌다. 가을야구는 물론이고 내심 16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꿈꿨던 LG로선 상상하기도 싫었던 악몽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특히 같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한 지붕 두 가족' 두산 베어스에 작년 시즌 막판부터 당한 17연패 수모는 부끄럽다 못해 치욕적이다. 만약 LG가 오는 6일 두산과의 정규시즌 최종전마저 패한다면 프로야구 원년의 삼미 슈퍼스타즈에 이어 역대 2번째로 특정팀에 시즌 전패를 당하는 팀으로 기록된다. 그 상대가 '잠실 라이벌'임을 자처하던 두산이기에 LG가 느낄 패배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LG 부동의 주전 유격수 오지환에게도 2018년은 잊지 못할 한 해가 되고 있다. 타율 .281 11홈런 70타점 91득점 10도루로 상당히 준수한 시즌을 보냈음에도 병역 특례 논란으로 야구 팬들에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마음고생이 심한 오지환은 지난 9월 29일 또 하나의 불명예 기록을 작성했다. 바로 만28세 6개월 8일이라는 역대 가장 어린 나이에 통산 1000번째 삼진을 기록한 것이다.

'성장통'으로 넘어가기엔 너무 많았던 오지환의 삼진 개수

90년대를 대표하던 걸출한 유격수 유지현이 2002년을 끝으로 하향세를 보이면서 LG는 유격수 부재에 시달렸다. 성남고 시절부터 '천재 유격수'로 불리던 박경수(kt위즈)는 잦은 부상 속에 기대 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권병장' 권용관도 박진만, 손시헌(NC다이노스) 등 리그 정상급 유격수들과 비교하기엔 한계가 뚜렷했다. 따라서 2009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청소년 대표 출신의 오지환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루키 시즌 1군에서 5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던 오지환은 박종훈 감독(한화 이글스 단장)이 부임한 2010년부터 LG의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다. 오지환은 주전 도약 첫 해 13홈런 61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137삼진 27실책으로 삼진왕과 실책왕이라는 불명예도 함께 얻었다. 하지만 이는 오지환이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라 여겼기에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오지환은 2012년에도 122개의 삼진을 당하며 삼진 1위에 올랐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세 자리 수 삼진을 기록했다. 그나마 오지환이 시즌을 거듭하면서 투타에서 LG 내야의 '야전사령관'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기에 많은 삼진은 어느 정도 묵인됐다.

그리고 '완전체 유격수' 오지환을 향한 기다림은 2016년 드디어 결실을 맺는 듯 했다. 오지환은 2016 시즌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280 20홈런 78타점 73득점 17도루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유격수 중에서 시즌 20홈런을 넘긴 선수는 오지환이 역대 최초였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김재호에 아쉽게 밀렸지만,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뛰어난 성적이었다.

하지만 오지환은 2016 시즌이 끝난 후 문신 때문에 경찰 야구단 입대가 불발되고 상무 입대 역시 두 번이나 미루면서 야구 팬들의 미움을 사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에 선발되면서 본격적으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근 2년 동안의 성적도 2016년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9월 29일 두산전에서 오지환은 만 28세의 젊은 나이에 통산 1000삼진을 돌파했다.

통산 홈런 94개의 오지환, 삼진 속도는 전설들과 어깨 나란히
 
오지환 "1점이요" 2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2회말 2사 3루에서 LG 오지환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2018.9.27

▲ 오지환 "1점이요" 2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2회말 2사 3루에서 LG 오지환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2018.9.27 ⓒ 연합뉴스

 
사실 거포들에게 삼진은 일종의 '세금'이나 '훈장'과 같은 것이다. 실제로 KBO리그 역사상 300홈런을 돌파한 역대 11명의 선수 중에서 통산 삼진이 1000개를 넘지 않은 선수는 '양신' 양준혁(910개)이 유일하다(양준혁은 현역 시절 세 번이나 출루율 타이틀을 차지했을 정도로 선구안이 뛰어난 선수였다). 홈런을 노리는 큰 스윙을 하다 보면 삼진이 늘어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오지환은 거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중거리포 유형의 타자다. 20홈런을 기록했던 2016년을 제외하면 홈런 15개를 넘긴 시즌조차 없었다(아이러니하게도 20홈런을 기록했던 2016년엔 삼진도 97개에 불과했다). 어느덧 프로 10년 차가 됐지만 통산 홈런은 94개로 아직 100개를 채우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부분은 오지환의 1000삼진 달성(?) 시점이 지나치게 이르다는 점이다. KBO리그 역사에서 통산 1000삼진을 넘긴 20명의 선수 중에서 만으로 서른이 되기 전에 이 기록을 세운 선수는 오지환이 유일하다. 역대 삼진 1위(1605개)를 기록 중인 박경완(SK와이번스 배터리코치)도 만30세 시즌(2001년)까지 통산 삼진은 811개였다. 

루키 시즌 123경기에서 87안타 103삼진을 기록했던 안치홍(KIA 타이거즈)은 기량이 무르익을수록 삼진 개수가 점점 줄어 들었다. 입대 직전이었던 2014시즌 삼진을 65개까지 줄인 안치홍은 전역 후에도 작년 70개에 이어 생애 최고의 활약(타율 .357 23홈런111타점)을 펼치고 있는 올 시즌엔 삼진 개수를 53개까지 줄였다. 작년 107경기에서 105개의 삼진을 당했던 오지환이 올해 140경기에서 142삼진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LG를 대표하는 2010년대의 간판 유격수가 이미 역대 유격수 최다 삼진 기록(박진만, 1003개)에 단 3개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유쾌하지 못한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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