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축구는 '한 방'의 스포츠다. 추가 시간까지 포함하여 90분이 넘도록 뛰어다닌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확실한 해결사 한 선수의 가치는 승점 2점 이상이 아닐까 한다. 후반전도 다 끝나가는 시간에 교체로 들어온 선수가 이 경기의 주인공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버풀 FC가 한국 시각으로 30일 오전 1시 30분 런던에 있는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진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첼시 FC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교체 선수 다니엘 스터리지가 터뜨린 종료 직전 '극장 골' 덕분에 1-1로 비겼다. 

'아자르'의 결정적 한 방

리그 무패의 성적으로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두 팀이 맞붙었기에 9월 마지막 주 팬들이 가장 주목하는 경기였다. 예상대로 상대 선수들의 빌드 업을 어렵게 만드는 거친 압박이 이 경기의 중요성을 말해주었다. 

경기 시작 후 22분 만에 첼시가 먼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센터백 다비드 루이스가 길게 넘겨준 공을 윌리안이 리버풀 수비수들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고 넘어가 받았다. 상대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이 과감하게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와 윌리안의 왼발 슛을 몸으로 막아냈다. '한 방'의 위력이 보다 섬세하게 필요한 순간이었다.
 
EPL 아스널·첼시, 런던 더비서 2-2 무승부 지난 3일(현지 시간),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소속의 게리 케이힐과 에덴 아자르가 아스널을 상대로 한 득점을 자축하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소속의 게리 케이힐과 에덴 아자르 ⓒ EPA/연합뉴스


그로부터 3분 뒤 첼시 FC는 또 하나의 역습 전개로 멋진 골을 만들어냈다. 중앙선 부근에서 역습 패스를 정확하게 전개하는 조직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첼시 미드필더 마테오 코바치치가 에덴 아자르를 빛나게 하는 기막힌 전진 패스를 넣어주었다. 

이 멋진 패스를 받은 첼시 에이스 에덴 아자르가 왼발 대각선 슛을 정확한 타이밍으로 찔러 넣은 것이다. 조금 전 윌리안의 귀한 득점 기회를 막았던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아자르의 왼발을 떠나 구석으로 굴러들어가는 공에 미치지 못했다. 

이전까지 6경기 전승의 기록으로 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리버풀이 이대로 물러설 팀이 아니었다. 32분에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가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자발라가까지 따돌리며 오른발로 빈 골문에 밀어넣을 수 있는 동점골 기회를 얻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든 수비수 뤼디거가 골 라인 바로 앞에서 그 공을 걷어냈다.

스터리지, 교체 3분 만에 왼발 동점골

선취골 주인공 에덴 아자르는 또 하나의 결정적 '한 방' 기회가 있었다. 63분에 동료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의 패스를 받아 상대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은 전반전 윌리안의 득점 기회를 막아낸 것처럼 과감하게 각도를 줄이고 달려나와 온몸을 날려 아자르의 오른발 슛을 다리로 막아냈다. 

결과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축구는 이처럼 경기 중에 만든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승점 2점 이상이 오락가락하는 법이다. 

이어서 리버풀의 후반전 교체 선수 제르단 샤키리에게도 '한 방' 실력을 뽐낼 기회가 찾아왔다. 모하메드 살라 대신 들어온지 4분 만에 얻은 동점골 기회였던 것이다. 70분, 왼쪽 측면에서 앤드류 로버트슨이 기막힌 얼리 크로스를 보냈을 때 샤키리를 막는 첼시 수비수가 아무도 없었다. 이 순간 샤키리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첼시 골문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샤키리의 방향 바꾸기 시도는 야속하게도 골문을 벗어나 오른쪽으로 빗나가고 말았다. 

72분에도 리버풀의 동점골 의지는 눈부셨다. 주장 제임스 밀너가 기습적으로 방향을 바꿔 왼발로 올린 크로스를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내려찍는 헤더 슛으로 첼시 골문 빈곳을 노렸다. 하지만 골키퍼와 나란히 골 라인을 지키고 있던 센터백 다비드 루이스에게 막힌 것이다. 축구장 골문이 아무리 넓어 보여도 '결정적 한 방'은 쉽게 적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EPL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 수비수 반 다이크 선수.

EPL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 수비수 반 다이크 선수. ⓒ EPA/연합뉴스


그래도 리버풀 감독 위르겐 클롭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교체 카드를 86분에 썼다. 미드필더 제임스 밀너를 빼고 공격수 다니엘 스터리지를 들여보낸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3분 뒤에 바로 그 스터리지가 눈부신 '한 방'을 터뜨렸다.

89분에 샤키리의 패스를 받은 다니엘 스터리지는 바로 앞에 첼시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가 막아서고 있었지만 고개를 들어 첼시 골문을 쳐다보면서 왼발 감아차기 중거리슛을 과감하게 날려보냈다. 설마했던 그 순간 스터리지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기막히게 휘어날아가 오른쪽 톱 코너에 꽂혔다. 첼시의 새로운 골키퍼 아리자발라가도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회전하며 떨어지는 공의 궤적을 쳐내지 못했다.

스탬포드 브리지에 들어찬 4만625명의 축구팬들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기막힌 극장골이었다. 축구장의 진짜 '한 방'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스터리지 덕분에 리버풀은 시즌 첫 패배의 수렁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셈이다. 맨체스터 시티(19점)와 나란히 6승 1무를 기록하고 있는 리버풀은 골 득실에 밀려 2위 자리에 머물게 됐다. 그 뒤를 첼시가 역시 무패(17점, 5승 2무)의 기록으로 바짝 따라붙고 있기 때문에 시즌 초반 선두 다툼이 매우 흥미롭다.

이제 리버풀 FC는 다음 달 4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나폴리(이탈리아) 어웨이 경기에 다녀와서 8일에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 경기로 프리미어리그 초반 진짜 선두가 누구인가를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

첼시 FC도 다음 달 5일 비디(헝가리)와 UEFA 유로파리그 홈 경기를 치른 뒤 7일에 사우스햄튼과의 프리미어리그 어웨이 경기 일정이 빡빡하게 이어지게 된다.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결과
(30일 오전 1시 30분, 스탐포드 브리지-런던)

★ 첼시 FC 1-1 리버풀 FC [득점 : 에덴 아자르(25분, 도움-마테오 코바치치) / 다니엘 스터리지(89분, 도움-제르단 샤키리)]

◎ 첼시 선수들
FW : 에덴 아자르, 올리비에 지루(65분↔알바로 모라타), 윌리안(72분↔빅터 모지스)
MF : 마테오 코바치치(80분↔로스 바클리), 조르지뉴, 은골로 캉테
DF : 마르코스 알론소, 다비드 루이스, 안토니오 뤼디거,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
GK : 케파 아리자발라가

◎ 리버풀 선수들
FW : 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66분↔제르단 샤키리)
MF : 제임스 밀너(86분↔다니엘 스터리지), 조던 헨더슨(78분↔나비 케이타), 베이날덤
DF : 앤드류 로버트슨, 버질 반 다이크, 조 고메스, 알렉산더-아놀드
GK : 알리송

◇ 주요 기록 비교
유효 슛 : 첼시 FC 4개, 리버풀 FC 6개
슛 : 첼시 FC 10개, 리버풀 FC 13개
점유율 : 첼시 FC 47%, 리버풀 FC 53%
코너킥 : 첼시 FC 4개, 리버풀 FC 4개
파울 : 첼시 FC 7개, 리버풀 FC 9개
오프사이드 : 첼시 FC 2개, 리버풀 FC 2개
경고 : 첼시 FC 0개, 리버풀 FC 2개(사디오 마네, 제임스 밀너)

◇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현재 순위표
1 맨체스터 시티 19점 6승 1무 21득점 3실점 +18
2 리버풀 19점 6승 1무 15득점 3실점 +12
3 첼시 17점 5승 2무 15득점 5실점 +10
4 토트넘 홋스퍼 15점 5승 2패 14득점 7실점 +7
5 아스널 15점 5승 2패 14득점 9실점 +5
6 왓포드 13점 4승 1무 2패 11득점 8실점 +3
7 레스터 시티 12점 4승 3패 13득점 10실점 +3
8 울버햄튼 원더러스 12점 3승 3무 1패 8득점 6실점 +2
9 AFC 본머스 10점 3승 1무 2패 10득점 11실점 -1
1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0점 3승 1무 3패 10득점 12실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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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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