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와일드카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부터), 황의조, 조현우가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자랑스러운 와일드카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부터), 황의조, 조현우가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1항)",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2항)"고 말한다. 진정 형평성을 따진다면,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군대에 가면 된다. 병역특례를 아예 없애거나 군대를 모병제로 바꾼다면 논란은 줄어들 것이다.

금메달 안고 귀국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 대표팀이 3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입국,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금메달 안고 귀국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 대표팀이 3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입국,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무더위가 가시니, 병역특례 문제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누군가는 '손흥민은 군 면제 혜택을 받는데, 방탄소년단은 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지' 묻는다. 오지환과 박해민(이상 야구) 등 '국가대표 선발 자격'에 관해 지적이 나온 선수들도 군 면제 혜택을 받았다. 선수 선발에서부터 의문이 생기니, 금메달 소식에도 불만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 분야의 특출 난 재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국민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메달을 획득한 것이 '특혜'를 받을만한 일인지 의문이다. 그런데 막상 '병역특례 혜택을 없애자'고 외치기 망설여진다.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병역특례 혜택을 통해 국가의 위상을 드높였기 때문일까.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두 '전설', 박찬호와 박지성

한국 스포츠 역사를 돌아보면, 병역특례 혜택은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박찬호와 박지성을 보면, 이와 같은 생각은 더욱 짙어진다.

박찬호는 한국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이다. 지난 1994년, 꿈조차 꾸기 힘들었던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IMF 외환위기로 절망에 빠져있던 국민은 박찬호의 투구 하나하나에 희망을 얻었다. 그가 미국에서 이룬 124승이란 대업은 지금도 우리의 큰 자랑이다.

박지성은 차범근 이후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스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끌었고,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에선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신화의 중심에 섰다. 2005년 여름에는 세계 최고의 구단이라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무려 7년간 맹활약(205경기 27골)했다.
 
 2007년 7월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과 박지성이 20일 서울 상암월드컵구장에서 열리는 맨유와 서울FC의 친선경기에 앞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07년 7월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과 박지성이 20일 서울 상암월드컵구장에서 열리는 맨유와 서울FC의 친선경기에 앞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종목은 다르지만 두 전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는 병역을 아시안게임(박찬호·1998년 방콕)과 월드컵(박지성·2002 한-일)을 통해 해결했다는 사실이다. 그 덕에 일찍부터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만약 박찬호와 박지성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현재와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MLB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한창 잘나가던 때, 눈물을 머금고 국내로 복귀해 병역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세계무대와 거리를 두었다면, 그들의 역사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특혜와 차별' 논란 부르는 병역특례, 반드시 필요할까

이 지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박찬호와 박지성처럼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성공의 역사를 이어간 선수들에 주어진 특혜는 정당한가 하는 문제다. 사실 군 면제 혜택을 받은 이들 중에는 현실에 안주하면서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인 선수들도 있다. 두 전설처럼 군 면제 혜택을 받은 후 희망을 전한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스포츠 스타는 평범한 사람들은 꿈조차 꿀 수 없는 부와 명예를 누린다. 행운이 따른다면 국민의 의무 중 하나인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마주한다. 그들의 노력으로 이룬 부와 명예를 질투하는 것이 아니다. 병역특례 혜택이 걸린 기회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큰 '특혜'이고, 특례를 받지 못하는 분야를 대상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는 이야기다.

박찬호와 박지성이 위대한 업적을 이룬 스포츠 스타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다. 직업을 막론하고,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은 수두룩하다. 그러나 병역특례 혜택의 기회가 주어지는 분야와 사람은 한정적이다. 누군가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큰 국제대회를 행운으로 볼 수도 있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병역특례 혜택은 존재 자체가 '난센스'다. 스포츠만 보더라도 종목마다 특성이 다르다. 사실상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축구나 야구와 같이 인기 스포츠의 경우에는 상무와 경찰청 등에서 병역을 해결할 수 있다. 일상은 꿈도 꿀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이런 제도 자체가 엄청난 '특혜'에 가깝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1항), "훈장 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3항)"라고 말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병역특례 혜택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각종 대회에서 순위에 따라 점수를 주고 일정 점수를 넘긴 이에게 병역특례를 허용하는 마일리지제도, 50세 이전까지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군 복무(=소외 지역에서 지도자로 활동)를 이행하게 하는 방안, 세계 1위 청년들의 병역의무를 면제하는 '세계 1등 청년 병역특례법' 등이 대표적이다.

 군대

아시안게임 이후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 pixabay


결국 핵심은 형평성과 공정성이다. 은퇴 후 병역을 해결할 수 있게 병역법을 개정한다면, 그들은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도전하는 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특혜'를 받는다. 국민의 의무를 미룰 수 있는 기회가 모든 이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특례 혜택을 없앨 수 없다면, 거기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도록 보완해야 옳다. 예를 들면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법률에 따라 청춘을 바쳐 나라를 지키는 일반 국민보다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 병역을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에는 '35세 전후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현역으로 복무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 그나마 공정한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선택의 폭을 특정 분야에 국한해선 곤란하다. 병역특례 혜택이 존재해야만 한다면, 운동선수든 예술인이든 평범한 대학생이든 국민 모두에 균등한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어린 나이에 병역을 해결하든지 꿈을 향한 도전 뒤 군 생활을 시작하던지 선택 역시 개인에 맡겨야 한다.

이런 방향이 형평성에 맞으면서 공정한 것 아닐까. 특정 분야에 편중된 병역특례 혜택은 분명한 '특혜'이고 누군가가 보기엔 '차별'일 수 있다. 병역특례 혜택을 이어가려 한다면, 이 사실부터 인정하고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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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논란 박찬호 박지성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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