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엄지 척 1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봐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D조 네팔과 베트남의 경기. 베트남 응우옌안둑이 골을 성공시키자 박항서 감독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 박항서 엄지 척 1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봐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D조 네팔과 베트남의 경기. 베트남 응우옌안둑이 골을 성공시키자 박항서 감독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 연합뉴스


베트남 축구의 뒷심이 무섭다. 박항서 매직이 또 한 번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한국 남자축구가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언젠가 한 번은 만나야 할 운명의 상대가 바로 베트남이다. 이번 대회 다섯 경기 무실점 전승 행진도 가볍게 볼 일 아니지만 후반전 교체 선수들이 연거푸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는 23세 이하 베트남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27일 오후 9시 30분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있는 패트리엇 찬드라바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연장전에 터진 슈퍼 서브 응유엔 반 뚜언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29일 오후 6시 한국과 결승 진출권을 다투게 됐다.

베트남의 무실점 수비력

전반전에 공식적인 슛 기록이 전혀 없었던 베트남은 후반전에도 시리아의 수비벽을 제대로 흔들지 못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템포 느린 축구로 골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베트남 축구의 수비력만큼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시리아가 이 경기에서 베트남 골문을 상대로 모두 16개의 슛을 날려서 절반에 가까운 7개의 유효 슛 기록을 남겼는데 성공한 것은 단 1개도 없다. 반면에 베트남은 4개의 유효 슛 중에서 연장전 결승골을 뽑아내며 자국 축구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어냈다.

준결승에 오르기까지 베트남은 다섯 경기를 치르며 8득점으로 5전 전승을 거두는 동안 단 1골도 내주지 않았다. 준결승에 오른 나머지 세 팀 '한국(14득점 5실점), 일본(8득점 2실점), 아랍에미리트(8득점 7실점)'가 모두 2골 이상을 내준 것에 비하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베트남 수비의 중심에는 동명이인이 있다. 골키퍼 부이 티엔 중과 센터백 부이 티엔 중 두 선수다. 골키퍼로서 보기 드물게 등번호 50번을 달고 뛰는 부이 티엔 중은 순발력도 뛰어나지만 그리 크지 않은 키에도 불구하고 높은 공을 따내는 점프력이 상당하며 캐칭력 또한 안정되어 있다. 수비수들이 흔들려도 골키퍼 부이 티엔 중은 표정 하나 일그러지지 않고 듬직하게 골문을 지키고 있다.

그와 이름이 같은 센터백 부이 티엔 중은 양발을 골고루 사용하는 듬직한 수비수다. 시리아와의 8강전 연장 후반에 결승골을 이끌어낸 롱 패스의 정확성은 그 실력을 자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다.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 빈 곳을 넘겨다보는 시야가 넓은 선수다. 한국 센터백 김민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박항서 매직, 후반전 슈퍼 서브 조심해야

베트남 4강, 결승골 주인공과 인사하는 박항서 감독 27일 오후(현지시간)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베트남과 시리아의 경기. 연장 승부 끝에 1-0으로 승리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이날 연장 후반 결승골을 넣은 응우옌 반 토안과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베트남 4강, 결승골 주인공과 인사하는 박항서 감독 27일 오후(현지시간)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베트남과 시리아의 경기. 연장 승부 끝에 1-0으로 승리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이날 연장 후반 결승골을 넣은 응우옌 반 토안과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효 슛, 코너킥, 프리킥 등 몇 가지 공격 지표만으로도 베트남은 시리아에게 크게 밀렸지만 박항서 감독의 탁월한 안목으로 연장전에서 기막힌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후반전 교체 선수(슈퍼 서브)가 만들어내는 짜릿한 결승골이 두 경기 연거푸 터진 것이라 베트남 축구팬들은 더욱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에 열광하고 있다.

베트남은 바레인과 맞붙은 16강전에서도 88분에 극장 결승골을 넣어 1-0으로 이겼는데 그 주인공 응유엔 꽁 푸옹도 65분에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이름이 익숙한 루엉 쑤언 쯔엉과 바꿔 들어간 슈퍼 서브였다.

그리고 시리아와의 이번 8강전 연장전 후반에도 어김없이 교체 선수 둘이 펄펄 날았다. 연장 18분 수비수 부이 티엔 중이 길게 넘겨준 공을 향해 50분에 교체로 들어온 공격수 응유엔 안 득이 절묘하게 빠져 들어가며 시리아 골키퍼 마디냐 아마드보다 반 박자 빠르게 공을 넘겨차 크로스바를 때렸고 곧바로 흘러나온 공을 82분에 교체로 들어간 응유엔 반 뚜언이 정확하게 차 넣었다.

이처럼 베트남의 후반전 교체 선수들은 공간 침투 능력과 위험 지역에서 이른바 세컨 볼에 집중할 줄 아는 공격력을 갖춘 인물들이다. 조별리그 세 번째 일본과의 경기부터 세 경기 모두 1-0으로 이기는 결승골 과정이 전부 상대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흐르는 공에 놀랍도록 집중한 결과다.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코치의 지도력 덕분에 경기중 좋은 득점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놓치지 않는 결정력과 경기 내내 유지하고 있는 끈질긴 집중력은 베트남 축구의 색깔로 자리잡는 중이다.

준결승 상대 한국이 실점한 두 경기(vs 말레이시아, vs 우즈베키스탄)에서 드러난 필드 플레이어들의 치명적인 실수들은 베트남 선수들이 반드시 노리고 달려들 빈틈이라는 점을 김학범호 모든 구성원들이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우리 시각으로 29일(수) 오후 6시 보고르 치비농에 있는 파칸 사리 스타디움에서 결승 진출권을 놓고 다투기 때문에 이틀만에 다시 뛰어야 하는 체력적인 부담을 감안하면 집중력 높이기와 실수 줄이기에서 승리 팀이 나올 것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 결과
- 27일 오후 9시 30분, 패트리엇 찬드라바가 스타디움(브카시)

★ 베트남 1-0 시리아 [득점 : 응유엔 반 뚜언(연장 18분)]

◇ 경기 주요 기록 비교
슛 : 베트남 7개, 시리아 16개
유효 슛 : 베트남 4개, 시리아 7개
점유율 : 베트남 50%, 시리아 50%
코너킥 : 베트남 1개, 시리아 7개
프리킥 : 베트남 13개, 시리아 26개
오프사이드 : 베트남 0개, 시리아 1개
경고 : 베트남 5개, 시리아 0개

◇ 준결승 일정
☆ 한국 - 베트남 (8월 29일 오후 6시, 파칸 사리 스타디움-보고르 치비농)
☆ 일본 - 아랍에미리트(8월 29일 오후 9시 30분, 파칸 사리 스타디움-보고르 치비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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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시안게임 박항서 베트남 슈퍼 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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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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