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활약 펼친 황의조와 손흥민 27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황의조가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손흥민을 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 맹활약 펼친 황의조와 손흥민 27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황의조가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손흥민을 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와일드카드' 황의조가 다시 한 번 눈부신 활약으로 김학범호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대한민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27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린 황의조의 맹활약을 앞세워 난적 우즈베키스탄과 연장접전 끝에 4-3으로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뒀다.

황의조의 날이었다. 황의조는 이날 한국이 기록한 4골을 사실상 모두 책임졌다. 내리 오른발로만 뽑아낸 세 골 하나하나가 모두 작품이었다. 전반 5분 손흥민이 건넨 패스를 황의조는 침착한 트래핑에 이어 상대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절묘하게 집어넣으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우즈벡의 동점골로 1-1로 맞선 전반 35분엔 황인범이 연결해준 패스를 황의조가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날린 중거리 슛이 다시 한 번 골망을 갈랐다.

후반 한국 수비가 급격히 흔들려 연속실점으로 2-3으로 역전당하여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30분, 손흥민이 미드필드에서 상대의 패스미스를 차단하여 연결해준 공을 황의조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으로 쇄도하며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꽂아넣어 다시 한번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황의조로서는 지난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에 이어 이번 대회에만 두 번째 헤트트릭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금메달 2연패에 대한 청신호 밝힌 황의조의 발끝

4강으로 가는 골 27일 오후(현지시간)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연장 후반 황희찬이 결승골인 패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 4강으로 가는 골 27일 오후(현지시간)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연장 후반 황희찬이 결승골인 패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팽팽하던 승부의 피날레도 황의조로부터 시작됐다. 3-3의 균형이 이어지며 서서히 승부차기의 기운이 감돌던 연장 후반 12분, 우즈벡 진영에서 결정적인 PK를 획득해낸 것도 황의조의 몫이었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침착하게 골망을 가르며 이 골이 극적인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결승골이 됐다. '사실상의 결승전'으로까지 꼽히던 우즈베키스탄을 넘는데 성공한 김학범호는 2002년 부산 대회부터 5회 연속 4강진출에 성공하며 금메달 2연패에 대한 청신호를 밝혔다.

황의조는 이번 대회 내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시작은 부정적인 의미가 압도적이었다. 김학범호는 아시안게임 출전명단 발표 때부터 황의조를 와일드카드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뜻하지 않은 '인맥축구' 논란에 휘말리며 험난하게 출발해야했다.

일각에서는 월드컵 멤버나 해외파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황의조의 발탁 근거를 두고 성남 시절 사제관계였던 김학범 감독과의 관계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반응이 나오는가하면, 심지어 선수의 사생활이나 인성 문제까지 들춰내는 등 도를 넘은 비난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뒤 현재 황의조의 활약상을 보고 있노라면 만일 그때 여론에 굴복하여 '황의조를 뽑지 않았으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아찔할 정도다. 손흥민-이승우-황희찬 등 김학범호가 자랑하는 화려한 유럽파 공격진들이 대회 초반 팀적응과 체력 문제 등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걸렸던 상황에서 저평가받던 황의조가 조별리그부터 사실상 김학범호를 혼자 먹여살리는 상황이 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황의조는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결승골을 포함해 해트트릭을 폭발하며 보란 듯이 무력시위를 펼쳤다.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반둥 참사'를 당하며 뜻밖의 패배로 충격을 빠졌던 분위기 속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득점을 기록하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 것도 황의조였다.

황의조의 득점감각은 토너먼트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란과의 16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2-0 승리에 앞장섰고 우즈벡에서 두 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황의조는 5경기에서 벌써 8골로 단독 득점 선두에 올라있다. 조별리그 최종전인 키르키스스탄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4경기에서 모두 득점에 성공한데다 약체팀에게만 골을 넣은 것도 아니라 이란이나 우즈벡같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팀들을 상대로도 빛나는 결정력을 과시한 것이 돋보인다. 팀내 또다른 공격수인 황희찬(2골)과 손흥민-이승우(각 1골)가 기록한 득점을 모두 합쳐도 황의조 개인이 올린 득점에 미치지 못한다.

'최고의 와일드카드'라고 해도 손색 없는 황의조

네 골 합작한 황의조와 황의찬 27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네 골을 합작해 승리를 견인한 황의조와 황희찬이 환호하고 있다

▲ 네 골 합작한 황의조와 황의찬 27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네 골을 합작해 승리를 견인한 황의조와 황희찬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에게 상대의 집중견제가 몰리는 상황이고 골키퍼 조현우는 이란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잔여경기 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와일드카드 3인방 중 가장 '저평가받던' 황의조의 결정력이 김학범호를 위기에서 구해내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반전이다. 이 정도면 김학범호만이 아니라 역대 한국축구 23세이하(아시안게임-올림픽대표팀) 대회를 통틀어서 '최고의 와일드카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보인다.

황의조의 반전은 역설적으로 '여론축구'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황의조는 유명 선수들에 비하여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혹은 과거 A대표팀에서 다소 부진했다는 모습을 근거로 일부 극성팬들로부터 부당한 혹평과 선입견에 시달리는 것을 감수해야했다. 김학범 감독도 지도자가 자신이 원하고 잘아는 선수를 선발하는 당연한 고유권한을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팬들 앞에서 자신의 축구철학을 일일이 해명해야했다.

당시 무분별하게 황의조를 비난하던 이들의 대부분은, 정작 선수가 최근 소속팀과 J리그에서 어느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지, 감독이 전술적으로 왜 그 선수를 필요로 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않았다.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결론을 짜맞추려는 것은 무분별한 여론몰이가 초래한 인지부조화의 전형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김학범 감독은 일부의 의혹과 논란 속에서도 꿋꿋이 황의조 카드를 밀어붙였고 선수는 실력으로 자신을 둘러싼 비난을 깔끔하게 불식시켰다. 부당한 여론몰이와 마녀사냥에 대처하는 가장 훌륭한 해법이었다. 한때 황의조를 향하여 집중되던 극성팬들의 비난은 정작 아시안게임이 시작된 이후로는 송범근이나 황희찬에게 옮겨간 모양새다.

황의조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던 황희찬에게 결정적인 PK 찬스를 맡긴 것도 김학범식 '믿음의 죽구'를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황희찬은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전 패배 이후 상대 선수들과의 '악수 거부'와 키르시스스탄전 '사포 시도 논란', 골찬스에서의 연이은 실수 등으로 팬들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후반 교체투입된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도 결승골이 터지기 전까지 황희찬의 활약은 대체로 부진했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황의조가 얻어낸 PK 찬스를 황의조도 손흥민도 아닌 바로 황희찬에게 맡겼다. 만일 실패한다면 김 감독이나 황희찬 모두에게 엄청난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PK를 성공하며 경기도 이기고 선수의 기도 살리는 일거양득으로 보답을 받았다.

아쉬운 부분은 기대에 부응한 공격진에 비하면 수비는 아직 믿음직스럽지 못했다는 점이다. 황의조의 원맨쇼와 황희찬의 PK, 손흥민의 2도움 등 공격진의 활약에 가려졌지만 조현우가 부상으로 빠진 수비진은 우즈벡의 빠른 역습에 너무 자주 공간을 허용했고 위험지역에서 어설픈 패스실수가 속출하며 아찔한 장면을 맞이하기도 했다. 토너먼트에서 3골이나 내주고 이기는 경기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조현우의 빈 자리만 절감하게 한 골키퍼 송범근을 비롯하여  수비수들도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는 김학범 감독의 믿음에 보답해야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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