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가 중동의 강호 이란을 꺾고 8강행 티켓을 따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23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이란과의 16강전에서 황의조와 이승우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안게임 2연속 금메달을 향한 토너먼트의 첫 고비를 넘기며 8강에 진출했다.

한편 한국과 이란전에 앞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홍콩의 16강전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이 홍콩을 3-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3일의 휴식을 갖고 오는 27일 8강에서 격돌할 예정이다. 양 팀 모두에게 같은 조건이지만 9일 동안 4경기를 치른 한국에게는 체력을 충전하고 전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휴식과 재정비의 기회다.

'와일드카드' 자격 증명한 골잡이 황의조의 대회 5호골

9승8무13패의 A매치 전적이 말해주듯 이란은 언제나 아시안컵이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을 괴롭혀온 중동의 강팀이다. 하지만 만23세 이하 팀끼리의 대결에서는 4승1무2패로 한국이 앞서 있다. 게다가 이번 대회 이란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와일드카드 없이 사실상 만21세 이하의 팀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이란'이라는 이름에 먼저 겁 먹을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은 매 경기가 다음 라운드 진출과 탈락의 중대 기로에 선 토너먼트 첫 경기를 맞아 4-3-3 전형을 들고 나왔다. 손흥민과 황의조, 이승우가 공격을 이끌고 황인범, 장윤호, 이승모가 중원을 지킨다. 김민재가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수비진에는 양 측면에 김진야와 김문환이 출전하고 중앙은 황현수와 조유민이 나섰다. 주전 골키퍼는 와일드카드 조현우의 몫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피지컬이 좋은 이란에 맞서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전반 4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을 얻어 황인범이 문전을 향해 크로스를 날렸지만 그대로 골라인을 넘어갔다. 이란도 섣불리 앞으로 전진하지 않고 한국 선수들을 끌어들이며 역습기회를 노렸다. 양 팀 모두 경기 초반은 서로를 경계하며 탐색전을 펼쳤다.

한국의 첫 번째 슛은 역시 손흥민에게서 나왔다. 손흥민은 전반 11분 페널티 박스 안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을 때렸지만 각이 부족해 큰 위협이 되진 못했다. 전반 16분에는 이란이 반대쪽 골문을 보고 때린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아찔한 상황이 있었고 2분 후에는 황인범이 이란의 골대를 때리는 기습적인 슛으로 응수했다. 한국은 전반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란을 위협하는 장면들을 만들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한국과 이란은 전반 30분께 거친 몸싸움을 벌이며 신경전을 펼쳤지만 한국 선수들은 크게 흥분하지 않고 냉정을 되찾으며 다시 경기를 이어갔다. 한국은 전반 후반 손흥민의 크로스를 받는 과정에서 황의조가 패널티 박스 안쪽에서 정강이를 걷어 차이며 넘어졌지만 심판은 패널티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황의조는 전반 39분 황인범의 낮은 크로스를 오른발로 가볍게 차 넣으면서 선제골을 기록했고 한국은 한 골을 앞선 채로 전반을 끝냈다.

활발한 움직임과 결승골 어시스트로 맹활약한 '김학범호 황태자'


김학범 감독과 주장 손흥민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동료들에게 '원팀'을 강조했다. 이란과의 16강전 전반 45분만 보면 한국이 점점 원팀이 되고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볼점유율에서 60% 대 40%로 앞섰고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은 물론이고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과 이승우의 수비가담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자신의 첫 번째 슛을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킨 황의조의 결정력도 일품이었다.

이란은 후반 시작과 함께 스피드가 좋은 메디 가예디를 투입해 분위기를 바꿨고 한국은 교체 선수 없이 후반을 시작했다. 한국은 전반만큼 경기를 주도하진 못했지만 후반에도 적극적인 몸싸움을 통해 이란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한국은 후반 9분 이승우가 패널티 박스 정면에서 상대의 볼을 빼앗은 후 빠르고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추가골을 기록했다. 이승우의 감각적인 볼 키핑능력과 마무리 능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멋진 골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승우의 추가골 이후 조현우 골키퍼가 부상으로 빠지고 송범근 골키퍼가 들어가는 변수가 생겼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전에서 적잖은 비난을 받았던 송범근 골키퍼는 이날 안정된 방어를 통해 조현우의 공백을 무난히 메웠다. 한국은 후반42분 다리에 쥐가 난 이승우 대신 김정민을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했고 한국은 6분의 긴 추가 시간을 잘 견디며 경기를 승리로 끝냈다.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좋은 움직임을 선보였던 황인범은 말레이시아전에서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황인범은 키르기스스탄전에서 다시 선발 출전해 손흥민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4번의 슈팅을 시도했다. 비록 조별리그 3경기에서의 공격 포인트는 바레인전의 도움 하나 뿐이었지만 황인범이 한국 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리고 황인범은 이란전을 통해 자신이 왜 '김학범호의 황태자'인지 증명했다. 전반18분 기습적인 오른발 슛으로 이란의 크로스바를 때린 황인범은 39분에는 문전에서 기다리던 황의조의 오른발에 정확한 택배 크로스를 배달하며 대회 두 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황인범은 이란전에서 사실상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한국에게 수 차례 좋은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황인범의 좋은 컨디션이 계속된다면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전에서도 그의 활용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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