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에이스' 손흥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반둥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키르기스스탄과의 E조 마지막 경기에서 손흥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조별리그 3경기를 2승1패로 마친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이어 조2위로 16강에 올라 오는 23일 F조1위 이란과 8강 진출을 놓고 격돌할 예정이다.

한편 앞선 2경기에서 1무1패로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했던 북한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김용일의 선제골과 김유송의 멀티골에 힘입어 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꺾고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북한은 오는 24일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B조 2위에 오른 방글라데시와 16강전에서 만날 예정이다.

정예 멤버 투입해 일방적인 우세 속에도 선제골을 만들지 못한 전반


월드컵도 아니고 올림픽도 아닌데 한국축구의 영원한 친구(?) '경우의 수'가 또 등장했다. 말레이시아에게 아시안게임에서 44년 만에 패하며 조1위가 물 건너 간 한국은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이기거나 비겨야 조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 반면에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에게 패하고 바레인이 말레이시아를 꺾으면 조별리그 최하위로 밀려 탈락할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전에서 주전 6명을 바꿨다가 큰 코를 다친 한국은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실질적인 정예 멤버를 투입했다. 에이스 손흥민이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고 조현우는 다시 골키퍼 장갑을 꼈다. 또한 나상호, 김문환, 황인범 등 바레인전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였던 선수들도 다시 선발 명단에 포함됐다. 또한 이번 대회 유일하게 출전이 없었던 195cm의 장신 센터백 정태욱이 김민재와 함께 최후방 수비로 나섰다.

1승을 안고 있던 말레이시아는 한국전에서 '선수비 후역습'을 들고 나왔지만 1무1패의 키르기스스탄이 16강 진출을 노리려면 한국에게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은 한국을 상대로 섣불리 전진하지 않고 수비에 많은 숫자를 두면서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갔고 한국은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통해 키르기스스탄 수비수들을 앞으로 끌어 들였다.

한국은 전반 7분 황인범의 낮은 크로스를 받은 손흥민이 오른발로 수비를 제치고 왼발로 이날 경기의 첫 슈팅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17분 키르키스탄의 역습을 막는 과정에서 반칙으로 막은 김민재가 경고를 받고 말았다. 말레이시아전에서 이미 한 장의 경고를 받았던 김민재는 16강전에 출전할 수 없다. 김학범호 수비의 핵심이자 A대표팀 주전급 선수로서 노련한 플레이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한국은 전반 30분 패널티 지역 바로 앞에서 나상호가 얻은 프리킥을 손흥민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노렸지만 수비벽에 맞고 굴절됐다. 5분 후에는 황인범이 얻은 비슷한 위치에서의 프리킥을 황의조가 하늘로 날렸고 37분 장윤호의 오버헤드킥도 골문을 빗나갔다. 결국 한국은 45분 동안 키르기스스탄을 일방적으로 몰아 붙이고도 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전반을 마쳤다.

답답한 상황에서 터진 '에이스' 손흥민의 천금 같은 결승골


한국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 74%-26%로 키르기스스탄에게 일방적인 우위를 보였다. 슈팅 숫자는 무려 14-0이었다. 한 마디로 경기 내용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완벽하게 압도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반 한국이 때린 14개의 슈팅 중에 키르기스스탄의 골문으로 향한 유효슈팅은 단 2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2개는 허공으로 날려 버리거나 상대 수비에게 막힌 실속 없는 경기를 했다는 뜻이다.

키르기스스탄은 비기기만 해도 탈락이 확정되기 때문에 후반에는 마냥 수비적인 경기를 펼칠 수 없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황의조 대신 빠른 스피드를 갖춘 황희찬을 투입해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황희찬은 후반 초반 활기찬 움직임을 통해 키르기스스탄의 수비를 흔들며 득점기회를 만들었지만 마무리가 세련되지 못해 골로 연결되진 못했다. 키르기스스탄도 후반10분 이후 조금씩 공격의 빈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한국에는 '에이스' 손흥민이 있었다. 한국은 후반 17분 코너킥 상황에서 중앙의 수비수들을 넘어간 공을 뒤에 서 있던 손흥민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하며 그대로 키르기스스탄의 골문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첫 골이었다. 한국은 약 1분 후 김진야의 크로스를 받은 황희찬이 또 한 번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크로스바를 넘기고 말았다.

한국은 후반 28분 나상호 대신 이승우를 투입해 또 한 번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키르기스스탄은 16강 진출을 위해 두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계속 수비 숫자를 많이 두며 경기 스타일을 유지했고 이는 한국에게도 좋은 훈련이 됐다. 결국 한국은 경기 후반까지 다양한 공격전술을 시도하며 1-0 승리를 지켜냈다. 비록 26개의 슈팅을 시도한 것에 비하면 한 골은 아쉬움이 남지만 말레이시아전 패배의 충격을 벗은 기분 좋은 승리였다.

축구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있어도 그 선수 혼자 수비수 전부를 제치고 골을 넣을 수는 없다. 하지만 뛰어난 에이스의 존재가 상대에게 주는 중압감이나 동료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키르기스탄전은 손흥민이라는 에이스의 존재가 한국의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 경기였다.

4-2-3-1 전형의 왼쪽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중앙과 오른쪽을 오가며 그 어떤 선수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리고 좀처럼 골이 나오지 않아 초조해지던 시간에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트리며 월드컵 이후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골을 신고했다. 손흥민은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부터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3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F조의 이란이 미얀마에게 패하면서까지 한국을 피하려 했던 이유는 한국의 절대적인 에이스 손흥민의 존재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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