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포스트시즌 진출도 장담하기 힘들다. 자칫 8위까지 내려갈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때 5위 경쟁을 벌이던 넥센 히어로즈가 LG 트윈스를 끌어내리고 4위 탈환에 성공한 것과 다소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이야기다.

KIA는 9일 현재 104경기 48승 56패 승률 0.462로 7위에 위치해 있다. 바로 위에 있는 6위 삼성 라이온즈와 2경기 차로 언제든지 중위권 도약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턱밑까지 추격한 8위 롯데 자이언츠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롯데는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를 기록할 정도로 후반기 페이스가 나쁘지 않다.

넥센과의 주중 2연전을 모두 내준 KIA로선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2경기에서 1승만 거뒀더라도 숨 돌릴 여유는 있었다. 게다가 9~10일 이틀간 광주에서 롯데와 홈 2연전을 치러야 한다. 만약 연패가 이어질 경우 8위까지도 내려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쓰여질 수도 있다.

규정타석 진입 기준 3할 이상 타자 7명->3명, 예전같지 않은 화력

3루 진루한 최형우 13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2회말 무사 2루 상황에서 KIA 최형우가 3루까지 진루하고 호흡을 가다둠고 있다. 2018.3.13

▲ 3루 진루한 최형우 13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2회말 무사 2루 상황에서 KIA 최형우가 3루까지 진루하고 호흡을 가다둠고 있다. 2018.3.13 ⓒ 연합뉴스


그렇다면 1년 전에 있었으나 2018년 KIA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예전같은 화력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규정타석에 진입한 타자들 가운데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무려 7명이었다. 김선빈, 최형우, 이명기, 버나디나, 안치홍, 김주찬, 나지완이 그 주인공이었다.

포수 김민식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피해갈 타순이 없었다. 존재감 자체만으로도 상대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올해 KIA 타선에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 중인 타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시즌 초반 4할이 넘는 타율에 도달했던 안치홍, 김주찬과 최형우를 제외하면 3할 타자가 없다.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의 방망이가 조용한 편이고 지난 시즌 타격왕을 차지했던 김선빈의 부진이 아쉽다. 이따금씩 장타를 터뜨리던 이범호와 나지완은 현재까지 규정 타석에 진입하지도 못한 상태다.

팀 타율(2017년 0.302, 1위->2018년 0.293, 3위)이나 팀 홈런(2017년 170개, 3위->2018년 118개, 6위), 팀 OPS(2017년 0.839, 1위->2018년 0.813)과 같은 기본적인 타격 지표만 보더라도 타자들의 하락세가 나타난다. 특히 후반기 들어 '좌타 거포' 최형우의 한방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19경기 타율 0.203 4홈런 11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범위를 8월로 좁히면 8경기 타율 0.190 3타점으로, 홈런은 단 한 개도 만들지 못했다. 물론 지난해에도 홈런 개수(전반기 22개->후반기 4개)가 눈에 띄게 감소하기는 했지만, 8월까진 타격감을 유지했다. 현재 최형우는 1년 전 최형우보다 더 심각한 부진에 빠져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발 야구 어려운 마운드, 불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역투하는 임창용 지난 5월 2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9회초 마운드에 오른 KIA 투수 임창용이 역투하고 있다. 2018.5.20

▲ 역투하는 임창용 지난 5월 2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9회초 마운드에 오른 KIA 투수 임창용이 역투하고 있다. 2018.5.20 ⓒ 연합뉴스


지난해 40승을 합작한 양현종과 헥터는 현재 18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8승을 기록한 헥터는 아직 두 자릿수 승수도 도달하지 못했다. 원투펀치 이외의 선발 투수들이 최근 들어 나아지는 모양새였지만 5일 두산전에서 강습 타구에 맞은 팻딘이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KIA의 팀 선발 평균자책점은 5.40(7위)으로, 지난해(4.31, 2위)보다 대폭 상승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국 필승조였던 임창용이 선발 투수로 변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김기태 감독의 이 선택은 어느 정도 좋은 결과를 낫기는 했다. 그러나 이 두 투수의 호투가 9월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고령의 나이에 선발 투수로 나서고 있는 임창용에 대한 걱정은 여전히 존재한다.

타선과 선발진의 상태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이라면, 유일하게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은 불펜이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김윤동, 임기준, 김세현, 유승철 등 자원은 충분하다. 선발 투수로 복귀한 윤석민이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한 이후 이전보다 뒷문이 든든해진 감이 없잖아 있다. 그러나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친 투수는 없다. 김윤동도 최근 등판에서 부진하며 팀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팀 불펜 평균자책점(4.82, 4위)로 지난해(5.71, 8위)보다 수치상으로 낮아지기는 했으나 숫자로 보이지 않는 불안함이 KIA 불펜을 둘러싸고 있다. 1승이 간절했던 8일 넥센전도 결국 4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승리를 헌납한 것은 불펜의 책임이 컸다.

리그에서 잔여 경기가 가장 많이 남았다. 5위권에 있는 대부분의 팀들이 KIA보다 최소 5경기 이상을 치렀다.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끝나고 경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 막판 스퍼트를 노리겠다는 게 KIA의 계산이지만, 지금같은 모습이라면 잔여 경기가 더 많은 게 이득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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