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FC 골키퍼 이범수가 전주성에서 펄펄 날아오르며 감동의 박수를 받았다. 그곳은 이범수가 2010년에 프로 무대에 데뷔한 바로 그곳이었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남달랐다.

2014년까지 다섯 시즌을 몸담았던 전북이었지만 이범수 골키퍼에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데뷔 시즌에 1경기, 이듬해에 또 1경기만 뛰었을 뿐이다. 그 뒤로 세 시즌 내내 이범수는 골문 앞에 설 기회조차 없었다. 그래서 이범수는 장갑을 끼고 골문을 지킬 팀을 찾아 2부리그로 내려갔다. 서울 이랜드(2015년)에서 2경기, 대전 시티즌(2016년)에서 13경기를 뛰면서 조금씩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해 경남 FC로 옮긴 이범수는 드디어 주전 골키퍼라고 말할 수 있는 21경기 기록을 남기며 팀의 1부리그(K리그 1) 승격을 이끌었다. 이범수는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어서 설움을 느끼게 했던 바로 그 전북을 상대 팀으로 만날 기회를 잡은 것이다.

김종부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남 FC가 5일 오후 8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21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쿠니모토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겨 독주 체제에 경종을 울렸다.

전북 유효 슛 12개 모두 막아낸 경남 GK 이범수

지난 4월 11일 창원 축구 센터에서 경남 FC는 호된 1부리그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무려 0-4로 완패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만난 장소가 전주성이었지만 경남 FC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넘쳤다. 전북의 닥공을 막아내기 위해 선수들 모두가 몸을 내던지며 버틴 것이다. 그 중심에 골키퍼 이범수가 있었다.

경기 시작 후 6분만에 전북의 선취 골 기회가 만들어졌다. 미드필더 정혁이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멋진 오버헤드킥을 시도한 것이다. 그의 오른발에 맞은 공이 경남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갈 것처럼 보였지만 골키퍼 이범수는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그 공을 쳐냈다.

이범수 슈퍼세이브 지난 7월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32강전 경남 FC와 FC 서울 경기. 경남 골키퍼 이범수가 슈퍼세이브하고 있다.

▲ 이범수 슈퍼세이브 지난 7월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32강전 경남 FC와 FC 서울 경기. 경남 골키퍼 이범수가 슈퍼세이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범수의 뛰어난 순발력이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정혁의 이 슛을 포함하여 전북은 이 경기를 치르며 27개의 슛을 날렸고 거의 절반에 가까운 12개의 유효 슛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남 FC 이범수를 통과한 슛은 1개도 없었다. 그가 얼마나 이를 악물고 버텼는가를 이러한 숫자가 말해주는 것이다.

52분에도 전북의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이 오른쪽 풀백 이용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받아 헤더 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이범수는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라 그 공을 막아냈다. 전북의 '닥공'이 좀처럼 통하지 않자 최강희 감독은 55분에 이동국과 아드리아노 두 선수를 동시에 교체 선수로 들여보냈다.

이동국은 80분에 까다로운 왼쪽 45도 각도에서 반 박자 빠른 오른발 발리슛을 날렸는데 이범수는 더 정확하게 각도를 잡고 있다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쳐냈다. 이동국과 함께 들어온 아드리아노도 81분과 82분에 위력적인 헤더 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한 이범수에게 막혔다.

이동국 '골' 2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2018.4.29

▲ 이동국 '골' 지난 4월 2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남 교체 선수 쿠니모토 결승골

골키퍼 이범수 덕분에 잘 버틴 경남 FC가 후반전 교체 선수 쿠니모토의 결승골에 환호했다. 82분, 경남 FC가 자랑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네게바의 역습 전진 패스가 기막히게 뻗어나갔고 쿠니모토는 이에 어울리는 타이밍으로 오른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북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유효 슛을 경남 FC 골문으로 날렸지만 이범수의 슈퍼 세이브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전북 공격수들의 슛은 물론 날카로운 측면 크로스까지 이범수의 예측 범위에 모두 들어온 것처럼 보였다. 86분에 전북 교체 선수 티아고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향해 날아오른 이범수의 다이빙 커트 플레이는 압권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도 전북 수비수 홍정호의 오른발 중거리슛(90+1분), 아드리아노의 발리 슛(90+2분)이 경남 FC 골문을 크게 흔들어댔지만 이범수의 슈퍼 세이브 능력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김성호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이범수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준 전북 서포터즈 앞으로 다가가서 감격의 인사를 올렸다. 골키퍼 이범수의 벽을 허물지 못해 패한 전북 팬들이었지만 이범수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승점 50점 고지에 가장 먼저 올라 우승 확정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는 전북을 상대로 한 경남 FC의 이 승리는 이범수 덕분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된 셈이다. 승점 11점 차이(전북 50점, 경남 FC 39점)로 따라붙은 것이니 1강 전북도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었고 수원 블루윙즈(3위 36점)와의 2위 싸움이 본격화되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2018 K리그 원 21라운드 결과(5일 오후 8시, 전주성)
★ 전북 현대 0-1 경남 FC [득점 : 쿠니모토(82분, 도움-네게바)]
- 경기 주요 기록
관중 : 1만1979명
점유율 : 전북 58%, 경남 42%
슛 : 전북 27개, 경남 9개
유효 슛 : 전북 12개, 경남 4개
파울 : 전북 15개, 경남 11개
코너킥 : 전북 5개, 경남 1개
프리킥 : 전북 17개, 경남 12개
오프 사이드 : 전북 2개, 경남 1개
경고 : 전북 3명, 경남 3명


◎ 전북 선수들
FW : 김신욱(80분↔티아고)
AMF : 로페즈, 임선영(55분↔아드리아노), 한교원(55분↔이동국)
DMF : 손준호, 정혁
DF : 최철순, 최보경, 홍정호, 이용
GK : 황병근


◎ 경남 선수들
FW : 말컹, 김효기(56분↔파울링요)
MF : 조영철(56분↔쿠니모토), 최영준, 김준범(86분↔하성민), 네게바
DF : 유지훈, 박지수, 우주성, 이광진
GK : 이범수


◇ 2018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50점 16승 2무 3패 41득점 13실점 +28
2 경남 FC 39점 11승 6무 4패 32득점 21실점 +11
3 수원 블루윙즈 36점 10승 6무 5패 34득점 25실점 +9
4 울산 현대 32점 8승 8무 5패 26득점 23실점 +3
5 제주 유나이티드 29점 8승 5무 8패 25득점 25실점 0
6 포항 스틸러스 29점 8승 5무 8패 24득점 24실점 0
7 강원 FC 27점 7승 6무 8패 33득점 37실점 -4
8 FC 서울 26점 6승 8무 7패 26득점 24실점 +2
9 상주 상무 26점 7승 5무 9패 22득점 23실점 -1
10 대구 FC 17점 4승 5무 12패 17득점 36실점 -19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16점 3승 7무 11패 32득점 44실점 -12
12 전남 드래곤즈 16점 3승 7무 11패 21득점 38실점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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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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