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6월 선발로 좋은 활약을 보인 롯데 노경은

지난 5~6월 선발로 좋은 활약을 보인 롯데 노경은 ⓒ 롯데 자이언츠


올시즌 8위로 추락한 롯데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로테이션상 4일 삼성전 등판 예정이던 레일리를 일정을 앞당겨 2일 KIA전에 전격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4일 시작되는 2연전 일정과 이어지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에도 외국인 투수 레일리와 듀브론트를 최대한 많이 등판시켜 승수를 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외인투수를 당겨쓰는 방법이 정말로 '묘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후반기 이후 레일리는 3경기에 등판해 17.2이닝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시즌 중반 이후 불패의 에이스로 변신해 롯데의 후반기를 책임졌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레일리의 등판 일정을 앞당기는 승부수를 띄우기에는 현재 레일리의 상태가 썩 좋지 않다.

반면 후반기 듀브론트는 3경기에서 20이닝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후반기 롯데에서 유일하게 계산이 선발투수가 바로 듀브론트다. 하지만 그 역시 등판일정을 앞당겨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듀브론트는 2016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인한 재활로 실전 등판이 매우 적었던 투수다. 올 시즌 초반 듀브론트가 부진했던 이유도 그 후유증을 원인으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이런 선수에게 무리한 등판 일정을 소화하게 했다가는 자칫 잘못하면 성적은 성적대로 나빠지고 선수의 몸상태도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후반기 승수를 쌓아 순위 경쟁에 들어가야 하는 롯데가 승부수로 다른 것도 아닌 외국인 투수의 등판 일정을 앞당기는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바꿔 말하면 팀에 그만큼 믿을만한 국내 선발투수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선발 에이스였던 박세웅의 경우 7월 26일 뒤늦은 시즌 첫 승을 신고하긴 했지만 1일 경기 초반부터 난타당하며 2.1이닝만에 강판당했다. 불혹을 앞두고 있는 베테랑 송승준 역시 선발진을 꾸준히 지키기에는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다. 때문에 롯데는 올 시즌 선발진의 기둥 역할을 김원중에게 기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평균자책점 7.18인 김원중은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에서의 약점이 여전하다.

▲ 2018시즌 롯데 선발투수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2018시즌 롯데 선발투수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8시즌 롯데 선발투수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롯데 선발진이지만 시즌 초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특히 롯데 벤치는 후반기 이후 선발 노경은의 존재를 잊은 것은 아닌지 되새겨야 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노경은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2016시즌 트레이드 이후 롯데에 합류한 노경은은 해당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추후 롯데의 선발진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7시즌엔 1군에서 난타당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2017 ERA 11.66)

그리고 지난해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노경은처럼 30대 중반의 베테랑이 1군에 진입하지 못하고 2군에서 시간을 보낼 경우 대개 은퇴를 결정하곤 한다. 하지만 노경은은 이를 계기로 이를 악물었다. 퓨쳐스리그에서 체인지업이나 투심 등 그간 사용하지 않던 구종들을 차분하게 실험을 해보며 칼을 갈았다. 그리고 2018시즌 초반 1군 선발진이 흔들리는 시점에 구세주처럼 등장해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노경은은 올해 11번 선발등판에서 6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선발등판 중 50%가 넘는 비율로 3-4번 선발로서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레일리, 듀브론트와 비교해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수치다. (레일리 20회 등판 10QS, 듀브론트 20회 등판 11QS)

더구나 노경은을 제외한 롯데 국내 선발투수들의 퀄리티스타를 모두 합해도 6회에 불과하다. 풀타임을 소화한 김원중이 고작 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을 뿐이고 선발등판이 많지 않았던 윤성빈과 박세웅은 1번뿐이다.

 7월 이후 불펜에서 기용되고 있는 롯데 노경은

7월 이후 불펜에서 기용되고 있는 롯데 노경은 ⓒ 롯데 자이언츠


기록만 봐도 올 시즌 노경은은 롯데 국내 선발투수 중 가장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 시즌 노경은처럼 전력 외로 예상되던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해주는 것은 팀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하지만 그 행운을 전력의 상수로 바꾸는 것은 벤치의 능력이다.

2012시즌 두산에서 노경은이 선발투수로 자리 잡을 당시에도 불펜으로 시작했지만 벤치에서 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선발 투수로 기용하며 로테이션에 정착 시켰었다. 이후 2년동안 노경은은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이듬해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올 시즌 노경은은 전성기에 버금가는 투구로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듯 했다. 하지만 롯데 벤치는 7월 이후 노경은의 보직을 불펜으로 변경시켰다. 그리고 롯데는 후반기에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부족해 외인 투수들의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5위 도약을 위해 승부수를 띄운 롯데는 남은 44경기에서 사력을 다해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국내 선발 중 최고의 성적을 남긴 노경은을 불펜에 방치하고 외국인 투수의 등판만 앞당기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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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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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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