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 마무리라는 안락한 보직을 버리고 험난한 선발 도전을 선택했던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은 2004년 보스턴에서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한 후 2005년 트레이드를 통해 콜로라도 로키스로 이적했다. 2007년 5월까지 햇수로 세 시즌 동안 콜로라도에서 활약한 김병현은 선발 투수로 50경기에 나서며 14승26패 평균자책점5.33을 기록했다. 김병현의 이름값에 비하면 콜로라도에서의 성적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지난 1997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써니' 김선우도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워싱턴 내셔널스를 거쳐 2005년 8월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었다. 김선우는 2005년 9월 25일(이하 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완봉승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콜로라도에서 두 시즌 동안 5승1패 5.97에 머물렀다. 김선우 역시 콜로라도에서 보낸 2년은 자신의 빅리그 커리어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셈이다.

해발 1600m에 위치한 콜로라도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유명하다. 박찬호나 류현진(LA다저스) 같은 한국인 투수들도 좋은 구위를 뽐내다가도 콜로라도 원정만 떠나면 난타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악명이 높은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쓰는 역대 3번째 한국인 투수가 탄생했다. 26일 트레이드를 통해 콜로라도로 이적하게 된 '돌부처' 오승환이 그 주인공이다.

오승환 귀국 "아쉬운 시즌, 거취는 모든 가능성 고려" 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오승환이 1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향후 행보에 대해 "지금은 저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정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오승환은 현재 소속 팀인 세인트루이스와 계약 만료로 다시 자유계약 선수가 됐고 세인트루이스와의 재계약 논의, 다른 팀과 입단 협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2017.10.11

오승환 ⓒ 연합뉴스


새로운 환경, 새로운 보직도 완벽히 적응해낸 '돌부처'

오승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2년 최대 925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가 텍사스가 오승환의 팔꿈치 부상을 문제 삼으면서 계약이 파기됐다. 결국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지난 2월 26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1+1년 최대 725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시기가 늦어지면서 시즌을 준비할 시간을 상당부분 놓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3년 동안 한·미·일 프로야구를 거치며 396세이브를 기록한 백전노장 오승환은 새로운 환경과 부족한 준비기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시즌 개막 후 경기를 거듭할 수록 구위가 살아난 오승환은 5월까지 1승1세이브6홀드2.13을 기록하며 토론토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6월 한 달 동안 세 번의 블론 세이브를 포함해 3승2패1세이브3홀드4.85로 주춤했지만 7월 들어 다시 9경기 8.2이닝 1실점으로 본연의 구위를 되찾았다.

오승환은 올 시즌 48경기에 등판해 47이닝을 던지며 4승3패2세이브13홀드2.68을 기록하며 토론토 불펜진에서 가장 안정된 구위를 뽐냈다. 하지만 토론토는 전반기까지 43승52패에 머물며 가을야구 경쟁에서 멀어졌고 연봉대비 뛰어난 성적을 자랑하는 불펜투수 오승환은 트레이드 시장에서 주가가 상승했다. 결국 토론토는 2명의 마이너리그 선수와 추후지명선수 혹은 현금을 받는 조건으로 오승환을 콜로라도로 보냈다.

오승환이 새로 합류하게 될 콜로라도는 1993년부터 리그에 참가해 작년까지 총 4번밖에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최근 강력한 타선을 앞세워 조금씩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콜로라도는 작년 시즌에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 8-11로 패했지만 한 경기나마 가을야구를 경험한 바 있다.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쓰는 만큼 작년에도 강력한 타선이 돋보였지만 역시나 허약한 마운드에 발목이 잡혔다.

콜로라도의 와일드카드 경쟁에 힘을 실어줄 오승환

콜로라도는 올 시즌에도 26일까지 54승47패를 기록하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애리조나 등과 함께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다저스와의 승차도 1.5경기에 불과해 지구우승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 놀란 아레나도,찰리 블랙먼,트레버 스토리 같은 강타자들을 보유한 콜로라도는 팀 평균자책점 4.71(NL 13위)에 머물러 있는 마운드가 약점으로 꼽힌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은 5.26(NL 최하위)에 불과하다.

콜로라도는 캔자스시티 로얄스와 시카고 컵스 시절 세 번이나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웨이드 데이비스가 뒷문을 지키고 있지만 데이비스는 올 시즌 1승3패28세이브4.50에 그치고 있다. 캔자스시티 시절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적이 대폭 하락한 셈이다. 브라이언 쇼(3승5패6.98)와 크리스 러신(2패6.81), 제이크 맥기(1승3패5.97) 등 다른 불펜 투수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산동네 7년 차' 애덤 옥타비노(4승2패3세이브1.49) 정도만 불펜 투수 중에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따라서 수준 높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2.6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오승환의 합류는 콜로라도 불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역시 쿠어스필드 적응 여부.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이던 지난해 5월 28일 쿠어스필드에서 한 차례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한 바 있다. 한 번의 등판으로 적응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지만 오승환이 고지대를 낯설어하지 않고 자기 공을 뿌렸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오승환이 당장 올스타 출신 마무리 데이비스를 제치고 콜로라도의 마무리 자리를 차지할 확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바뀐 홈구장에 적응만 잘 하면 토론토 시절에 비해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콜로라도 구단 역시 오승환이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양대리그에서 검증된 수준 높은 불펜 투수를 최소한의 출혈로 영입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산사나이'가 된 오승환이 반년 만에 돌아온 내셔널리그에서도 한결 같은 구위를 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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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콜로라도 로키스 오승환 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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