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네이션 프리 그래미 브런치 행사에서 만난 박재범과 제이지(JAY-Z)

락네이션 프리 그래미 브런치 행사에서 만난 박재범과 제이지(JAY-Z) ⓒ 박재범 인스타그램


박재범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힙합의 거물이다. 우선 그는 한국 힙합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레이블 중 하나인 AOMG의 수장이다. 동시에 하이어 뮤직(H1GHR MUSIC)을 이끌면서, 그루비룸, Ph-1, 김하온, 우디고 차일드 등 능력있는 뮤지션들을 열정적으로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박재범을 가장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뮤지션 그 자체로서의 성실함이다. 그는 < Worldwide >, < Everything You Wanted >, 등 높은 퀄리티의 정규 앨범들을 발표하는 한편,  다양한 음악 프로젝트에 힘을 쏟았다.

그가 지난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 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몇년간 박재범이 걸어온 길에 대한 헌사라고도 할 수 있었다. 리스너와 평론가들은 일제히 이 뮤지션의 성실함에 박수를 보냈다. 많은 작업물을 연달아 내놓으면서도 퀄리티는 떨어지지 않았으니, 자격은 충분했다.

이제 박재범에 대하여 '아이돌 출신이었으니, 리얼 힙합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리스너는 찾아볼 수 없다. 박재범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고자 분주히 뛰어다녔다. 그리고 지난 2017년 7월 20일, 박재범은 또 다른 쾌거를 가지고 왔다. 제이지(JAY-Z)가 이끌고 있는 락네이션(Roc Nation)과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박재범은 비욘세를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박재범이 '나는 제이팍이다'라고 소개하자, 비욘세가 '알고 있다. 당신 재능있다.(You're talanted)'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로서는 '음악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가 락네이션과의 계약 소식을 알리고 1년 정도 지난 올해 여름, 박재범이 첫 미국 EP를 발표했다. < ASK BOUT ME >라는 제목이다. 철저한 현지화를 시도했다는 인상이다. 전곡이 영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물론, 본토에서 유행하고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에 집중했다. 많은 팬들이 알고 있다시피, 박재범의 가장 큰 장점은 힙합과 R&B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역량이다. 'SEXY 4 EVA', 'Millions'와 'Chosen1'을 비교해서 들어보면 느낄 수 있다. < ASK BOUT ME >역시 '랩퍼 박재범'과 '보컬리스트 박재범'의 모습을 잘 공존시킨 작품이다.

박재범, 다시 출발점에 서다

 박재범의 미국 데뷔 앨범 < ASK BOUT ME >

박재범의 미국 데뷔 앨범 < ASK BOUT ME > ⓒ Stone Music Entertainmen


해외 뮤지션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역시 눈여겨볼만한 점이다. 지난해 식케이와 함께 부른 'YAHCT'의 영어 버전이 수록되었는데, 이 버전에서는 빅 멘사(Vic Mensa)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빅 멘사는 촉망받는 얼터너티브 힙합 뮤지션이자,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와의 작업으로도 알려진 뮤지션이다. '석쇠 갈비'와 '안주'라는 다분히 한국적인 노랫말이 인상적인 선공개곡 'SOJU' 역시 수록되었다.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강력하게 드러내는 이 곡에서는 트랩(Trap)의 대표 주자인 투체인즈(2Chainz)가 피쳐링했다. 두 번째 선공개곡인 'FSU'에는 'GASHI'와 'Rich The Kid'가 피쳐링했다.

이번 앨범에서 눈여겨 볼 수 있는 점은, 저명한 해외 뮤지션들이 피처링했으나, 비트는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프로듀서(그루비룸, 차차말론, 우기)들에 의해 빚어졌다는 것이다. 새롭다 싶은 음악은 없지만, 이 신선한 조합만으로도 듣는 재미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 인터뷰에서 박재범은 '한국 뮤지션들이 만들어도 미국 뮤지션들에게 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말하자면, '본토에서도 꿀리지 않는 수준의 작품'을 꿈꿨다는 것이다.

< ASK BOUT ME >는 박재범이 정신없이 달려온 8년이 만든 결과물이다. '워커홀릭' 박재범은 당당하게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이제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다. 앞으로 그의 가사에 추가될 새로운 스웨그(SWAG)들이 기대된다. 누가 아는가. 제이지나 제이콜(J.Cole)의 이름을 박재범의 앨범에서 찾아보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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