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크레더블2>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영화 <인크레더블> 1편은 2004년 개봉됐다. 픽사 스튜디오가 디즈니로 인수되기 이전이었던 당시 <인크레더블>은 전 세계 6억 달러(한화 약 6700억 원)를 벌어들였다. 1편에서는 수퍼히어로 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수퍼히어로 가족 '인크레더블'이 겪는 일들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전개가 굉장히 속도감이 있었고 던지는 메시지도 좋았다. 무엇보다 <인크레더블>은 훌륭한 가족 영화였기에 가족 단위의 관객들도 많았다. 그 <인크레더블>이 14년 만에 속편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 1, 2가 등장한 이후 수퍼 히어로물에는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두려움을 다루는 서사가 많다. <인크레더블> 역시 이 서사를 가족영화의 카테고리로 끌어들여 한 가족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꽤 디테일하게 보여줬다. 수퍼히어로 금지법의 영향으로 일을 못하게 된 밥 파/미스터 인크레더블(목소리: 크레이그 T. 넬슨)은 넥타이를 매고 보험사에서 일을 합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을 하게 된 밥 파는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들 사이에서도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후반부에는 결국 다시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게 되고, 무엇보다 가족인 헬렌 파/엘라스티걸(목소리: 홀리 헌터), 대쉬(목소리: 스펜서 폭스), 바이올렛(목소리: 사라 보웰), 갓난아기 잭잭 등과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엄마 엘라스티걸이 이 영화의 주요 수퍼히어로
▲ 영화 <인크레더블2> 스틸 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번에 개봉하는 <인크레더블2> 역시 인크레더블스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건 엘라스티걸이다. 엄마 헬렌이 엘라스티걸로 활약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것이 전작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14년 전 가장인 아빠가 직장을 잃게 되면서 상심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엄마 엘라스티걸이 자신이 잘하던 일을 다시 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아빠 인크레더블은 여전히 실직 상태에서 가정 내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도 같이 볼 수 있다.
이런 성역할의 전복은 사실 현재 시점에서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점점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고,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도 계속 자신의 일을 찾으며 성공을 향해 가는 엄마들이 많다. 그런 와중에 아빠가 육아를 하는 비중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영화 <인크레더블>에서의 부모 역할은 누구 한 명이 돈을 벌어오고, 한 명이 가정의 일을 책임지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엄마든 아빠든 누구라도 사회생활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고, 그것이 여성인 엄마가 외부활동의 주체가 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을 영화 내내 보여주고 있다.
아빠인 미스터 인크레더블(밥 파)은 가정을 맡아 세 아이의 육아를 담당한다. 사춘기 딸, 초등학생 아들, 갓난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각각의 문제들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그의 육아 DNA를 한 단계 성장시키게 되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특히나 사춘기 딸인 바이올렛과 진행되는 에피소드들은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것 같다. 결국 가정 내의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한 인크레더블은 결국 다시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외부로 나가게 되지만, 향후에 가정 내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과 문제들을 이해하고 같이 고민하는 아빠가 되어 있을 것이다.
수퍼히어로 금지법에 대한 사회 정치적 접근
▲ 영화 <인크레더블2> 스틸 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가정의 역할 문제뿐 아니라 이번 2편도 수퍼히어로 법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전히 수퍼히어로 활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이 법안의 발효를 철회하려는 정치적 노력이 벌어진다. 영화는 그 작용과 반작용을 갈등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 그들이 일반 사람과 다르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수퍼히어로를 금지시켰지만, 실제로 그들이 막고 구하는 위험한 상황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홍보해 법안의 철회를 노린다. 이것을 하는 주최는 어떤 기업가인데, 현실에서 법안을 바꾸기 위해 벌어지는 정치 홍보와 설득 과정이 비슷해 보인다.
이 영화에서 웃음을 담당하고 있는 건 갓난아기인 잭잭일 것이다. 기상천외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잭잭의 초능력이 발휘될 때, 보는 관객들은 엄마미소가 저절로 나오지 않을까. 잭잭의 활약이 많아진 만큼 바이올렛과 대쉬의 활약이 다소 줄었지만, 마지막에 온 가족이 함께 벌이는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은 꽤나 발랄하고 신난다. 특히 이번 영화를 리드하고 있는 엘라스티걸은 영화를 더 돋보이게 하는데, 그의 능력은 몸을 쭉 늘어뜨리면서 변형하는 능력이다. 영화는 그가 어떤 상황에서 능력을 적절히 활용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능력을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몸을 풍선처럼 이용한다거나, 몸을 순간적으로 늘려 점프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매우 효과적으로 들어가 있어 유치해 보이거나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과거 몸을 늘리는 능력을 가진 판타스틱포 시리즈의 미스터 판타스틱을 아주 우스꽝스럽게 보여주던 것과 확실히 대비된다. 이 영화는 가족영화로서, 그리고 여름 시즌 영화로서 손색없는 재미를 가지고 있으며, 다음 주 부터 시작되는 여름 성수기 영화 전쟁 전에 많은 가족 관객이 볼만한 영화다. 이번 영화가 흥행하게 된다면 향후에도 시리즈물로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다.
본편 시작 전 상영되는 단편 애니메이션 <바오>도 눈길을 끈다. 동양인 어머니가 아기 처럼 살아 움직이는 만두, 바오를 키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실제로 아들을 키우는 과정을 통해 어머니가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전달된다. 눈이 작고 전형적인 동양인의 모습을 그리는 점은 아쉽다.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한 아이를 키우고 같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단편이 끝난 후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많을 것 같다. 대사가 하나도 없는 단편이지만, 그 감정을 오롯이 다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