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에는 아마야구의 또 다른 큰 행사가 열린다. 바로 국내 유일의 고교야구 선수권대회(Championship)인 제73회 청룡기 대회(조선일보, 스포츠조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가 바로 그것이다. 2018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을 겸하여 열리는 청룡기 선수권은 국내에서 가장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주말리그라는 좁은 문을 통과한 40개 학교가 청룡 여의주를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펼치는 만큼, 프로 및 야구 팬들의 관심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고졸 예정 선수로 연고지 우선 지명을 받은 9명 전원이 목동구장 그라운드에 서게 된다. 물론, 대졸 예정 선수로 LG에 연고지 우선 지명을 받은 이정용(동아대) 역시 성남고 시절, 청룡기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다. 다른 동기들보다 먼저 프로 구단의 호명을 받은 10명은 어떠한 형태로든 대회를 앞두고 서로 다른 뿌듯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난 8일을 끝으로 모든 대진 추첨도 마무리됐다. 그러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우승후보 및 이들을 견제할 복병들을 예측해 보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우승 후보는 경남, 서울, 대전, 덕수고

 호투 이후 동료들과 기뻐하는 서울고 투수 최현일(등번호 42번)

호투 이후 동료들과 기뻐하는 서울고 투수 최현일(등번호 42번) ⓒ 김현희


첫 경기에서부터 전국의 강호들끼리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흥미진진한 가운데, 우승 후보로 손꼽힐 수 있는 학교는 덕수, 경남, 대전, 서울고로 압축된다. 이들은 순조롭게 각 시드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면 4강까지는 무난할 수 있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그 중 경남고는 전국대회를 치르기에 가장 유리한 상황이다. A급 투수 재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투구수 제한이라는 변수를 감안해 보았을 때 양질의 투수 숫자가 많다는 점은 커다란 경쟁 우위를 갖는다. 전반기에서는 주로 마무리 투수로만 나왔지만, 롯데 우선지명을 받은 광속구 사이드암 서준원은 한현희(넥센)의 경남고 시절보다 낫다는 평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되어 기세도 올라 있는 상황이다. 서준원을 피해간다 해도 좌완 이정훈과 우완 남상현, 혼자 2승을 거둔 이준호에 2학년 최준용까지 대기하고 있어 누가 등판하든 난공불락이다. 한동희(롯데) 못지않다는 3루수 노시환, 지난해 대통령배 타격상 수상자이자 후반기 첫 사이클링의 주인공인 김현민(유격수)이 버틴 타선 역시 만만치 않다.

서울고의 투수 인재들 역시 경남고 못지 않아 우승 전력에 근접해 있다. 지난해 준우승 포함, 청룡기 2회 연속 결승에 올랐던 저력을 가볍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 서울 지역 1차 지명이 유력했던 광속구 쓰리쿼터 최현일을 필두로 사이드암 정우영, 좌완 이교훈, 우완 김도영까지 대기중이다. 1학년 때부터 148km를 던지면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최현일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구속을 151km까지 끌어 올렸다.

 1차 지명 발표 이후 기뻐하는 서준원과 가족들. 맨 우측이 롯데 이윤원 단장이다.

1차 지명 발표 이후 기뻐하는 서준원과 가족들. 맨 우측이 롯데 이윤원 단장이다. ⓒ 김현희


또한, 지난해부터 선발 수업을 받은 이교훈도 경기를 치를수록 안정감이 더해진다. 올해 청소년 대표로도 선발되어 좌완 릴리프 요원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또 다른 사이드암 정우영 역시 145km에 이르는 빠른 볼이 강점이며, 김도영 역시 한 경기를 너끈히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이 있다. 타선의 힘은 되려 마운드를 압도한다. 지난해부터 서울고 타선을 이끈 장민석, 김주영, 송승환 트리오가 굳건한 가운데, 이대희도 지난해 추계리그를 통하여 점차 두각을 나타냈다. 2학년 강민은 좋은 체격 조건에서 비롯된 장타력이 일품이다. 원래 투수였던 만큼, 마운드에도 오를 수 있다.

대전고는 이번 청룡기 선수권에서 무난한 대진표를 받아들였다. 오랜 기간 팀을 이끈 김의수 감독은 그래서 내심 8강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황금사자기 1회전에서는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서울고에 4-3으로 승리했던 경험도 있다. 그 멤버들이 거의 그대로 남았다는 점도 대전고에 호재다. 3학년 에이스 이재환이 대전고 마운드를 이끈다. 가장 안정적으로 공을 던질 수 있고, 경기 운영 능력 또한 빼어나다. 빠른 볼 최고 구속은 144km. 그런데, 이재환을 뒷받침하는 2학년 듀오가 더욱 무섭다.

우완 한건희는 포수 출신으로 145km에 이르는 묵직한 볼이 일품이며, 좌완 홍민기는 동문 대선배인 구대성의 대전고 시절을 연상하게 한다. 좌완 투수가 147km의 빠른 볼로 윽박지르면, 치기 쉽지 않다. 타선은 올해 청소년 대표로도 선발된 유격수 윤수녕이 물꼬를 튼다. 발 빠르고, 상당히 빼어난 야구 센스를 지니고 있다. 3번을 치는 주장 이윤오는 지난해 3할 6푼을 기록했던 교타자. 올해 힘이 붙어 장타력도 늘어났다. 4번을 치는 최기혁도 장타력이 일품이며, 유틸리티 내야수 조한민은 대전구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기록할 만큼 한 방을 갖췄다.

 장타력이 일품인 대전고 조한민(사진 좌)과 에이스 이재환(사진 우)

장타력이 일품인 대전고 조한민(사진 좌)과 에이스 이재환(사진 우) ⓒ 김현희


지난해 4강전에서 서울고에 패하면서 대회 3연패를 눈 앞에 놓쳤던 덕수고는 지난해보다 다소 못한 전력이 고민거리다. 양백김(양창섭-백미카엘-김동찬) 트리오도, 양박 듀오(박용민-박동수)도 없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무난한 조 편성을 받아들인데 이어 저학년 때부터 전국 본선 무대를 경험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건다. 올해 덕수고 마운드에는 학년별로 한 명씩 에이스가 숨어 있다.

3학년 홍원빈, 2학년 정구범, 1학년 장재영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홍구영 트리오'는 강력한 속구를 보유하면서도 완투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포수 출신이지만, 동계 기간 내내 정윤진 감독의 교육을 받으면서 무시무시한 투구를 펼치는 홍원빈, 미국 유학파 출신의 좌완 정구범, 그리고 넥센 장정석 감독의 아들이면서도 아버지의 명성을 뛰어 넘으려는 152km의 사나이 장재영 모두 특별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는 공통분모도 지니고 있다. 팔목 힘이 좋은 리드오프 김지훈, 발 빠른 외야수 양홍영에, 포수를 겸하는 2학년 노지우, 4번 타자 김주승 및 2학년생 기민성이 버티고 있는 타선은 작전 수행 능력이 뻬어나고 짜임새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버지(넥센 장정석 감독)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덕수고 1학년 장재영

아버지(넥센 장정석 감독)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덕수고 1학년 장재영 ⓒ 김현희


경북, 천안북일, 신일, 장충고, 청룡기 우승 노리는 복병

그렇다면, 이들을 견제할 경북, 천안북일, 신일, 장충고는 어떻게 복병으로 손꼽힐 수 있을까? 대진 결과에 따라서 충분히 결승 무대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우승 후보로 손꼽혔지만, 8강을 앞두고 눈물을 흘려야 했던 경북고는 올해 에이스 원태인이 연고지 1차 지명을 받으면서 사기가 끌어 올려진 상태다. 전체적인 전력은 지난해보다 다소 못하지만, 적어도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가용 전력이 많아졌다는 점에 기대를 걸 만하다. 원태인을 포함하여 전반기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좌완 오상민이 마운드에서 힘을 보탠다. 재활 이후 147km의 속구를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틈틈이 자기 몫을 다 한 황동재도 짠물 투구로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였다. 타선에는 지난해 홈런포를 자주 쏘아 올린 경험이 있는 4번 타자 배성렬을 비롯하여 투수와 타자를 넘나들며 맹활약하는 원태인, 신들린 방망이 실력을 과시한 포수 이건희, 내야수 강민성 등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배지환(피츠버그)에 이어 유격수 자리를 차지한 리드오프 조도현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다만, 이 모든 시나리오는 1회전에서 우승 후보 경남고에 승리를 거두었을 때 실현이 가능하다.

 신경현 코치(前 한화 포수)의 아들이기도 한 2학년 에이스 신지후

신경현 코치(前 한화 포수)의 아들이기도 한 2학년 에이스 신지후 ⓒ 김현희


전통적으로 타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천안북일고는 올해를 기점으로 안정된 마운드까지 구축하면서 충청지역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8 유격수 4천왕 후보 중 한 명인 톱타자 이현을 필두로 이정훈 한화 스카우트 팀장이 직접 '포스트 김태균'으로 지목한 4번 타자 변우혁, 석지훈-고승민 듀오가 불방망이 실력을 선보였다. 이들 넷은 이미 지난해에도 1차 검증이 끝난 유망주들이었다. 수준급 투수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도 반가운 소식. 전반기 내내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던 김정원을 비롯하여 속구 투수 최재익-최재성 듀오에 지난해 1학년의 몸으로 146km의 속구를 던진 우완 신지후까지 버티고 있다. 제구 잡힌 속구는 프로 선수들도 치기 어려운 법이다.

전반기에 열린 황금사자기 본선무대에서 우승 후보로 손꼽힌 서울고에 완승을 거두면서 승승장구했던 신일고는 이 모습을 후반기에도 보여줄지 지켜볼 만하다. 대체로 무난한 대진 결과를 받아든 가운데, 저학년들을 중심으로 한 짜임새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190cm 장신 에이스 김이환이 이끄는 마운드가 상당히 안정적이다. 144km의 빠른 볼을 바탕으로 묵직한 공을 던질 줄 안다.

 신일고의 대들보, 포수 김도환

신일고의 대들보, 포수 김도환 ⓒ 김현희


사이드암 이재광 및 1학년생 이용준도 자신 있게 공을 던질 줄 아는 유망주. 이 셋은 큰 경기에도 강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타선의 중심은 안방마님이자 4번 타자 김도환이다. 장타력과 수비력,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다. 투-타를 넘나드는 내야수 문보경과 박진 듀오를 포함하여 리드오프 송재선, 그리고 2학년생 김휘집까지 가세한 타선의 짜임새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로 몰아치기에 능한 2학년생 안동환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역시 우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8강 길목에서 발목이 잡히는 장충고 역시 사실은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갖추고 있는 강팀이다. 지난해 장충고 마운드를 이끌었던 '성동건 듀오(LG 성동현-KT 최건)'가 빠져나간 공백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다. 좋은 체격 조건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km의 속구가 일품인 송명기를 비롯하여 투-타 올라운더 김현수/이석제 듀오, 그리고 사이드암 김준영이 마운드에서 대기 중이다.

 장충고의 투/타 올라운더, 이석제(사진 좌)-김현수(사진 우) 듀오

장충고의 투/타 올라운더, 이석제(사진 좌)-김현수(사진 우) 듀오 ⓒ 김현희


투-타 올라운더들은 여차하면 타자로도 등장할 수 있어 어떠한 형태로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타선의 힘 역시 마운드를 능가할 정도. 4번 타자 이영운을 비롯하여 무서운 2학년 신예 박주홍이 장타력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도 좋지만, 테이블 세터의 상태가 전국 톱클래스 수준이다. 2018 유격수 4천왕 후보 중 하나인 박민석, 도루왕 이후석 모두 컨텍 능력이 좋으면서도 누상에 나가면 무조건 뛰는 이들이다. 이러한 유형의 선수가 많을수록 강팀이라도 어려움을 느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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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기 고교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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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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