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첫 방송된 tvN 새 예능 <대탈출> 포스터.

지난 1일 첫 방송된 tvN 새 예능 <대탈출> 포스터. ⓒ CJ E&M


강호동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최정상의 예능인 중 한 명이다. 한동안의 슬럼프를 뒤로하고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 <아는 형님>과 tvN <신서유기>를 통해 부활에 성공했다. 그는 6월 25일 첫 방송한 올리브TV <섬총사> 시즌2를 시작으로 tvN <대탈출>, SBS플러스 <외식하는 날>까지 불과 3주 사이 세 편의 새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대탈출>, 두뇌 서바이벌 예능과 강호동의 낯선 조합

 지난 1일 방영된 tvN <대탈출>의 한 장면.  추리 예능과는 거리가 먼 강호동은 여전히 두뇌 플레이 대신 힘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의외의 웃음을 선사하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했다.

지난 1일 방영된 tvN <대탈출>의 한 장면. 추리 예능과는 거리가 먼 강호동은 여전히 두뇌 플레이 대신 힘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의외의 웃음을 선사하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했다. ⓒ tvN


지난 1일 첫 선을 보인 tvN <대탈출>은 앞서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등을 연출하며 주목 받은 정종연 PD와 강호동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도 그럴 것이 힘 혹은 투박함으로 대표되는 강호동은 그간 긴박한 상황에서 현명한 두뇌 플레이를 시도하는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멀었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각광 받았던 두뇌 서바이벌 및 추리 예능은 명문대 출신 고학력자 출연진을 중심으로 지적 능력을 강조했다. 그렇기에 과연 강호동이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시청률 1.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을 기록한 지난 1일 첫 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각은 분명 엇갈렸다. <대탈출>이 치밀한 구성의 추리력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이 분명 아니었기에, 제2의 <더 지니어스>나 <소사이어티 게임>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표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이날 방영분에서 강호동은 캐비닛 문을 열쇠 없이 뜯으며 여전히 머리 대신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다시피 했고 숫자 조합을 통한 번호 풀이는 실패했다. 반면 기존 추리 예능 프로그램을 어렵다고 느꼈던 시청자들에겐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는 의견도 있다. 비록 높은 난이도는 아니었지만 문제를 풀지 못하고 쩔쩔 매는 강호동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웃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 지니어스>는 열성적인 마니아층의 환호와 달리, 시청 진입장벽이 높아 흥행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JTBC <크라임씬> 역시 시즌3까지 제작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추리 예능 프로그램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정종연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강호동, 김종민 같은 의외의 출연진을 새롭게 내세운 건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쉽게 프로그램에 적응할 수 있게끔 만든 일종의 안전 장치처럼 보였다. 그리고 신동이나 유병재 등 머리 쓰는 동료 출연진과 다르게 각종 문제풀이 과정에서 엉뚱한 예상 밖 웃음을 유발하면서 <대탈출>만의 독특한 재미 및 색깔을 만들었다. 아직 첫 숟가락을 뜬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단 첫 방영분 속 강호동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낸 것으로 보인다.

<섬총사>, 가장 잘 하는 분야로의 귀환

 지난 2일 방영된 올리브TV <섬총사> 시즌2의 한 장면. 언제나 그렇듯이 강호동은 후배 이수근을 구박하며 웃음을 자아냈고 과거 SBS <강심장>에 출연해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강심장 피해자'(?) 이연희가 예능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 모습도 보여줬다.

지난 2일 방영된 올리브TV <섬총사> 시즌2의 한 장면. 언제나 그렇듯이 강호동은 후배 이수근을 구박하며 웃음을 자아냈고 과거 SBS <강심장>에 출연해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강심장 피해자'(?) 이연희가 예능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 모습도 보여줬다. ⓒ 올리브TV


지난해 방송된 <섬총사>는 강호동, 김희선, 정용화라는 색다른 출연진 조합으로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다. 서해와 남해 인근 섬을 찾아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생활하면서 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6월 25일 첫 방송된 시즌2는 먼저 구성원에 대폭 변화가 있었다. 새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김희선, 군 입대한 정용화가 빠진 자리에 제작진은 이연희, 이수근을 새 출연진으로 내세웠다.

예능 출연과는 거리가 먼 배우와 강호동의 오른팔 격 인물이라는 양 극단의 조합은 한편으론 여타 예능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크게 새로울 것 없는 인적 구성이기도 하다. 이런 탓에 일부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듯 낯선 출연진 속에서 강호동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이끌어 나가고 있다. 아직 예능이 낯선 이연희가 조금씩 회차를 더하면서 적응하는 면을 보이는 것 역시 강호동의 힘이다.

또한 오랫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던 KBS 2TV < 1박2일 >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이들에겐 강호동-이수근이 뻔한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섬마을 생활을 통해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줬다.

30년 가까운 방송생활 동안 강호동은 과거 <캠퍼스 영상가요> 혹은 SBS <스타킹>처럼 일반인들과 호흡하는 프로그램, < 1박2일 > <신서유기>처럼 각지를 돌아다니며 펼치는 야생 예능에서 천부적인 감각을 보여왔다.

<섬총사>에는 이러한 경험 속에 쌓여온 강호동의 내공이 잔잔히 스며들었다. 앞선 시즌1에선 자신보단 김희선, 정용화, 그리고 '달타냥'으로 불리는 다양한 초대손님들을 앞세우면서 예전에 비해 부드러워진 진행으로 변화를 도모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 안 나오면 좀 어때

 <섬총사2>와 <대탈출>의 한 장면.  현재 강호동은 공중파 방송 대신 케이블, 종편 채널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섬총사2>와 <대탈출>의 한 장면. 현재 강호동은 공중파 방송 대신 케이블, 종편 채널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CJ E&M


<한끼줍쇼> <아는 형님> 등을 거치면서 제2 혹은 제3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강호동이지만 최근 2년 사이 선보였던 몇몇 프로그램은 시청률, 화제성 면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해 MBN 예능 프로그램 <내 손안의 부모님>은 고작 6회 만에 막을 내렸고 올해 E채널 <태어나서 처음으로> 올리브TV <토크몬>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비록 성공 못잖은 부진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는 여기에 개의치 않는 듯하다. 오히려 부쩍 늘어난 그의 출연작 숫자는 어떤 면에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움직인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잠정 은퇴에서 복귀한 후 KBS 2TV <달빛 프린스> <투명인간> MBC <별바라기> 등 쓰라린 실패의 기억은 오히려 강호동 예능 내공의 큰 자양분이 된 게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 지상파 3사의 프로그램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현재 종편, 케이블 예능에서 보여주는 강호동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 이상이다. 그리고 더욱 다양해진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부지런히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발걸음을 쉼 없이 내디디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강호동 예능 섬총사 대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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