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려있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이제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만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신태용 감독의 전술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매경기 다른 전술과 선수구성을 들고 나왔다. 스웨덴과 1차전에서는 다소 수비적인 4-3-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고,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는 플랜 A로 꼽히는 4-4-2 카드를 들고 나왔다.

신태용 감독이라는 '트릭'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상대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맞춤형 전술을 추구했지만 애석하게도 두 경기 모두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초반 경기 흐름은 나쁘지 않았지만 오래 가지 않아 상대에게 경기 패턴을 읽히면서 주도권을 내줬다. 이후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재라는 고질적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신 감독의 '트릭 작전'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독일은 바로 전 대회 우승팀이다. 냉정히 말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두세 수 앞선 강호이자, 멕시코-스웨덴과도 스타일이 또 다른 팀이다. 비록 이번월드컵에서는 초반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독일은 독일이다. 한국은 산술적으로나마 16강 가능성이 남아있는 독일전을 포기할 수 없지만 마냥 공격적으로 나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비적으로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4년 전 강호 브라질이 홈에서 독일에 1-7로 대패하는 참사를 겪은 데서 보듯, 독일을 상대로 섣불리 라인을 올리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선수 구성 불가피한 신태용호, 독일전에선 어떤 전술 보일까

신태용 감독 '독일전 승리 전략은?'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코치진과 대화하고 있다.

▲ 신태용 감독 '독일전 승리 전략은?'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코치진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호로서는 독일전을 앞두고 또다시 선수 구성과 전술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스웨덴전의 풀백 박주호에 이어 멕시코전에서는 주장이자 부동의 플레이메이커 기성용마저 부상을 당해 독일전 출장이 불가능해졌다. 기성용은 4-4-2, 4-3-3 혹은 3-5-2에 이르기까지 어떤 포메이션에서도 수비와 미드필더를 넘나드는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지난 10여 년간 중요한 경기에서 기성용이 없는 대표팀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독일전에서 주장 완장은 손흥민이 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원에서는 구자철-정우영-주세종 등으로 구성된 미드필드진이 기성용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 신태용 감독의 선호도를 고려하면 정우영이 대체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정우영은 지난해 동아시안컵을 비롯하여 기성용이 빠진 A매치에서 여러 차례 그의 역할을 대체했던 경험이 있다. 혹은 여러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구자철이나 이재성을 아래로 내리거나 혹은 측면 풀백인 고요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가동하는 방법도 있다.

주전 센터백 장현수의 출장 여부도 변수다. 장현수는 이번 대회에서 두 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했으나 한국이 허용한 3실점에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여론의 엄청난 뭇매를 맞았다. 특히 지난 멕시코전에서 PK 포함, 실점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태클 실수만 두 차례나 저지른 장면은 해설위원 등 축구전문가들도 지적했을 만큼 치명적인 플레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미 평가전에서부터 크고 작은 실수로 비난을 받아왔던 장현수이기에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역시 스웨덴전 PK 허용과 멕시코전의 부진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측면 풀백 김민우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자신감과 폼이 떨어진 상황에서 또다시 장현수와 김민우를 독일전에 선발출장시킨다는 것은 선수 본인이나 감독으로서도 부담이 너무 크다. 4년 전 브라질대회에서 홍명보 감독은 부진한 플레이로 비난을 받았던 박주영과 정성룡을 결국 벨기에와의 최종전에서는 선발명단에서 제외한 바 있다.

하지만 조직력과 연속성이 중요한 수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주전급 수비수 2명을 한꺼번에 제외하는 것도 쉬운 결정만은 아니다. 왼쪽 풀백은 김민우가 빠지더라도 홍철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중앙수비는 장현수가 빠질 경우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가 없다. 이번 대회에서 비교적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김영권이 한 자리를 책임질 것이 유력한 가운데 파이팅이 좋은 오반석이나 정승현이 출장할 가능성도 있다. 혹은 중앙 미드필더도 가능한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여 기성용의 빈 자리를 대체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멕시코-스웨덴이 간격 유지와 압박으로 독일 상대한 것 참고해야

러닝하는 손흥민과 김남일 축구대표팀 손흥민과 김남일 코치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 러닝하는 손흥민과 김남일 축구대표팀 손흥민과 김남일 코치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아직까지 출장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는 6명이다. 골키퍼 김승규와 김진현, 수비수 고요한-정승현-오반석-윤영선까지 모두 수비 선수들이다. 골키퍼는 현재 조현우가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어서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지난 2경기에서 부진했던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에는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포메이션 변화에 따라 독일전에서 이들 중 깜짝 선발출장의 기회를 잡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독일전의 주전술은 멕시코전과 마찬가지로 4-4-2 혹은 4-1-4-1로 나설 가능성이 좀더 높아보인다. 이제는 상대팀을 의식하여 어색한 트릭을 추구하는 것보다도 '한국축구가 가장 잘하는 것'부터 우선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신 감독은 평가전에서 종종 스리백을 대안으로 준비해왔는데 막상 월드컵 무대에서는 한번도 가동하지 않았다. 스리백 전술의 완성도가 아직 떨어지는 탓에 자칫 공격도 수비도 모두 안되는 자충수가 될 수 있어서 독일같은 강팀을 상대로 모험을 걸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4-4-2는 최전방에서부터 적극적인 압박과 함께 미드필드에서의 수비가담도 용이한 전술이다.

한국도 어차피 독일전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서는 득점이 필요한 만큼 마냥 수비적으로만 나설수 없다. 확실한 원톱 자원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에이스 손흥민의 공격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독일 같은 강팀을 상대로 손흥민을 중앙 공격수로 혼자 놔두면 고립될 확률이 높다. 문제는 누가 '손흥민의 파트너' 역할을 수행할까 하는 대목이다. 황희찬-이재성-김신욱 등 그동안 손흥민의 파트너로 나선 공격수들이 대체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신 감독이 개인기가 좋은 이승우나 스피드가 좋은 문선민, 연계능력을 갖춘 구자철 같이 또 다른 제3의 깜짝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독일은 지난 2경기에서 모두 4-2-3-1 전술로 나섰다. 요아힘 뢰브 감독은 패스와 기술이 좋은 선수들을 대거 주용하며 중원 장악에 무게를 둔 전술을 운용해왔다. 한국전에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수비라인을 한번에 무너뜨리는 침투패스에 능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멕시코와 스웨덴이 촘촘한 간격 유지와 압박을 통하여 독일전에서 상당히 재미를 본 부분은 한국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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