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두 달이 가까워 오는 시점까지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는 외국인 선수 지미 파레디스가 부진에 빠지자 정진호, 조수행, 김인태 등을 우익수로 활용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던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의 자리를 완전히 메워준 대체 자원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억지스런 끼워 맞추기를 지양한 '건강한 포지션 경쟁'은 두산이 1위를 질주하는 비결 중 하나다.

반면에 공동 6위로 고전하고 있는 LG트윈스는 외국인 3루수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공백을 주전 1루수 양석환으로 메우게 했다. 그리고 1루 자리는 김용의, 윤대영, 김재율 등에게 맡겼는데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류중일 감독은 미봉책으로 1루 수비가 가능한 좌익수 김현수를 1루로 활용하고 있다. 확실한 3루 백업 요원을 갖추기 못했기에 벌어진 주전 선수들의 포지션 연쇄이동에 따른 혼란이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부분은 김현수가 1루수로 변신하면서 본의 아니게 주인을 잃은 좌익수 자리에 좋은 활약을 펼친 적임자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프로 입단 후 꾸준히 뛰어난 타격재능을 뽐냈으면서도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가 가르시아의 부상에 따른 포지션 이동 덕분에(?) LG의 주전 좌익수 자리를 차지한 이천웅이 그 주인공이다.

'팀 첫 대포'에 활짝 웃는 이천웅  지난 2016년 4월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개막전 한화 대 LG 경기. LG 이천웅이 2회말 1사 1루 오른쪽 펜스를 넘는 2점홈런을 때린 뒤 홈을 밟고 환하게 웃고 있다.

▲ '팀 첫 대포'에 활짝 웃는 이천웅 지난 2016년 4월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개막전 한화 대 LG 경기. LG 이천웅이 2회말 1사 1루 오른쪽 펜스를 넘는 2점홈런을 때린 뒤 홈을 밟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군입대 후 퓨처스 폭격한 육성 선수 출신의 교타자

성남서고 시절 투수로도 활약했던 이천웅은 2005년 황금사자기 4강에서 김광현(SK와이번스)이 이끌던 안산공고를 상대로 1-0 완봉승을 기록하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천웅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연고구단 SK에 2차6라운드(전체 45번)으로 지명되고도 프로 대신 고려대 진학을 선택했다.

고려대 진학 후 부상 때문에 야수와 투수를 오간 이천웅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결국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2011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한 이천웅은 2012년 이진영(KT위즈)의 부상 때 1군으로 올라와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을 때려내며 범상치 않은 타격 재능을 뽐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양적으로 풍부했던 LG의 외야진에서 이천웅은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한 채 2013 시즌이 끝나고 군에 입대했다.

경찰 야구단에 입대한 이천웅은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85 106안타9홈런53타점10도루를 기록하며 타격왕에 올랐고 2015년에도 .373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비록 퓨처스리그 성적이지만 LG 유망주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타격 성적이었다. 육성 선수 출신의 흔하디 흔한 유망주 이천웅이 LG 외야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천웅은 전역 첫 후 시즌이었던 2016년 105경기에 출전해 타율 .293 81안타6홈런41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1군 선수로 자리 잡았다. 프로 입단 후 본격적으로 타자로 전향하는 바람에 수비에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투수 출신답게 강견을 자랑하고 외야수로서 평균 이상의 주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타석에서 기죽지 않고 확실한 자기 스윙을 하는 선수라 주전과 백업, 대타요원 등 다방면에서 활용가치가 쏠쏠하다.

연봉 2800만 원짜리 무명 선수에서 9300만 원으로 연봉이 급상승한 이천웅은 작년 시즌 안익훈과 이형종 같은 또 다른 신진세력이 등장하면서 다시 입지가 작아지고 말았다. 시즌 초반 발바닥 염증으로 두 달 가까이 자리를 비운 것도 이천웅에게는 커다란 악재였다. 그럼에도 이천웅은 75경기에서 타율 .284 2홈런27타점35득점8도루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김현수에게 빼앗긴 자리, 가르시아 부상으로 되찾아 연일 맹타

하려하진 않지만 착실하게 LG의 1군 전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이천웅에게 작년 12월 19일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타격기계' 김현수가 4년11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조건에 LG와 FA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김현수와 이천웅은 같은 1988년에 태어났지만 작년까지 통산 안타가 1294-151일 정도로 비교가 되지 않는 레벨의 선수들이다.

류중일 감독은 시즌 개막 직전 좌익수 김현수, 중견수 안익훈,우 익수 채은성으로 주전 외야를 구상했고 이천웅은 부상에서 돌아올 이형종과 베테랑 임훈, 멀티 플레이어 김용의와 함께 백업으로 분류됐다. 이천웅은 4월 21일까지 13경기에서 16타수3안타(타율 .188)1타점2득점으로 부진을 이어가다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김현수의 이적과 함께 자리도 잃고 기량도 저하된 첫 번째 희생자(?)가 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이천웅은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64를 기록하며 다시 찾아올 기회를 기다렸다. 그러던 5월 11일 LG는 가르시아의 부상과 김현수의 1루 변신에 따라 외야 한 자리가 비게 되면서 이천웅을 다시 1군으로 호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류중일 감독은 임훈, 김용의 등과 경쟁을 시켜 본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천웅을 왼손 대타 요원으로 활용할 구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군의 부름을 받은 지 열흘이 지난 현재 이천웅은 LG의 새로운 붙박이 좌익수로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군 복귀 후 8경기에서 모두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천웅은 5월에 출전한 8경기에서 타율 .469(32타수15안타)2타점6득점3도루로 맹활약하고 있다. 1할대에 허덕이던 시즌 타율도 어느덧 .375까지 치솟았다. 5월 타율만 놓고 보면 김현수(.354)와 이형종(.358)을 능가할 정도로 팀 내에서 단연 으뜸이다.

물론 열흘 정도 활약했다고 해서 이천웅이 올 시즌 붙박이 좌익수를 확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머지 않은 시기에 가르시아가 복귀하면 LG는 포지션 재배치를 할 수밖에 없고 김현수가 좌익수로 복귀한다면 주전 자리를 내줄 1순위 후보는 이천웅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천웅이 가르시아가 돌아와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최근 7경기에서 3승4패로 주춤한 LG를 다시 상승세로 이끄는 '난세의 영웅'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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