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서 전북 현대모터스를 잡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인천 유나이티드FC(아래 인천)의 미래는 밝았다. 매 시즌 초반 부진으로 시즌 말미가 되어야 겨우 잔류에 성공하던 과거도 청산한 듯보였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이후 끝 없는 부진을 반복한 결과 이전의 결과를 답습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 인천은 이제 '배수의 진'을 쳐야 할 때다.

5월 1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3라운드 상주 상무프로축구단(아래 상주)과 인천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이번 맞대결 결과로 양 팀의 많은 것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주는 이번 경기 승리로 상위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선수들도 지난 2016 시즌 팀 최고 성적인 6위 이상을 노려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인천도 승점 3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리그 순위 1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인천이 이번 경기에서 패하고 꼴찌 대구FC(아래 대구)가 승리를 거둔다면 순위를 바꾸게 된다.

홈 팀 상주는 최근 분위기가 좋다. 최근 5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5경기 무패의 시발점이 된 포항스틸러스전부터 그들의 특색 있는 축구가 구현되고 있다. 기존 선수들에 더해 올 시즌 새로이 합류한 신병들의 조합도 좋다. 김민우와 심동운, 윤빛가람 등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전 포지션에 걸쳐 전력이 강화되었다. 지난 라운드 2골 1도움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도형도 또 다른 공격 옵션으로 자리 잡았기에 상주의 파괴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인천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지난 2라운드 승리 이후 10경기 동안 승리가 없다. 순위도 당연히 바닥을 치고 있다. 시즌 초반 중위권을 형성하던 순위는 점차 하락하더니 11위로 떨어졌다. 결국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이기형 감독이 지난 10일 사퇴를 결정했다고 몇몇 언론의 보도가 터져 나왔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감독 사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천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인천의 창은 날카롭다

이기형 감독의 사퇴 문제로 인천은 경기 내·외적으로 뒤숭숭해졌다. 인천은 야속하기만 하다. 경기력이 좋지 않으면 부진한 결과를 수긍할 텐데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기에 속이 답답하다. 특히 최근 몇 년 중 인천의 공격력이 가장 강하다는 평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크다. 우선 무고사, 쿠비, 문선민이 이루는 삼각 편대의 힘이 좋다. 인천의 공격 스타일은 단순하다. 수비에서 공을 끊고 중앙으로 연결한 다음 쿠비와 문선민의 측면을 이용하는 공격이 주를 이룬다.

격려하는 인천 선수들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프로축구 K리그1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1-1 무승부를 기록한 인천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8.4.1

▲ 격려하는 인천 선수들 지난 4월 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프로축구 K리그1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1-1 무승부를 기록한 인천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쿠비와 문선민은 상대의 측면을 집요하게 공략한다. 스피드와 개인기에서 강점을 보이는 그들은 상대 수비가 복귀하기 전 역습을 주도하며 인천의 공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측면 싸움에서 쿠비와 문선민이 우위를 보이면 다음은 무고사 차례다. 188cm에 81kg의 탄탄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무고사는 상대 센터백들과의 경쟁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 센터백 사이를 파고들며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처럼 무고사가 중앙에서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니 쿠비와 문선민이 측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나고 있다. 그리고 무고사는 단순하지만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벗겨낸 후 슈팅 찬스를 잡아간다. 그가 터트린 6골 중 대부분이 이러한 움직임에서 파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선의 아길라르도 이 삼각 편대를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시즌 1년 임대로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당초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그라운드에서 첫 선을 보인 그는 클래스가 다른 활약을 선보이며 인천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최근 경기에서도 아길라르의 번뜩임은 지속됐다. 넓을 시야를 활용해 측면을 침투해 들어가는 선수에게 적절한 전진 패스를 넣어주는가 하면, 자신감 있는 볼 키핑을 통해 자신이 중원에서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기도 했다. 12경기를 치른 현재 아길라르는 벌써 3개의 도움을 올리며 인천의 삼각 편대가 올린 12득점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지속적인 수비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

인천의 공격진 활약에 힘입어 인천은 15득점을 기록 중이다. 7위 강원FC(아래 강원)를 제외하고 하위권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수비력이다. 사실 인천의 최대 강점은 수비력이다. 매 시즌 하위권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잔류에 성공하는 이유도 이 수비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 인천의 '짠물 수비'는 실종됐다. 현재 총 실점 22점으로 강원, 전남 드래곤즈, 대구에 이어 실점률이 가장 높다.

그리고 후반 막판 실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좋지 않은 흐름이다. 경기의 대부분을 공격적으로 나서며 리드를 잡지만 후반 막바지 수비수들의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다. 극장골을 허용한 경기도 벌써 3경기. 수비 시 많은 수비 숫자를 대동하지만 수비수들이 상대 공격수들에 대한 마킹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서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으며 뒷 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선수들을 종종 놓치는 데다, 세컨볼 처리도 한 발 늦다. 

 지난 22일 오후 부산 구덕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부산 아이파크와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상주 상무 여름이 선취골을 터트린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22일 오후 부산 구덕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부산 아이파크와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상주 상무 여름이 선취골을 터트린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맞대결 상대인 상주도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공산이 높다. 상주는 주포 주민규의 부상으로 수비수 이광선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우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의 포지션 변화였지만 이는 의외의 상주 공격의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192cm의 큰 신장을 가지고 있는 이광선은 인천의 센터백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상주의 양측 풀백들은 크로스가 좋다. 홍철과 김태환이 높은 위치까지 오버래핑을 시도해 이광선을 향한 정확한 크로스를 올리면 이광선이 이를 직접 처리하거나, 침투해 들어오는 2선 미드필더에게 세컨볼을 내주는 식의 공격이 원활히 돌아가는 중이다. 따라서 인천의 수비가 집중력을 잃으면 후반 막판 상주가 이광선을 이용한 단조로운 크로스만 반복해도 팀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인천은 결국 수비 안정화가 시급하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향후 수비 라인 변화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인천은 그동안 수비 라인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체력적인 문제가 나타났고, 변화를 줬는데도 여전히 실점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빠르게 수비 라인의 주전 멤버를 찾아 수비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선결해야 한다. 최하위 대구와의 승점 차도 단 1점 차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곧장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인천 선수들이 상주 원정에서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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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상주상무프로축구단 인천유나이티드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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