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챔피언> 포스터

영화 <챔피언>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챔피언>(감독 김용완/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은 '팔씨름'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스포츠를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수많은 스포츠 영화(특히 복싱 같은 격투기 소재)에서 익히 접해왔던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된 마크(마동석 분)은 팔씨름 챔피언을 꿈꿨지만 현실은 클럽 경비 요원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인물이다. 자칭 세계 최고 스포츠 에이전트를 자처하는 진기(권율 분)의 설득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팔씨름에 대한 희망을 키우면서 자신을 버린 어머니의 흔적을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마주치는 여동생 수진(한예리 분)과 어린 두 조카, 그리고 사채업자 창수(양현민 분), 전 한국 팔씨름 챔피언 콤보(강신효 분),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강력한 맞상대 펀치(이규호 분) 등을 등장시켜 경기 외적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마동석 특유의 캐릭터로 유쾌한 웃음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실베스터 스탤론의 1987년작 <오버 더 톱>(Over The Top)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챔피언>은 철저히 주연을 맡은 마동석 1인에 의존한 작품이다. 팔씨름이란 종목에 걸맞는 인물이 마동석 말곤 딱히 떠오를만한 배우가 없을 만큼 그의 존재감은 이 영화에선 절대적이다.

주인공 마크의 엄청난 체격과 먹성을 활용해 영화에선 중간 중간마다 잔재미를 주는 상황들이 등장한다. 돌잔치 행사, 콩비지찌개집, 한의원, 시내버스 등 생뚱 맞은 공간에 놓인 마크의 행동은 다소 작위적인 배경 설정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웃음을 쉼없이 이끌어낸다.

'범죄영화 아님'이라는 문구를 담았던 개봉 전 티저 포스터처럼 멋쩍은 상황에 놓인 마크의 모습은 다소 투박하게 진행될 수 있는 스포츠 소재 영화에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담당한다.

그리고 스포츠 영화 특유의 시합 과정에선 비교적 빠른 진행을 택하면서 영화 막판 박진감 있는 승부를 시원하면서 통쾌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생소한 소재, 그러나 스포츠 영화의 진부함은 그대로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마크의 챔피언 도전을 가로막는 사채업자 유창수(양현민 분), 막강한 힘을 과시하는 팔씨름 선수 펀치(이규호 분).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마크의 챔피언 도전을 가로막는 사채업자 유창수(양현민 분), 막강한 힘을 과시하는 팔씨름 선수 펀치(이규호 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반면 <챔피언>은 기존 스포츠 영화의 진부함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대개 이런 형식의 작품에선 주인공 선수의 성공을 방해하는 악당 캐릭터가 빠짐없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챔피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상가 상인들 상대로 사채업을 하는 창수와 그의 오른팔 김팀장(남연우 분), 그의 큰 손 제이슨(박선호 분)과 팔씨름 대회의 끝판왕 펀치 등을 차례로 등장시켜 마크의 챔피언 도전에 훼방을 놓으려 한다.

그런데 이들의 캐릭터는 극히 단편적이고 평이한 성격에 머물면서 관객들의 큰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마치 어깨에 힘주고 있는 폼은 다 잡았지만 힘 한번 제대로 못쓰고 도망치는 건달 마냥 변죽만 울리고 마는 정도에 머문다.

철저히 마동석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영화 속 수많은 인물들은 단역 이상의 역할을 뛰어넘진 못한다. 이는 마크를 이용해 큰 것 하나 챙기려는 진기라는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에서는 돈의 유혹에 넘어갔다가 이를 후회하기를 자주 반복하고 고생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마크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숨은 효심을 드러내는데 이러한 전개가 일관성 없이 이뤄진다. 반면 어린 두 자녀를 이끌고 힘겹게 생활하는 여동생 수진으로 출연한 한예리는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차분한 톤의 연기로 자신이 맡은 인물에 충분한 당위성을 부여한다. 또한 준희 역을 맡은 옥예린의 깜찍한 연기는 관객들의 눈을 매료시키며 차세대 아역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내보인다.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감동적인 가족 영화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가정의 달' 5월에 걸맞게 <챔피언>은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만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특히 따뜻한 감동이 담긴 내용을 좋아할 법한 어르신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요소들이 영화에는 제법 많이 등장한다.

자신을 미국으로 보냈던 어머니의 옛집을 찾아과는 과정에서 만나는 '싱글맘' 여동생의 존재,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비밀 등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챔피언>은 전형적인 '휴먼 드라마'의 면을 드러낸다. 

여의치 못한 사정 탓에 아들을 입양 보낸 후 이메일로 하나둘씩 써내려간 어머니의 일기부터 악전고투 끝에 꿈을 성취하는 주인공 마크의 이야기는 다양한 영화, 드라마에서 익히 봐왔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발휘한다.

이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상영되는 시점에 <챔피언>이 용감하게(?) 개봉일을 잡고 도전장을 내민 <챔피언>의 이유 있는 선택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마동석의 뚝심, 역전승 이끌 수 있을까?

<챔피언>은 분명 아쉬움도 많이 남는 작품이지만 그 속에 담긴 마동석의 진심 만큼은 영화의 약점마저 넘어서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앞서 마동석은 지난해 가을 대작 <킹스맨2>를 상대로 절대적인 열세라는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범죄도시>의 흥행을 성공시킨 바 있다.

이번엔 더욱 막강한 상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맞대결을 펼친다. 마치 절대적인 힘을 지닌 타노스를 상대하는 어벤저스의 상황에 마동석이 놓인 것처럼 보인다. 좋지 못한 상황에 놓인 그의 뚝심은 과연 이번에도 흥행 대역전승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챔피언 마동석 권율 한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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