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올 시즌 수원삼성블루윙즈(아래 수원)가 아무리 원정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을지라도 16강 진출을 앞에 두고 가시마앤틀러스(아래 가시마)라는 난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원은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고 16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조 1위라는 선물은 덤이었다.

17일 (화) 가시마스타디움에서 펼쳐진 AFC 챔피언스리그 H조 6차전 가시마와 수원의 경기에서는 원정 팀 수원이 1-0 승리를 거두며 H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상대 가시마의 공세가 거셌으나, 수원 수비진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전반 31분 터진 데얀의 결승골에 힘입어 최선의 성과를 거뒀다. 수원은 F조 2위를 일찌감치 확정한 울산현대축구단과 16강에서 만난다.

수원은 이번 경기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현재 2승 1무 2패로 H조 2위에 올라있는 수원이지만,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행이 좌절될 수도 있었다. 동시에 펼쳐지는 시드니FC(아래 시드니)와 상하이 선화전에서 시드니가 승리를 거둔다는 조건 하에서 수원은 승점 3점이 필요했다. 지난 5차전에서 조별 예선 탈락이 확정된 상하이 선화의 동기 부여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시드니의 낙승이 예상되는 바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수원은 지난 5차전 결과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시드니와의 맞대결에서 4-1 대패를 당하며 승자승에서 시드니에게 우세를 내주고 말았다.

자력 진출을 위해 이번 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했던 수원은 낼 수 있는 가용 자원을 모두 투입했다. 공격진에는 최근 로테이션을 통해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는 데얀과 염기훈, 오른쪽 붙박이 주전 바그닝요가 최전방에 위치했다. 문제는 수비진 공백이었다. 박형진과 이종성이 최근 스리백의 일원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하나, 가시마 특유의 짜임새 있는 축구가 구현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었다. 교체 멤버에 측면 수비수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였다. 주전 골키퍼로 낙점된 신화용 골키퍼마저 지난 5차전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기 때문에 수원은 수비 조직력을 갖추는 데 큰 신경을 써야 했다.

반면 가시마는 1.5군으로 스쿼드를 꾸렸다. 공격에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는 레안드로, 실바, 페드로 모두가 출전하지 않았다. 16강 진출을 일찍이 확정 지은 데다 리그를 병행하면서 로테이션을 가동한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가시마도 이번 경기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F조 1위가 확정된 '거함' 상하이 상강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승점을 벌어야 했다. 따라서 이번 경기에서 가시마는 무리한 경기 운영보다는 먼저 팀 밸런스를 맞춰 놓고, 이후 한 방을 노리는 플레이를 펼칠 공산이 컸다.

전반 31분 데얀의 선제골 이후 흐름 탄 수원

이번 경기는 역설적으로 가시마의 경기 운영에 따라 수원의 전술과 플레이가 좌우되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가시마는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 큰 힘을 실을 필요는 없었다. 따라서 가시마가 얼마나 많은 동기 부여를 가지느냐가 이번 경기의 핵심이었다. 경기 초반 가시마는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펼쳤다. 무리하지 않고 라인을 유지하면서 우선적으로 수비에 힘을 실었다. 포백 라인이 최대한 하프라인 위로 올라오는 것을 자제하고 중앙 미드필더인 겐토와 료타가 수비벽 앞에 볼란치를 쌓으며 수비를 단단히 가져갔다.

따라서 수원은 상대 역습을 우선 배제하고 라인을 올려 공격을 주도할 수 있었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선제골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전반 10분 전·후로 수원은 경기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답답한 흐름의 공격이었다. 수원은 경기 초반 무리한 크로스만을 양산해냈다. 빠른 선제골을 위해 페널티 박스 안으로 공을 붙여 놓고 바그닝요와 데얀의 골 찬스를 노리겠다는 의중이었지만 크로스의 정확도와 공격수들의 침투의 합이 맞지 않았다. 가시마 수비수들도 중앙에 많은 수비 숫자를 대동하며 손쉽게 수원의 크로스를 막아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올 시즌 수원이 패배를 당한 경기의 흐름과 똑같았다. 지난 AFC 챔피언스리그 2차전과 5차전 가시마와 시드니에게 패배했을 당시와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갔다. 불안감이 조성될 때쯤, 데얀의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31분 바그닝요의 빗맞은 프리킥을 밀어 넣으면서 수원이 리드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리고 전반 종료까지 수원의 플레이가 살아났다. 김종우가 중원에서 번뜩이는 플레이로 가시마의 수비진을 무너뜨리는가 하면, 전반 초반 극도로 성공률이 낮았던 크로스 플레이도 예리함을 갖춰갔다.

결승골 환호하는 수원 삼성 데얀 수원 삼성 데얀(오른쪽)이 17일 일본 이바라키 현 가시마 시의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6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최종전에서 전반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2018.4.17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연합뉴스]

▲ 결승골 환호하는 수원 삼성 데얀 수원 삼성 데얀(오른쪽)이 17일 일본 이바라키 현 가시마 시의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6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최종전에서 전반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2018.4.17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연합뉴스] ⓒ 연합뉴스


바그닝요와 염기훈의 활발한 스위칭도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염기훈이 왼쪽 윙어, 바그닝요가 오른쪽 윙어로 출전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플레이를 이어갔다. 염기훈이 오른쪽에서 플레이를 가져가다보니 데얀과의 연계 플레이도 살아난 모습이었다. 왼쪽에서 접어들어 오면서 슈팅 각도를 잡기도 하거나, 데얀과의 2대1 패스 플레이를 통해 직접 공간을 창출해 냈다. 바그닝요는 역시 활동량이 일품이었다. 끊임없는 좌·우 스위칭뿐만 아니라 공격 이후 빠른 수비 가담을 통해 공·수 모두에서 큰 힘이 되었다.

잘 지킨 수원, 조 1위로 16강 진출 확정

선제골을 허용한 가시마는 바빠졌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16강 상대가 상하이 상강인 것이 아무래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 듯싶었다. 가시마는 라인 간의 촘촘함을 유지한 채 수비와 공격 라인을 동시에 올렸다. 무리하게 공격 라인만을 올리기보다는 모든 라인이 함께 올라서며 점유율을 함께 가져갔다. 카즈마와 유마가 수원 스리백 앞에서 조직을 흔들어 놓고 2선 미드필더들이 짧고 정확한 패스로 슈팅 기회를 잡아갔다. 전반전 좀처럼 보지 못했던 풀백들의 오버래핑도 후반전이 되자 거세졌다.

경기 전부터 고민거리가 많았던 수비진은 역시나 불안감을 노출했다. 우선 위험 지역에서의 미스가 많았다. 경기 초반부터 수원 수비수들이 안일한 볼 처리로 수많은 코너킥을 내줬고 정확한 클리어링이 되지 않으니 이후 과정에서 미드필더들이 무리한 파울로 프리킥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 공격수들의 전방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에서의 무리한 볼 돌리기도 위험했다.

이러한 상황들이 지속되다 보니 수비수들이 쉽게 평정심을 잃었다. 후반 중반 김은선이 부상으로 실려 나간 것 또한 변수였다. 전반 득점 이후 중원에서 무게 중심을 잘 잡아주었던 그였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수원은 순식간에 수비의 컨트롤 타워를 잃어버렸다. 가시마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자칫 잘못하면 실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했다.

이때 수원은 과감한 변화를 내렸다. 3-4-3에서 5-4-1로 포메이션을 변화함으로써 완전히 내려앉았다. 확실치 못한 공격을 하다가 오히려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느니, 수비에 집중해 1골을 지켜내겠다는 심산이었다. 다행히 가시마의 공격이 거세긴 했으나, 그들은 높은 위치에서 별다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따라서 수원 수비수들이 라인을 내려 2겹 이상의 수비 블록을 만들어내면 점유율은 뺏기더라도 오히려 안정적인 수비를 가져갈 수 있었다. 따라서 서정원 감독은 조원희와 구자룡을 차례로 투입시키며 중원에서의 단단함을 강화했다. 전반전 활발한 공격 가담을 가져간 이기제와 장호익도 수비 끝까지 내려와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가시마는 후반 32분과 38분 무 카나자키와 오가사와라를 연달아 투입하며 두 번의 전술 변화를 가져갔다. 경기가 원체 풀리지 않다 보니 많은 전술 변화를 통해 수원을 무너뜨리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수원은 적절한 대응으로 가시마를 막아냈다. 무 카나자키가 최전방으로 올라오자 이종성이 마킹을 하는 동시에 나머지 수비들이 유마와 카즈마를 적절히 묶어냈고, 오가사와라가 투입돼 다시 투톱 체제로 변화하자 이번에는 수원 공격수들이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상대 플레이를 방해했다.

결국 수원은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으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번 가시마전이 16강으로 가는 험로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후반 상대에 맞춘 적절한 공·수 변화로 기분 좋은 승전보를 울린 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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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챔피언스리그 H조 가시마앤틀러스 수원삼성블루윙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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