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대승 이상의 의미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에서 한국 여자축구가 5~6위 결정전에서 필리핀을 5-0으로 꺾고 5위를 차지했다. 호주, 일본에 다득점으로 밀려 '2019 프랑스 여자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티켓 조기 확보의 당초 목표가 좌절됐었지만 내년 프랑스 여자  FIFA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로써 여자축구는 지난 '2015 캐나다 여자 FIFA월드컵'에 이어 사상 첫 2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을 밟는 경사를 맞게 됐다.

여자축구의 이런 성과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한편으로 이번 AFC 여자 아시안컵을 돌이켜 보면 쉽게 잊혀질 수 없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한국은 이번 AFC 여자 아시안컵에서 그 어느 국제대회보다 선전을 펼치며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죽음의 조'라 평가되던 B조에서 세계 여자축구 강호 호주,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맞아 0-0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조별리그 최종전 베트남과의 대전에서는 4-0 대승을 거두며 3경기 무실점 무패라는 준수한 경기력에 의한 결과물을 얻었다.

여자축구대표팀 주장 조소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을 앞둔 여자 축구 대표팀의 조소현(8번)이 지난 3월 27일 오후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능곡고와의 연습경기에서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 여자축구대표팀 주장 조소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을 앞둔 여자 축구 대표팀의 조소현(8번)이 지난 3월 27일 오후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능곡고와의 연습경기에서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자축구의 이같은 결과물은 호주, 일본, 베트남 등 3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작전과 전략 그리고 선수들의 강한 의지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주,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문제점이 발목을 잡아 급기야 여자축구를 5~6위전으로 밀어내고 말았다. 대회에 출전하여 목표로 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면 이로 인한 선수들의 실망과 좌절감으로 남은 경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선수들의 실망감과 좌절감으로 경기에 필수적인 사기 저하와 집중력 상실 초래는 물론 경기가 갖는 가치성 실추로 의욕보다는 방심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5~6위전 필리핀전에 여자축구에게 무엇보다 요구됐던 점은 경기 승패 이전에 경기에 대한 가치성 재인식에 의한 동기부여와 이로 인한 심리적 안정으로 인한 집중력 향상이었다. 하지만 여자축구는 실망과 좌절감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우려는 경기 시작과 함께 기우에 불과했고 조별리그 호주, 일본, 베트남전과 별반 차이 이점이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전반 33분 장슬기(24, 인천 현대제철)의 감각적인 오른발 인프론트 슈팅, 전반 추가시간 이민아(27, 고베 아이낙)의 뛰어난 공간 활용에 의한 재치있는 슈팅, 후반 10분 임선주(28, 인천 현대제철)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헤더 슈팅, 20분 조소현(30, 아발드네스)의 정확한 위치 선정에 의한 헤더 슈팅, 38분 조소현의 페널티킥 골 등 차례로 득점포를 터뜨려 대승을 거뒀다.

문제점 해법 모색 필수

경기는 모두 끝났다. 조별리그에서 호주와 일본을 잡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함께 여자축구의 숙원인 'AFC 여자 아시안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미련도 없지 않지만, 여자축구는 2018 AFC 여자 아시안컵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었다. 이제 여자축구는 내년 프랑스 FIFA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는 '꽃길'을 걷게 됐다. 앞으로 그 꽃길을 걷는 과정에 AFC 여자 아시안컵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과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해법 모색은 필수이고 곧 사명이기도 하다. 조별리그 호주와 일본전의 골 결정력 부족은 이미 명확히 드러난 문제점이다.

하지만 FIFA월드컵에서 세계적 강호들과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골 결정력에 부족에만 시선이 모여서는 안 된다. 그 이전에 해결사 능력을 한번 곱씹어봐야 한다. 여자축구는 이번 AFC 여자 아시안컵 4경기를 소화하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3차전 베트남전을 제외하고 3경기 동안 원톱에 정설빈(28, 현대제철)을 기용했지만 득점력과 볼 관리, 움직임 등에 약점을 보였다. 여기에 이금민(24,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드리블과 파워면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크로스와 경기 운영 면에서는 활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효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세대교체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윤영글(31, 한국수력원자력), 전가을(30, 화천 KSPO), 조소현, 김도연(30, 현대제철)과 베테랑들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다.

여자축구의 과제

'베트남전 멀티골' 이민아 이민아가 14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베트남과 경기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베트남전 멀티골' 이민아 이민아가 14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베트남과 경기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에 팀의 핵심인 지소연(27, 첼시 FC), 이미나(27, 고베 아이낙), 임선주(27, 이상 인천 현대제철) 등도, 내년 프랑스 여자 FIFA월드컵(2019년 6월 7일~7월 7일)에는 베테랑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나이다. 결국 이 같은 베테랑 선수 구성으로 인하여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은 체력적인 문제이며 한편으로 이는 세대교체라는 과제를 제시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프랑스 여자 FIFA월드컵이 1년여 남은 시점에서 세대교체는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이에 체력강화는 여자축구에게 절대성, 무조건성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주전과 리저브의 기량 차이가 너무 크다는 사실이다. 이점은 최종전 필리핀과의 대전에서 명확히 나타나 이에 대한 보완 역시도 요구되며, 제공권 열세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분명 여자축구의 프랑스 여자 FIFA월드컵 본선 진출까지의 과정은 가시밭길이었고 그 만큼 어렵고 힘들었다. 그 중 프랑스 여자 FIFA월드컵에 희망을 갖게 했던 첫 번째 경기는 아시아 여자축구 NO1인 북한과의 대전에서 장슬기의 발 끝에서 터진 동점골로 인한(1-1) '평양 기적'을 이룬 경기였고, 두 번째 경기는 이번 AFC 여자 아시안컵에서 효율적인 작전과 전략 그리고 선수들의 강한 의지로 결실을 맺은 2승 2무 무패, 무실점 경기였다.

여자축구가 이 같은 결실로 내년 프랑스 여자 FIFA월드컵에서 세계적인 강호들과의 경쟁에서, 달콤한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단지 가능성과 각오만으로서는 불가능하다. 오직 드러난 문제점과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 모색이 먼저다. 아울러 한국 여자축구는 '2010  U-17 트리니다드 토바고 여자 FIFA월드컵' 우승과 '2010 U-20 독일 여자 FIFA월드컵' 3위의 성적을 거두고도, 발전을 이루지 못한 과거를 뒤돌아 보며, 침체에 빠져있는 여자축구를 이번 AFC 여자 아시안컵 결과로 되살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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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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