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가 복귀한 비룡군단이 드디어 완전체 전력을 구축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끄는 SK와이번스는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7-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SK는 선두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2경기로 좁히며 2위 자리를 유지했다(시즌 11승 6패). 반면에 8연패 늪에 빠진 NC는 8위까지 추락했다(8승 10패).

사실 SK는 작년 시즌 이닝 3위(190이닝), 탈삼진 1위(189개)를 기록했던 외국인 에이스 메릴 켈리가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 등판(5이닝 3자책) 이후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켈리는 21일 만에 돌아온 1군 등판 경기에서 6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건재를 과시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힐만 감독과 SK팬들이 꿈꾸던 막강 선발 트로이카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200이닝 던지고도 10승을 채우지 못한 KBO리그 역대 3번째 투수

야구팬들이나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를 선발할 때 빅리그 커리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것이 꼭 KBO리그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외국인 선수 도입 초기에 매우 강한 인상을 남기며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타이론 우즈와 제이 데이비스는 빅리그 경험이 전무하다. 투수 쪽에서도 맷 랜들, 케니 레이번, 릭 구톰슨, 벤자민 주키치 같은 선수들이 빅리그 경력 없이 한국땅을 밟아 KBO리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다.

2014년 12월 SK에서 영입한 켈리 역시 트리플A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끝내 가장 높은 빅리그의 꿈은 이루지 못한 투수였다. 켈리가 SK의 새 외국인 투수로 결정됐을 때만 해도 팬들은 지나치게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를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그 해 다른 구단에서는 루카스 하렐, 알프레도 피가로, 필립 험버 등 쟁쟁한 이름값을 가진 투수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켈리는 저비용 고효율 외국인 선수의 모범을 보이며 김광현과 함께 비룡 군단의 원투펀치로 맹활약했다. 켈리는 2015년 181이닝을 던지며 11승 10패 평균자책점 4.13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뛰어난 이닝 소화(181이닝)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7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11승이 적게 느껴졌을 정도였다. 당연히 SK는 시즌이 끝난 후 총액 75만 달러의 금액으로 켈리와 재계약했다.

 3월 3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수원 kt wiz의 경기. 1회초 SK 선발투수로 나선 켈리가 역투하고 있다.

SK 투수로 나선 켈리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 시즌 켈리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켈리는 무려 200.1이닝을 소화하며 SK마운드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켈리에게 돌아온 승수는 고작 9승. 20이닝이나 적게 던진 두산의 마이클 보우덴이 18승을 거뒀다는 점을 생각하면 켈리가 얼마나 불운한 시즌을 보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켈리는 1983년의 고 최동원, 1989년의 김청수(이상 전 롯데)에 이어 200이닝을 던지고도 시즌 10승을 채우지 못한 역대 3번째 투수가 됐다.

하지만 켈리는 2016년의 아쉬움을 작년 시즌을 통해 날리는데 성공했다. 30경기에서 190이닝을 던진 켈리는 16승7패189탈삼진 평균자책점 3.60의 성적으로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하며 김광현이 없는 SK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다. 비록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2.1이닝 동안 홈런2개를 맞으며 8실점으로 무너졌지만 애초에 켈리가 없었다면 SK는 가을야구 무대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산체스-켈리-김광현으로 이어지는 선발 트로이카 완성한 SK

KBO리그에서 3년 동안 펼친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켈리가 미국으로 돌아갈거란 루머도 있었지만 SK는 발 빠르게 총액 175만 달러(연봉 140만, 옵션 35만)에 켈리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곧바로 파이어볼러 앙헬 산체스를 영입하면서 SK는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작년에는 선발진의 좌우 균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김광현이 복귀한 올 시즌엔 다른 조건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생각보다 컨디션이 빨리 올라오지 않아 고전했던 켈리는 시범경기에서 10이닝 2실점으로 안정을 찾았다. 힐만 감독은 작년 개막전 선발이자 팀 내 최다승 투수였던 켈리를 롯데와의 개막전 선발로 예고했다. 켈리는 개막전에서 5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는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였지만 6피안타 3사사구로 4점(3자책)을 내주며 승패 없이 물러났다.

시즌 첫 등판을 마친 켈리는 지난 3월 2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어깨 뒤쪽에 생긴 통증이 원인이었다. 물론 단순부종 판정으로 재활기간이 길어지지 않을 거라 전망됐지만 초반 기세 싸움에서 에이스의 이탈은 분명 커다란 악재다. 하지만 SK는 산체스, 김광현, 박종훈, 문승원, 김태훈으로 이어지는 선발 투수들이 켈리의 빈자리를 잘 메우면서 상위권을 유지했고 켈리는 마음 편히 재활에 매진할 수 있었다.

지난 8일 LG트윈스와의 2군 경기에서 2.2이닝을 던지며 회복을 확인한 켈리는 14일 NC전을 통해 복귀전을 가졌다. 복귀 후 첫 등판인 만큼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없고 NC가 연패탈출을 위해 높은 집중력으로 경기에 나서기 때문에 켈리의 복귀전 승리가 마냥 낙관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켈리는 NC타선을 6이닝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돌려 세우며 가볍게 시즌 첫 승을 따냈다. 6이닝을 던지며 켈리에게 필요했던 투구수는 단 74개였다.

켈리는 부친이 대형 호텔의 경영자였고 호텔 경영을 그만둔 후에도 여러 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할 정도로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소위 '금수저 외국인 선수'다. 어쩌면 켈리에게 야구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절실한 직업이 아닌 조금 고급스런 취미생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운드 위에서의 켈리는 그 어떤 선수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야구를 취미로 생각하는 선수는 결코 한 시즌에 200이닝을 던지거나 한 팀을 책임지는 에이스로 4년 동안 활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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