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K리그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 많은 수원팬들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았다.

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K리그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 많은 수원팬들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았다. ⓒ 이근승


K리그는 최근 매력적인 여가 상품이 되지 못하고 있다. K리그의 라이벌은 야구만이 아니다.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은 물론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여행과도 맞서야 한다. 황금 같은 주말, 시간과 비용을 들여 축구장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감독과 선수를 비롯한 축구인들이 해야할 일이다.

8일 오전 1시 30분(아래 한국 시각) 저 멀리 영국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더비'는 밤잠을 설친 한국 축구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 전반전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0-2로 끌려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폴 포그바, 알렉시스 산체스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의 활약도 대단했고, 조세 무리뉴 감독의 용병술도 놀라웠다.

아쉽게도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특히 전반전에 보인 압도적인 경기력은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눈앞에 둔 팀다웠다.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대비해 체력을 아낀 케빈 데 브라이너, 가브리엘 제수스, 세르히오 아구에로를 투입해 파상공세를 보이던 후반 막판도 인상적이었다.

맨유와 맨시티는 물러섬이 없었다. 오직 골과 승리를 위해 전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팀의 맞대결이 왜 세계 최고의 더비로 불리고 사랑받는지 90분으로 증명했다.

이름값에 의존하는 '슈퍼매치', 미래가 없다

    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K리그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 서울 고요한이 판정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K리그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 서울 고요한이 판정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이근승


'맨체스터 더비'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에도 대표적인 라이벌전이 존재한다. K리그 명가 수원 삼성과 FC 서울이 맞붙는 '슈퍼매치'다. 이운재와 김병지, 김두현, 이관우, 김남일, 염기훈,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차두리 등 슈퍼매치를 누빈 국가대표 출신은 수두룩하다. 에두와 마토, 데얀과 몰리나, 아디 등 K리그 전설로 손꼽히는 외국인 선수들도 상당하다.

차범근과 세뇰 귀네슈처럼 감독까지 스타로 무장한 슈퍼매치는 오랜 시간 한국 축구를 대표했다. 스타와 스타가 맞붙고, 치열하게 공격을 주고받는 두 팀의 맞대결은 흥행보증수표였다. K리그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두 팀 서포터스의 응원전도 흥행을 더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슈퍼매치는 과거가 됐다. 현재 수원과 서울 선수 중 현역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이는 만 35세 염기훈과 대표팀 내 입지가 확실치 않은 고요한뿐이다. 만 36세 데얀과 바그닝요, 에반드로와 안델손 등 외국인 선수의 이름값도 과거와 비교해 초라하다. 스타급 선수는 팀을 떠나고 투자는 꾸준히 줄어든다.

팀 색깔이 무엇이고 전략과 전술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 그라운드에 쓰러질 만큼 최선을 다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현재의 슈퍼매치는 스타와 경기력을 앞세우지 않는다.

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슈퍼매치는 초라했다. 경기 전 양 팀 감독은 '승리가 절실하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그들은 패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90분 내내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보였다. 슈퍼매치가 우리에게 전한 것은 '분노'와 '하품'뿐이었다. 관중수도 역대 최저 관중(1만3122명)을 기록한 슈퍼매치였다.

재미 없는 슈퍼매치? 무의미한 볼 돌리기

    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K리그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 수원 서정원(왼쪽) 감독과 서울 황선홍(오른쪽) 감독의 표정이 심상찮다.

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K리그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 수원 서정원(왼쪽) 감독과 서울 황선홍(오른쪽) 감독의 표정이 심상찮다. ⓒ 이근승


재미 없는 슈퍼매치의 가장 큰 책임은 서정원과 황선홍 두 감독에게 있다. 현 상황에서 패하면 타격이 큰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90분 내내 골을 내주지 않는 데 집중하고, 무의미한 백패스를 남발하는 것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슈퍼매치에 나선 선수들은 볼을 지키지도 못했다. 서로의 압박이 강하다 보니 볼을 잃는 측면도 있었지만, 냉정하게 보면 기본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사실 압박의 강도도 그리 강하지 않았다. 수원은 전방 압박을 시도하지 않았다. 선수 전원이 중앙선 밑으로 내려서 수비 블록을 형성하는 데 집중했다. 서울도 에반드로와 안델손이 간혹 위협적인 전방 압박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완전히 내려선 것이나 다름없었다.

상대 선수가 없는 자신들의 수비 지역이 아니면 볼을 3번 이상 주고받지 못했다. 공격 숫자를 늘려서라도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만, 양 팀 감독은 변화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서울은 최성근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의 기회를 잡았음에도 에반드로와 안델손의 스피드를 활용한 단순한 역습을 고집했다. 스트라이커 박주영을 교체 투입했지만, 그를 향한 패스나 부분 전술은 전혀 없었다.

수원도 마찬가지였다. 측면에서 여러 차례 크로스를 올렸지만 슈팅으로 이어진 장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킥은 너무나도 정확하게 서울 수비진을 향했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오랜 시간 주도권을 잡았지만, 속 시원한 슈팅은 한 차례도 없었다.

서정원과 황선홍 두 감독은 '투자가 줄어서'를 말하기 전에 무색무취한 경기력과 무전술에 대해 돌아봐야 했다. 매 경기 비슷한 전술로 임하고 같은 문제를 노출했다. 올 시즌 초반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이러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중앙에 밀집한 상대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측면으로 볼을 내주고 크로스를 난사하는 전술 외에 내놓은 해법은 없었다. 외국인 선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것이 정녕 최선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팬들은 무의미한 볼 돌리기와 세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경기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슈퍼매치에는 돈과 시간을 들여 현장을 찾아야 할 그 어떠한 매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K리그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에는 역대 최소 관중이 찾았다.

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K리그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에는 역대 최소 관중이 찾았다. ⓒ 이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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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매치 FC 서울VS수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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