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6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 라운드 3차전 톈진 취안젠과의 홈 경기에서 로페즈(가장 왼쪽)의 모습.

지난 3월 6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 라운드 3차전 톈진 취안젠과의 홈 경기에서 로페즈(가장 왼쪽)의 모습. ⓒ 이근승


의미가 큰 승리다. 그동안 전북 현대 모터스는 가시와 레이솔(일본)에 유독 약했다. 2012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가시와와 여섯 차례 맞붙어 1무 5패를 기록했다. 특히 2012 시즌에는 1-5로 대패하는 굴욕까지 맛봤다. 올 시즌에는 달랐다. 지난 2월 13일 올해 첫 맞대결에서는 3-2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4일 원정 맞대결에서도 2-0 완승했다. 지긋지긋하던 가시와 징크스를 확실히 깼다.

전북은 가시와를 꺾으면서 AFC 챔피언스리그(ACL) 조 1위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1경기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 전북은 4승 1패 승점 12점을 기록하며 ACL E조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전북의 마지막 상대는 최하위 킷치 SC(홍콩)다. 첫 맞대결이었던 홍콩 원정에서 6-0으로 대승한 바 있다. 전북이 홈인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패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지난 3일,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드니 FC(호주)와 맞대결에서 1-4로 대패했다. 이날 전까지 시드니는 1승도 따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호주 원정에서도 수원이 2-0으로 완승했다. 조 2위 자리는 지켰지만 충격이 컸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조 1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원정인 만큼 수원은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같은날 지난 시즌 K리그1 준우승팀 제주 유나이티드는 세레소 오사카 원정에서 1-2로 패하며, 올 시즌 ACL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제주는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ACL 조별리그를 통과했던 지난 시즌과 비교해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공격으로 이겨낸 가시와 징크스

 지난 3월 6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 라운드 3차전 톈진 취안젠과의 홈 경기에서 이동국의 모습.

지난 3월 6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 라운드 3차전 톈진 취안젠과의 홈 경기에서 이동국의 모습. ⓒ 이근승


전북이 내놓은 답은 역시 '닥치고 공격'(닥공)이었다. 올 시즌 큰 문제로 떠오른 수비 불안과 원정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김민재와 로페즈의 헤더로 가시와 골문을 위협했고, 전반 15분 선제골을 뽑았다. 로페즈가 이승기의 패스를 세 차례의 슈팅 끝에 득점으로 연결했다. 발에 빗맞고 골대를 때리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원정에서 1골을 먼저 넣었다고 지키는 축구는 없었다. 전북은 선제골을 터뜨린 이후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재성의 풍부한 활동량과 순간적인 침투가 가시와 수비를 흔들었고, 김신욱의 날카로운 헤더가 골문을 위협했다. 최철순의 기습적인 오버래핑에 이은 강력한 슈팅도 가시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후반 22분, 1차전의 영웅 이동국이 투입됐다. 선발로 출전한 김신욱을 대신했다. 9분 뒤, 추가골이 터졌다. 김민재가 볼에 대한 집중력을 발휘, 측면에서 낮게 휘어져 들어오는 크로스를 올렸다. 이동국이 이를 절묘한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그가 왜 '발리 장인'이라 불리는지 또다시 증명했다.

'무실점', MOM 송범근

 지난 3월 6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 라운드 3차전 톈진 취안젠과의 홈 경기에서 골키퍼 송범근의 모습.

지난 3월 6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 라운드 3차전 톈진 취안젠과의 홈 경기에서 골키퍼 송범근의 모습. ⓒ 이근승


전북은 '닥공'으로 가시와전 징크스를 떨쳤지만 무엇보다 이번 경기가 '무실점'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시즌 초 전북은 불안한 수비로 마음고생을 했다. 기존의 김민재, 이재성(수비수), 김진수 등이 건재했고 국가대표 수비수 홍정호를 영입했다. 이용이 장기간의 부상에서 돌아왔고, '2017 U-20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대형 신인' 송범근이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 K리그1 최소 실점 팀의 수비는 더욱 견고해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전방으로 과도하게 쏠린 무게 중심과 허술한 수비 조직력, 골키퍼의 연이은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 3월 10일,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2-3 패배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14일, ACL 톈진 원정에서도 4골이나 내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전북의 수비는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지난 3월 18일 FC 서울과 맞대결에서 경기 막판 1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수비 집중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달 31일 상주 상무와 홈경기에서는 무실점 달성에 성공했다. ACL 조 1위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 지은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 중심에 송범근 골키퍼가 있었다. '닥공'으로 가시와 징크스를 깬 전북이지만, 경기 최우수선수는 선제골을 기록한 로페즈도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린 이동국도 아니었다. 실점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수 차례 막아낸 '특급 신인' 송범근 골키퍼였다.

송범근은 전반 초반부터 눈부신 선방 능력을 뽐냈다. 전반 3분, 크리스티아누의 강력한 헤더를 몸을 날려 막아냈다. 전반 25분, 이토 준야가 최철순을 따돌리고 올린 크로스를 에사카 아타루가 골문 상단 구석을 노린 헤더로 연결했다. 실점이다 싶었지만, 이 역시 송범근이 몸을 날려 막았다.  

후반 2분에는 골문 구석을 노린 나카야마 유타의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을 몸을 날려 쳐냈다. 송범근은 공중볼이든 낮고 빠르게 날아오든 슈팅이든 다 막아냈다. 득점을 터뜨린 선수들을 제치고, 가시와전 승리의 주역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3월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 당시 전북 센터백 듀오 홍정호와 김민재의 모습.

지난 3월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 당시 전북 센터백 듀오 홍정호와 김민재의 모습. ⓒ 이근승


한동안 비판의 중심에 섰던 중앙 수비수 김민재와 홍정호도 만족스러운 활약을 보였다. 사실, 전북의 실점 위기가 매 경기 없을 수는 없다. 전북은 무게 중심이 상대 진영을 향하는 팀이다. 홈이든 원정이든 수비진을 보호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없이 경기에 나서는 날도 많다.

그러나 전북의 후방이 비판받았던 데는 수비진의 책임도 분명했다. 무리한 전진으로 공간을 헌납하고, 안일한 볼 처리로 역습과 위기를 자초했다. 돌아 뛰고, 달려 들어오는 상대 공격수를 손쉽게 놓치는 장면도 많았다. 집중력이 문제 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은 달랐다. 최대한 집중력을 유지했다. 실점 위기도 있었지만, 슈팅 이전 차단한 볼이 훨씬 더 많았다. 특히 김민재는 풍부한 활동량과 넓은 활동 폭을 자랑했고, 날카로운 헤더와 크로스로 공격에도 힘을 보탰다. 이동국의 발리슛은 김민재의 예리한 크로스가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었다.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공격은 위력을, 수비는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위기도 있었지만, ACL 조 1위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그러나 전북은 조별리그 통과로 만족할 수 없는 팀이다. 목표는 정상이다. 토너먼트에서는 지금보다 강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K리그의 자존심을 지킨 전북이 토너먼트에서도 순항하며 2시즌 만에 아시아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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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VS가시와 레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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