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역전 홈인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삼성 대 두산 경기. 7회 말 1사 3루 두산 오재원이 허경민의 희생플라이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오재원, 역전 홈인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삼성 대 두산 경기. 7회 말 1사 3루 두산 오재원이 허경민의 희생플라이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는 올 시즌 개막 이후 처음으로 항의로 인한 퇴장이 나왔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에도 주심의 볼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던 오재원(두산)이 있었다.

양 팀이 4-4로 팽팽하게 맞서던 9회말, 선두 타자로 등장한 오재원은 볼카운트 1-2에서 진해수의 4구째를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이때 박종철 주심은 공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왔다고 판단해 삼진을 선언했고, 조금 멀게 느껴졌던 오재원으로선 주심에게 몇 초간 항의를 이어갔다. 덕아웃으로 향하는 과정에서도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그대로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그러자 박종철 주심은 오재원에게 퇴장을 선언했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김태형 감독이 곧바로 나와서 퇴장과 관련한 부분을 체크했으나 주심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현장에서 관람하거나 중계로 시청하는 야구 팬들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볍게 항의만 해도 퇴장?

오재원의 항의 과정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고, 모든 야구 팬들이 지켜봤다. 그런데 몇 번을 돌려봐도 오재원이 욕설을 내뱉었거나 과격한 제스처를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몇 차례 주심에게 질문을 던진 게 전부였다. 상황 종료 이후 심판진이 마이크를 잡지 않으면서 퇴장 선언 이유를 궁금해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튿날 KBO에서는 오재원의 퇴장 조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더불어 KBO는 "클린 베이스볼의 일환으로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달 열린 선수협 이사회와 KBO 미디어데이 감독 간담회 총 두 차례에 걸쳐 볼 판정에 대한 불필요한 질문은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습관적으로 볼 판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질문하는 행동이 많다는 게 KBO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서 오재원처럼 질문을 반복하더라도 주심이 퇴장을 선언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다. 시즌 전에 두 차례나 공지했기 때문에 선수나 감독이 퇴장 선언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어려워졌다.

사실 오재원의 퇴장 이전에도 스트라이크 존 논란은 진행형이었다. 지난 3월 28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두산전 5회초, 채태인이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공이 스트라이크 선언되자 배트를 던지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경기 주심이었던 오훈규 주심이 그를 불렀지만 채태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덕아웃으로 향했다. 이 때 오 주심은 그대로 이 상황을 넘어갔다.

많은 야구 팬들은 당시에 채태인에게는 왜 퇴장을 선언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똑같이 항의했고, 심지어 채태인의 경우 배트까지 던졌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이를 두고 심판들이 유독 오재원에게 엄격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재원 퇴장 그 후, 선수협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틀 후인 5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는 보도자료를 내고 심판에 대한 질의를 이유로 오재원이 퇴장 명령을 받은 것과 관련해 KBO의 대처, 발표 내용에 유감을 표시했다. 또한 '심판위원의 판정과 권위를 존중한다. 그러나 이번 심판위원의 퇴장 근거가 되는 KBO와 심판위원회의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KBO가 클린 베이스볼 정책 집행을 위해 선수협, 선수들의 협조를 부탁했다는 것이 보도자료 내에서 언급됐다. 또한 지난 3월 19일 선수협 이사회에서도 KBO, 심판위원회가 부탁한 행동 지침을 선수 이사들에게 알렸다는 내용도 있다. 최대한 행동 지침을 수용하겠다는 것이 선수협의 입장이다.

그러나 선수협은 '야구 규칙을 지키는 것과 심판위원들의 판정은 존중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논란이 된 판정의 근거가 된 행동지침의 의사결정 방식과 근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행동지침에 대해 논의되는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고지됐고, 이 점이 이번 논란을 가져왔다'고 단호하게 꼬집었다.

또한 '행동지침이 경기 이해당사자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과도한 야구규칙의 확대해석으로서 선수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치고, 심판위원도 불필요한 경기 진행을 하게 되고 야구 팬들도 지나친 권위의식에 대한 반발과 경기진행 중단으로 인한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정리하면, KBO나 심판위원회가 부탁한 사항을 숙지하되 오재원에게 퇴장을 명령한 것은 오해의 소지를 남길 만한 판정이라는 것이다. 시즌 초부터 이렇게 선수협이 공식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 정도로 누구보다도 선수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선수, 코칭스태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사실상 '통보'에 가까운 지침을 내린 KBO의 판단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의 관심이 높은 사항임에도 일방 통행을 선택했다. 정운찬 총재가 언급하는 '소통'과는 다소 거리가 먼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끝나지 않은 논란, 심판들도 권위 의식을 버려야 한다

선수협의 보도자료가 나온 5일 오후, 마산구장에서 또 다시 스트라이크 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동찬, 강민호 등 삼성 타자들이 전일수 주심의 볼 판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고, 그러자 전 주심은 경기 도중 삼성 벤치에 항의를 자제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심판들이 권위의식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협도 보도자료에서 권위 의식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했다. 1회부터 경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양 팀 모두 판정에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심판의 몫이지만, 매끄러운 경기 진행을 위해 탄력적인 운영 능력도 요구된다.

한 경기에서만 수백 개의 공을 봐야 하는 심판의 고충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범할 수 있고 이는 선수들도, 팬들도 이해하는 부분이다. 단지 심판들이 권위 의식을 내려놓고 리그 발전을 위해 힘쓰기를 바랄 뿐이다.

KBO는 올해부터 '심판 통합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경기에 나서는 심판들이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보장할 순 없다. 스스로 심판들이 권위 의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선수들과 팬들이 심판들을 믿을 수 있는 리그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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