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 포스터.

tvN 월화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 포스터. ⓒ tvN


지난 3월 26일 첫 방송된 tvN 월화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보다 보면, '발리우드'라고 불리는 인도 영화가 떠오른다. 발리우드 영화들은 춤과 노래로 구성된 장면들이 시시때때로 끼어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시(詩)를 그와 유사한 장치로 활용하겠다고 나서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한 종합병원에서 계약직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우보영(이유비 분)이다. 그의 고단한 일상을 중심으로, 재활치료와 영상의학 분야에서 보건의료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조명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일종의 직업 드라마로 분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관계를 묘사하는 한편, 주요 배경인 재활치료실과 일반촬영실에서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풍경들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비교적 꼼꼼하게 그려냈다.

이처럼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지금까지 나온 여타 메디컬 드라마와 달리 의사와 간호사 말고, 물리치료사와 방사선사 같은 보건의료인들을 이야기 전면에 내세웠다. 따라서 생소한 전문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들만의 애환과 일과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시도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한 작품이다.

<시를 잊은>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 우리가 몰랐던 병원

특히 지난 1회에 나왔던 방사선사에게 함부로 말하는 의사의 모습과 4회에 나왔던 물리치료사의 월권 논란이 인상적이었다. 전자는 평소 의사들이 방사선사들을 마치 아랫사람처럼 하대한다는 문제 의식을 담은 장면이었고, 후자는 환자에 대한 물리치료사의 전문적인 의견 개진이 의사의 영역을 '감히' 침해했다는 것이 갈등의 주된 양상이었다.

이에 대한 본 드라마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의사들의 특권의식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은 '비뚤어진 우월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것이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드라마 속 의사들이 기본적으로 물리치료사와 방사선사의 전문성,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이런 특수한 이야기와 함께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들의 취업난이라는, 당대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이야기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 우보영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친절사원' 포상이 취소되고 정규직원들의 '갑질'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못한 채 이 모든 상황을 감내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그는 능력 있고 성실한 직원인데도 불구하고 2년이라는 계약기간 내에 정직원이 되지 못하면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대부분의 종합병원들처럼 지금 그가 일하고 있는 곳도 정규직을 늘리기보다는 '몸값'이 싼 계약직을 돌려 쓰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내용은 요즘 드라마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이고, 대다수 한국인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풍경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문제를 바라보는 본 드라마의 시각과 태도에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시 활용법 좋았지만, 하나 아쉬웠던 것은

 tvN 월화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 1회 예고편 캡처.

tvN 월화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 1회 예고편 캡처. ⓒ tvN


이 드라마가 지금까지 소개한 시들은 대부분 장면과 잘 어울렸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한층 더 강화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시를 활용해서 새로운 스타일의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는 제작진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1회 마지막에 우보영이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받은 차별 때문에 절망했을 때 등장했던, '아픔과 슬픔도 길이 된다'는 제목의 시는 아쉬웠다. 시 자체의 의도와 상관없이 드라마에서 사용된 맥락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인에게 돌리는 것처럼 보였다. 몇 년 전 화제를 모았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 역시 같은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일을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으로 노파심에 첨언하자면,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기본적으로 코미디가 강한 드라마다. '코메디컬' 드라마라는 제작진 표현처럼 등장인물 대부분이 희극적인 특성을 장착하고 있고, 슬랩스틱 연기와 말풍선 같은 만화적인 장치가 심심찮게 나오기도 한다. 이 작품이 모처럼 등장한, 경쾌한 이야기와 사회적인 메시지를 겸비한 신선한 직업 드라마가 되리라고 기대하는 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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