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길에 뛰어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던져졌다. 갑작스럽게 하고 있던 학교 내의 활동들을 마무리하고 취업준비생이 된 것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꼭 찾아서 하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싱숭생숭한 상태에서 그나마 능동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 보고,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조선업 불황으로 시급 8000원 대의 적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아버지 외벌이 가정이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드는 모든 생활비를 내가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사와 새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아버지, 취준생의 길로 뛰어들어 어설픈 독립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상황이 이렇다보니 눈이 가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 SBS 스페셜> '퇴사하겠습니다'였다.

퇴사 후의 삶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회사에 나란 존재는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시간이 자꾸만 흘러가고, 그의 마음은 날마다 초조해진다. 그래서 찾아간 퇴사 선배인 김종원씨에게 조언을 구해본다.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회사에 나란 존재는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시간이 자꾸만 흘러가고, 그의 마음은 날마다 초조해진다. 그래서 찾아간 퇴사 선배인 김종원씨에게 조언을 구해본다. ⓒ SBS


모두가 한번쯤은 쳐다볼 만한 폭탄머리를 한 그녀. 퇴사 후 '잉여로운 작가'로 활동 중인 이나가키 에미코씨다. 일본 유명 신문사의 인기 칼럼니스트이자 편집위원이었던 그는 50살에 회사를 퇴사했다. 그녀의 지금 직업은 프리랜서 작가다. 사무실 역시 공원의 작은 벤치. 소박하고 당당한 그녀의 모습이 돋보인다.

그녀의 발걸음은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 많은 곳에서 취재요청이 들어왔다. 회사를 그만두고 직함이 사라지게 됐을 때 인간관계를 걱정하던 그녀는 오히려 직함이 없어지니 더 폭넓게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쟁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쓰고 싶어하는 그녀의 퇴사는 그런 것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을 돈 대신 받는 것.

"회사의 노예가 휘두르는 곡괭이 같은 느낌이지. 노예는 안 바꿔도 곡괭이는 바꿀 수 있잖아"

한국으로 와보자. 쌍둥이의 아빠인 김상기씨는 퇴사에 대한 고민이 있다. IT회사의 특성상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좁고 실무를 할 수 있는 나이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회사의 노예가 들고 찍는 곡괭이라고 표현한다.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곡괭이라고.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회사에 나란 존재는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시간이 자꾸만 흘러가고, 그의 마음은 날마다 초조해진다. 그래서 찾아간 퇴사 선배인 김종원씨에게 조언을 구해본다.

회사를 퇴사하고 지금은 동네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종원씨는 빠른 시기에 퇴사를 했다. 직장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래를 위해 빠르게 퇴사를 준비하고 나온 것이다. 퇴사 이후에 그는 딸아이가 크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원하는 만큼 자신에게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꼭 직장을 다닐 때처럼 돈을 벌어야 하나 고민하는 것을 먼저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한 게 아니냐는 거다.

회사에서 졸업하기

 그는 꼭 직장을 다닐 때처럼 돈을 벌어야 하나 고민하는 것을 먼저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한 게 아니냐는 거다.

그는 꼭 직장을 다닐 때처럼 돈을 벌어야 하나 고민하는 것을 먼저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한 게 아니냐는 거다. ⓒ SBS


퇴사 후 다르게 살아가는 이도 있었다. 바로 이정훈씨다. 그는 회사를 다니며 임금이 안정적인 때에 퇴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영업을 시작했고 소득이 회사와 동등해지는 때에 회사를 퇴사했다. 그는 회사를 다니던 시절보다 더 치열하게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는 40대에 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경제적인 부분이 그에게는 중요하다.

맞다. 경제적인 부분을 완전히 뒤로 할 수는 없었다. 사람은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 모든 것에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끼고 아낀다고 해도 최소한의 생활임금은 필요하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업 불황으로 인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 위해 아버지는 일하던 곳과 다른 분야의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오히려, 줄어든 임금을 채우기 위해 일용직까지 나가야 했다.

어려워진 집안 경제에 나 역시 생활을 줄여야 했다. 월 27만원의 방세를 내고 살았던 원룸은 계약을 끝내고 월 17만원이면 해결이 되는 고시원에 들어가야만 했다. 또한, 방세와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에 주 12시간. 36만원 밖에 안되는 월급이기에 방세를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취업도 해야 하는데, 돈도 벌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막막할 뿐이다.

그런데, 오히려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나오는 사람들이라니. 처음에는 의아했으나 이해가 됐다. 그들은 회사가 싫어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고 돈에 얽매이지 않게 됐을 때 회사를 다르게 볼 수 있었다. 회사는 착취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회사원들도 회사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능력을 인정해주고 키워준 것도 회사였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일할 수 있던 곳도 회사였다. 회사는 서로가 자랄 수 있는 화분이었다.

아직 회사에 들어가지도 못한 나에게 이들의 행동들은 배부른 소리처럼 느껴졌을까? 그건 아니었다. 내가 지금껏 스펙을 쌓거나 무작정 학점, 토익 등을 보며 달리지 않았던 것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의 활동들로 나를 키우고 그 안에서 원하는 일을 꽃피우기 위해서. 그렇기에 단순히 취업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더욱 나를 키워줄 화분을 제대로 골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 자신도 좋은 씨앗이 되도록 하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다큐발굴단>을 통해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재밌는 다큐들, 이야깃거리가 많은 다큐들을 찾아보고 더욱 사람들이 많이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퇴사 인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