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네코 아츠메의 집’ 포스터 이미지

▲ 일본 영화 ‘네코 아츠메의 집’ 포스터 이미지 ⓒ 더블유에이지


바야흐로 고양이가 무수한 도시남녀의 반려동물로서 각광받고 있는 시대다. 그 대척점에 길고양이들을 둘러싼 사회문제가 엄존하고 있기도 하지만, 소위 '고양이 집사'를 자처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관련 산업의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는 상황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 사회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런 분위기라고 하는데, 최근 '네코노믹스'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네코노믹스는 고양이를 뜻하는 일본어 네코(ねこ)와 경제를 뜻하는 영어 이코노믹스(Economics)가 조합된 단어로서, 근래 일본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고양이 열풍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지칭하는 말이다.

2017년 4월, 일본에서 공개된 <네코 아츠메의 집>(마사토시 쿠라카타 감독)은 이런 사회 흐름을 시의적절하게 반영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극장 개봉 없이 최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가 출시한 이 영화는 매너리즘에 빠진 한 젊은 소설가가 재기하기까지 과정을 묘사한 작품이다.

한때 데뷔작으로 신인상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등단했지만 지금은 한물간 작가 취급을 받고 있는 사쿠모토 마사루(이토 아츠시 분)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재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사쿠모토가 작업환경을 바꾸겠다는 일념으로 이사를 간 농촌마을에서 우연히 길고양이들을 돌보게 되고, 그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삶의 기쁨과 활력을 되찾는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비교적 담담한 톤으로 그려냈다.

또한 영화는 이런 기본 이야기 구조 속에 소설가와 편집자의 관계, 소설의 가치, 인생의 우선순위 등에 대해 관객이 곰곰 생각해볼 수 있는 일화들을 담아냈고,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충분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알아두면 좋을 만한 고양이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쏠쏠하게 채워 넣었다.

본능에 충실한 고양이들의 모습에... 스르륵 녹는 마음

일본 영화 ‘네코 아츠메의 집’ 영화 스틸 이미지. 고양이 놀이터가 된 주인공의 집 풍경.

▲ 일본 영화 ‘네코 아츠메의 집’ 영화 스틸 이미지. 고양이 놀이터가 된 주인공의 집 풍경. ⓒ Mediand


고양이를 중심 소재로 취하고 있는 영화답게 <네코 아츠메의 집>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다양한 고양이들의 '재롱'을 담아낸 장면들에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그건 재롱이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본능에 충실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건 오로지 그런 생각을 하는 인간들의 취향에 불과하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고양이들 모습은 극히 일부 장면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리얼'로 보인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주인공 사쿠모토의 표현 그대로, 영화 속 고양이들이 먹고 자고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는 걸 잊게 해주는 듯"한 마력에 빠져들게 된다.

이런 매력에 빠져서 이상적인 '고양이 집사'로 거듭나게 되는 주인공 모습을 보는 지켜보는 재미도 이에 못지않다. 특히 사쿠모토가 극 초반 자신의 남다른 고양이 사랑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허둥대는 모습, 고양이가 처음으로 비비적대며 '가족'으로 인정했을 때 그가 환호작약하던 순간 등이 큰 웃음을 준다.

사쿠모토 역을 맡은 배우 이토 아츠시는 이렇게 소심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일에 찌들어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모습 등을 오가며 페이소스 짙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일본 드라마 <무통 : 진찰하는 눈>. <모즈> 등을 통해 한국에도 알려졌으며, 기본적으로 코미디와 정극 연기 모두에 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실력 있는 배우다.

특별하지 않은 착한 이야기, 왜 감동적일까

일본 영화 ‘네코 아츠메의 집’ 영화 스틸 이미지. 고양이와 교감하는 주인공 모습.ㅎ

▲ 일본 영화 ‘네코 아츠메의 집’ 영화 스틸 이미지. 고양이와 교감하는 주인공 모습.ㅎ ⓒ Mediand


그가 연기하는 사쿠모토는 결국 고양이를 매개로 친구를 만들고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면서, 작가로서 감성을 회복하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인생의 기쁨을 되찾는 인물이다. 이를 통해 영화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보면 그 대상이 무엇이 됐든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사랑하게 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물론 가만히 지켜보는 과정 자체가 주는 정신적인 휴식 혹은 치유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영화는 사쿠모토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은 주변 인물들의 따뜻한 시선이, 고양이들을 지켜보고 돌보던 사쿠모토의 마음이, 서로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이들 각자가 스스로 인생 자체를 다시 보게 되는 '기적'까지 일구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이런 태도는 고양이나 개를 반려동물로 삼고 있는 현대인들의 욕망 기저에 숨은 심리를 설명해주는 단서가 될 수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관심을 주고받는 일을 갈망한다는 것은 결국 딱 그만큼의 관심과 사랑이 그들의 인생에서 결핍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테니 말이다. 따지고 보면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이 '착한' 이야기가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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