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본격적으로 참가한 2015년부터 막내 구단 kt 위즈는 2017년까지 3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리그 전력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올해는 탈꼴찌가 필요한 kt다. 그리고 kt는 24일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5-4 역전승을 거두면서 꼴찌 탈출의 희망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KIA의 외국인 선발투수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선전했던 kt의 타선은 25일 경기에서 양현종을 상대로 7회까지 1득점에 그치는 부진에 빠졌다. 전날 kt의 맹렬한 기세에 흔들렸던 KIA의 불펜도 이번에는 kt의 타선을 상대로 두 번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반면 전날에 도합 4실점(라이언 피어밴드 2실점, 심재민 2실점)으로 선전했던 kt의 마운드는 KIA의 핵타선을 두 번째로 상대했던 경기에서 선발투수 주권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류희운과 배우열이 각각 2이닝 무실점과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나머지 투수들이 도합 14점을 내주면서 이기기 어려운 경기를 만들고 말았다.

아직은 배워야 할 일이 많은 강백호의 성장 과정

kt의 신인 야수 강백호는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 최고의 대형 신인으로 주목 받는 선수들 중 1명이다. 24일 경기에서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리며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사실 이 날도 하마터면 대형 실책으로 이어질 뻔한 수비가 몇 차례 있었다. 다행히 실책으로 기록된 플레이가 없었기에 kt는 경기 후반 집중력을 발휘하여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25일 경기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 kt가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었음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1회말 KIA의 공격 때 1사 후 로저 버나디나가 안타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인 김주찬의 타구가 좌익수 강백호가 있는 쪽으로 날아갔고, 강백호는 타구를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해 뛰었으나 타구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타구에 대해서는 강백호의 수비 실책으로 인정되지는 않고 김주찬의 안타로 인정됐다. 다만 강백호가 타구의 낙하 지점을 예상하는 데 있어서 실수가 있었고, 김주찬의 타구는 강백호가 생각했던 지점보다 더 멀리 날아가면서 장타가 되었다. 2루에 있던 버나디나의 주루 능력을 감안하면 이 판단 착오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게 뻔했고, 결국 버나디나는 선취 득점을 성공했다.

이후 주권은 급격히 흔들리면서 최형우에게 볼넷, 나지완과 안치홍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2점을 더 내줬다. 그리고 득점권에서 대량 타점 능력이 뛰어났던 이대호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으면서 1회에만 점수가 6점 차이로 크게 벌어졌다.

이 때문이었는지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강백호도 자신의 실수를 의식했는지 타석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전날 오른손 투수 헥터를 상대했던 우투좌타의 강백호는 리그 최고의 왼손 투수 중 한 명인 양현종을 상대로는 첫 타석에 삼진을 당했고, 5회에도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나마 8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는 바뀐 투수 문경찬을 상대로 안타를 기록하면서 무안타 경기는 면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 강백호의 판단 착오로 인하여 초반부터 크게 점수 차가 갈렸고, 결국 kt는 1-14로 대패를 당했다. 강백호의 판단 착오 등 여러 순간에서 kt는 크게 흔들렸고, 그 순간들이 야수들의 실책이 아닌 안타로 인정되면서 주권의 평균 자책점은 21.00(3이닝 7실점), 홍성용은 27.00(1이닝 3실점), 김재윤은 36.00(1이닝 4실점)까지 치솟았다.

리그 최고의 투수 양현종, 정면 승부로 강백호 상대

황재균, KIA 추격하는 솔로 홈런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5회초 kt 황재균이 솔로 홈런을 터뜨린 뒤 3루를 돌고 있다. 2018.3.25

▲ 황재균, KIA 추격하는 솔로 홈런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5회초 kt 황재균이 솔로 홈런을 터뜨린 뒤 3루를 돌고 있다. 2018.3.25 ⓒ 연합뉴스


양현종은 미디어데이 일정에 참석한 이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개막전 선발투수가 아닌 2번째 경기에 등판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리그에서 가장 강한 왼손 투수이자 KIA의 에이스임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양현종은 이날 경기에서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이날 양현종의 투구에서 아쉬웠던 점 한 가지를 굳이 꼽자면, 5회초에 황재균에게 내줬던 솔로 홈런이었다. 양현종을 상대로 홈런을 날린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KBO리그를 잠시 떠났다가 돌아온 뒤 첫 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양현종은 전날 헥터의 등판 경기 때 kt의 타자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힘이 강했음을 느꼈고, 양현종 자신도 빠른 공의 힘을 앞세워 정면 승부를 펼쳤다. 헥터의 몸쪽 빠른 공을 밀어쳐서 홈런으로 만들었던 강백호를 상대함에 있어서도 양현종은 신인이라고 봐 주지 않았다.

양현종은 3회초 강백호와의 첫 대결에서 계속 빠른 공만 던져서 삼진을 잡아냈다. 5회에는 삼진을 잡아내진 못했지만 맞춰 잡는 피칭으로 중견수 뜬공을 유도하면서 2타수 무안타로 완벽하게 판정승을 거뒀다.

양현종은 1회부터 12타자 연속 범타 처리를 시작으로 7회까지 kt의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7회까지 책임지는 데 필요했던 투구수는 81구에 불과했다. 당장 투구수만 봤을 경우 완투도 기대할 수 있었지만 KIA의 타선이 점수를 큰 차이로 벌리면서 굳이 양현종이 첫 등판부터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KIA 상대 성적 좋았던 주권, 돌발상황에 평정심 잃어

3회말 실점위기 막은 주권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3회말 2사 2, 3루 상황에서 kt 투수 주권이 KIA 버나디나를 삼진으로 잡은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18.3.25

▲ 3회말 실점위기 막은 주권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3회말 2사 2, 3루 상황에서 kt 투수 주권이 KIA 버나디나를 삼진으로 잡은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18.3.25 ⓒ 연합뉴스


선발투수 주권은 2017년 제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중국 대표로 선발돼 1경기 선발로 등판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젊은 투수다. kt의 선발 투수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있었으며 지난해 KIA를 상대로도 6경기 1승 1패 평균 자책점 3.93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특히 주권이 기록했던 지난 해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 성적만으로 한정하면 2경기 1승 무패 평균 자책점 1.42였다. 이 지표만 본다면 지난해 리그 평균 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한 피어밴드나 베테랑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도 부럽지 않을 임팩트였다. 이 때문에 로테이션 순서에서 고영표보다 주권이 먼저 선발로 등판할 기회를 얻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주권은 1회부터 흔들렸다. 첫 타자 이명기를 잡을 때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으나, 버나디나의 안타 출루 이후 강백호의 타구 낙하 지점 판단 착오로 인해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보통 수비 실책이 일어나면 그 이닝에서 실책 이후의 실점들은 모두 투수의 비자책점으로 기록되는데, 기록원이 강백호가 타구를 잡기 어려웠다고 판단하여 안타로 인정하는 바람에 1회의 실점은 모두 주권의 자책점이 됐다.

이 순간 이후 주권은 최형우 볼넷, 나지완과 안치홍의 연속 안타에 이어 이범호에게 스리런 홈런까지 맞았다. 1회에만 6실점했으나 주권은 쉽게 넉다운되지는 않았다. 김민식과 김선빈을 상대로는 삼진을 잡아내며 간신히 1회를 마무리하기는 했다.

김진욱 감독 역시 전체적인 투수진 운영을 위해 불펜의 과부하를 줄이고자 어느 정도의 투구수까지는 주권이 계속 던지게 했다. 그러나 주권은 2회말 수비에서 이명기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버나디나를 몸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주권은 김주찬을 아웃으로 잡아냈으나 최형우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1점을 더 내줬다.

주권은 3회말 수비에서는 이범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으나 김민식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김선빈을 2루수 뜬공으로 유도했지만 다시 이명기에게 2루타를 맞았고, 결국 버나디나를 삼진으로 잡고서야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김진욱 감독은 투구수가 77개에 이른 주권을 류희운으로 교체했다.

kt의 '불펜'과 '불'펜 사이의 과제

결국 kt는 두 번째 경기에서 그 동안 팀이 한 순간에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문제는 다음인데, 투구수만 감안하면 구원투수 4명은 30구 미만을 던졌기 때문에 일단 다음 경기인 27일 화요일 경기에 활용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다음 일정이다. 광주 원정 2연전을 마친 kt는 이제 인천으로 이동하여 SK 와이번스와 3연전을 치르게 된다. KIA가 1번부터 9번까지 살인 타선을 구축하고 있다면, SK는 최근 2년 연속 홈런왕 최정을 포함하여 특정 파워 히터들을 중심으로 무서운 파워를 보여주던 팀이었다.

그랬던 SK를 이제 kt가 만나야 한다. SK는 올 시즌 에이스 김광현이 복귀했고, 최정의 경우도 두 번째 FA 자격(역대 최연소 재자격 예정)을 앞두고 있어서 향후 리그 전체의 흐름에 있어 큰 역할을 보일 전망이다.

김광현이 25일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하여 승리투수가 되면서 kt와의 경기에서는 만나지 않겠지만, 최정 등을 중심으로 한 SK의 홈런 타선을 상대하는 것은 KIA의 타선을 상대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홈런 군단 SK와의 원정 3연전이 끝나면 비로소 수원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하는 홈 개막전이 열린다.

kt는 개막 첫 날 심재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하면서 경기 후반 고창성, 이상화, 엄상백 3명의 선수가 3이닝 무실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5일 경기에서는 방망이에 불이 붙은 KIA의 타선을 견디지 못했고, 결국 일부 타자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대량 실점이 일어났다.

일단 kt는 지금 있는 투수진으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베테랑 투수 니퍼트가 아직 시즌 준비가 완전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도 있고 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니퍼트는 실전 등판이 한 차례도 없었으며, 25일 경기를 앞두고 불펜에서 100개의 공을 던지며 상태를 점검했다. 일단 26일에 상태를 봐야하지만 어깨 통증에서 회복되어 늦었지만 로테이션 합류를 준비하고 있다.

일단 니퍼트는 1군 경기가 아니라 퓨처스 평가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퓨처스리그가 아직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니퍼트는 28일 호원대학교를 상대로 연습 경기에 나선다. 일단 실전에서 30구 정도를 던져 본 뒤 1군 합류 시점을 다시 정하게 될 예정이다. 4월에 정상적인 합류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일단 kt의 투수들은 4월까지는 전력의 공백을 어떻게든 견뎌내야 한다.

결국 kt의 전력 완전체는 니퍼트가 합류하여 경기당 투구수를 100구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시점이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kt인 만큼 경험 미숙으로 실수도 많을 것이고 경기 중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일단 개막 2연전을 통해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패배하는지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4년차 시즌을 치르게 될 kt가 앞으로의 시리즈에서 경기력을 좀 더 향상시킬 수 있을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KT위즈 강백호타구판단착오 주권KIA상대전적 더스틴니퍼트재활상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