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팀은 3월 24일 23시 (한국기준) 벨파스트 윈저 파크에서 펼쳐진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 1대2로 패했다. 지난 1월 터키 전지훈련에서 펼쳐진 3경기 평가전에서 경기력에 문제점을 나타냈던 대표팀이었다. 이번 경기에서는 결과 자체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확 달라진 경기력만큼은 인상적이었다.

 김신욱, 김민재, 정우영 등이 24일(현지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열린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1-2로 역전패 당한 뒤 아쉬워하며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김신욱, 김민재, 정우영 등이 24일(현지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열린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1-2로 역전패 당한 뒤 아쉬워하며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은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사실 수비 과정에서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실점 장면이었던 전반 20분, 북아일랜드의 약속된 변칙적인 세트피스로 인해 김민재의 자책골이 발생했고 큰 신장을 가진 선수들과의 공중볼 경합에서도 애를 먹었다. 게다가 전반 막판에는 공격권 탈취 후 위험 지역에서 볼 소유를 빠르게 뺏기면서 역습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격진에서는 적극적인 운영이 돋보였다. 지난 1월 평가전이었던 몰도바전과 라트비아전에서는 빈공만을 보여줬기에 확실한 대비였다.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고 상대보다 많은 슈팅을 때리고도 시원한 공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승리에도 불구, 많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따라서 이번 경기에서는 신태용 감독도 이를 인지한 듯한 선발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4-3-3 포메이션에 근거해 김신욱과 손흥민, 권창훈, 이재성을 공격적인 위치에 배치하고 기성용이 중앙 미드필더, 박주호가 우측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겸했다. 포메이션과 선수 구성 자체가 워낙 공격적이다 보니 경기 자체를 공격적으로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맞춤 평가전'이었던 북아일랜드전

북아일랜드 수비진은 경기 내내 후방에 힘을 두고 경기를 풀어나갔다. 단단한 수비벽을 형성하고 역습을 풀어나가겠다는 의중이었다. 실제로 북아일랜드는 이러한 플레이에 강점을 보이는 팀이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도 선 수비 후 빠른 공격으로 많은 재미를 봤다. 월드컵 본선 1차전 상대인 스웨덴과 플레이 스타일이 매우 닮았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맞춤 평가전이었던 셈이다. 

대한민국은 북아일랜드의 수비를 역으로 이용했다. 바로 수비 뒷공간 침투였다. 손흥민과 김신욱, 권창훈, 이재성 모두가 함께 직선적으로 뛰어들어가면서 수비를 흔들었다. 동시에 기성용과 박주호의 과감한 전진 패스가 적절히 이뤄졌다. 전반 6분 빠르게 터진 권창훈의 선제골에서도 권창훈의 침투와 박주호의 절묘한 패스가 빛났다. 이 플레이는 90분 내내 지속됐다. 북아일랜드의 수비수들이 수비 시 풀백들이 중앙으로 쏠리면서 윙 플레이어들의 침투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의 마킹 전환이 어그러지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대한민국 공격수들의 스위칭도 인상적이었다. 선발 포메이션은 4-3-3으로 시작했지만 경기 내에서 자유로운 포메이션 변경을 가져갔다. 손흥민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신욱과 투톱을 이루기도 했고, 좌·우 윙어인 이재성과 권창훈도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박주호도 마찬가지였다. 수비 시에는 센터백 라인 근처까지 내려가면서 수비벽 형성에 동참했다. 공격 시에는 오른쪽으로 치우쳐 많은 공격 가담을 보여줬다. 

후반전은 총공세를 퍼부었다. 신태용 감독은 공격수들의 대거 교체로 공격진의 변화를 꾀했다. 선제골의 주인공 권창훈을 빼고 황희찬을 투입하며 손흥민을 다시 측면 공격수로 위치를 변경시켰다. 그리고 후반 중반 박주호와 기성용을 정우영과 이창민으로 교체시키며 더욱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전방 압박도 적절히 이루어졌다. 전반전에는 공격 작업 이후 빠르게 라인을 내려 수비진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면 후반 10분 이후부터는 공을 뺏긴 후 곧바로 수비에 돌입하면서 북아일랜드 수비수들을 압박했다. 이 압박은 서서히 먹혀들어 갔다. 상대의 위험 지역에서 빠르게 공을 따내니 손흥민과 이재성 등이 곧바로 슈팅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후반 35분 황희찬과 이재성, 김신욱으로 이어지는 콤비 플레이도 이용의 전방 압박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과감하고 적극적이었던 공격이 아쉽게도 이번 경기 승리를 불러오지는 못했다. 슈팅을 14개나 시도하고도 1득점밖에 올리지 못한 것은 골 결정력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매번 물음표로 남았던 수비 집중력마저도 느낌표로 바꾸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과감하고 적극적인 경기 운영은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후 나아가야 할 길의 방향성을 제시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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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팀 북아일랜드 평가전 러시아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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