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캠프에서 역투하고 있는 서진용

오키나와 캠프에서 역투하고 있는 서진용 ⓒ SK와이번스


서진용에게 2017 시즌은 힘든 시간이었다. 시즌 초반 많은 기대를 받으며 팀의 클로저로 낙점받았지만,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서진용은 전반기 1승3패 1홀드 3세이브, 블론세이브는 6개와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세이브보다 더 많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는 것은 팀의 '마무리투수'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서진용은 결국 팀의 마무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SK는 붙박이 마무리투수가 없는 채로 나머지 시즌을 보내야만 했다.

서진용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전체 7순위)로 SK 와이번스에 지명을받아 입단했다. 그러나 입단과 동시에 무릎 부상이 발견되면서 신고 선수로 전환되는 등 1라운드 픽으로서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결국 상무 야구단에 입단했다. 군복무를 마친 뒤 2015년에야 비로소 4년만에 1군 무대에 데뷔하며 21.1이닝 동안 24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는 등 잠재력을 꽃피우는 듯했으나, 시즌 도중에 팔꿈치 인대 손상 진단으로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되면서 다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2016년에도 1군 무대에서 마운드에 오르긴했지만, 야구팬들에게 서진용이라는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것은 사실상 2017년부터다.

서진용은 우완 정통파 파이어볼러다. 깔끔하고 역동적인 투구폼을 지니고 있으며 최고 153km/h, 평균140km/h 중후반대의 직구를 뿌린다. 더불어 수준급의 포크볼을 결정구로 사용해 많은 타자를 무기력하게 돌려세울 수 있다. 구위 자체로는 팀 내 마무리를 맡기엔 손색이 없는 만큼, SK의 붙박이 마무리로 자리를 잡지 못한 원인은 단순 구위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진용이 클로저로서 부진한 이유는 경험 부족에 의한 멘탈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상무에서의 2년을 제외하면 시즌 풀타임을 소화해보기는커녕 1군 무대를 제대로 밟은 것도 작년이 처음이었다. 신인과 다름없는 서진용에게는 팀의 승리를 책임져야 하는 마무리의 무게는 버거운 듯했다.

후반기 서진용의 성적이 이를 반증한다. 마무리 자리에서 물러난 서진용은 후반기에 12경기에 등판하여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1.88으로 크게 활약했다.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진 서진용은 말 그대로 훨훨 날았다.

이번 시즌 서진용은 필승조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롭게 마무리로 낙점된 박정배에게 리드를 안전하게 연결하는 것이 서진용의 역할이다. 만약 서진용이 이번시즌에 셋업맨로서 작년 후반기 같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SK에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SK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5.63,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4.15로 리그 최하위 수준의 성적을 기록했다. 강력한 불펜을 바탕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던 SK 왕조 시절과는 너무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진용의 활약으로 막강한 불펜진을 재구축하게 된다면, 김광현의 가세로 더욱 단단해진 선발진과 '홈런 군단'타선을 갖춘 SK는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

또 팀의 마무리 보직은 언젠가 서진용이 넘겨받아야 할 자리다. 올해 37살이 된 박정배에게 계속해서 마무리 역할을 맡길 수는 없다. 경험 부족이라는 이유로 마무리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했다면, 올해 중간자의 역할로 계속해서 마운드에 올라가면서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본인을 단련시켜야한다.

다가올 시즌은 서진용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말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다. 그는 이제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벗어던지고 팀의 '믿을맨'으로 성장해 불펜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서진용이 비룡 군단의 더 큰 날개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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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7기 안상욱
서진용 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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