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돌아온 벤지>의 포스터.

영화 <돌아온 벤지>의 포스터. ⓒ Blumhouse Productions


최근 넷플릭스가 출시한 영화 <돌아온 벤지>(BENJI, 브랜든 캠프 감독)는 영특한 개 벤지 이야기의 최신작이다. 이 시리즈는 1974년 처음 개봉했던 영화 <벤지>(Benji, 조 캠프 감독)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시작됐다. 1977년 속편이 나왔고 이후에도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원작에 근거한 작품들이 계속 만들어졌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번 최신작을 연출한 브랜든 캠프가 원작자 조 캠프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지난 3월 영국에서 개봉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떠돌이로 홀로 살아온 개 벤지가 강도들에게 납치된 어린 남매를 구출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는 영웅담으로 요약된다. 캠프 감독은 이런 기본 줄거리 위에 벤지가 외톨이가 된 내력,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함께 사는 카터(게이브리얼 베이트먼 분)와 프랭키(다비 캠프 분) 남매의 사연, 겁이 많던 카터가 용기 있는 소년으로 거듭나게 되는 성장 서사 등을 무난하게 담아냈다.

벤지 이야기가 오랜 세월 사랑 받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람 뺨치게 영리한 개 벤지의 연기력을 보는 데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두고 극단적인 의인화의 산물이라면서 냉소를 보내는 반응이 일부 존재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픽션은 어차피 판타지가 허용되는 영역이다. 또 의인화한 동물 이야기를 통해 인간사를 거울처럼 비추는 우화의 전통이 엄연히 이어지고 있다. 그 특징을 분명히 인식하고 <벤지>와 같은 작품들을 즐기는 한, 별 문제는 없다고 보는 것이 상대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이 영화 <돌아온 벤지>를 보는 즐거움 역시 대부분 벤지의 연기력에서 나온다. 벤지는 바퀴 달린 쓰레기통을 밀어 발판을 만드는 등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카터의 집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지형지물을 기억해 두었다가 자신을 위협하는 대상들을 따돌리거나 함정으로 사용한다. 벤지가 선보이는 소위 '묘기 대행진'에 가까운 모습들은 볼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과도한 의인화?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이라면

 영화 <돌아온 벤지>의 홍보 이미지.

영화 <돌아온 벤지>의 홍보 이미지. ⓒ Blumhouse Productions


반면 벤지가 잠이 든 카터의 어머니를 위해 전등을 끄고 이불을 덮어준다거나, 자신보다 덩치가 큰 '악당' 개에 맞서기 위해 그에 필적할 만한 친구 개를 사건에 끌어들이고 도움을 받는 모습 등은 역시 기특하고 놀라움을 주는 장면이긴 하지만 극단적인 의인화의 사례로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주로 10세 미만 아동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이 장면들은 벤지의 착하고 슬기로운 행동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교훈을 남기기 위해 연출된 것으로 해석하는 편이 더 적절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카터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외줄에 올라타는 벤지의 모습을 목격한 후 마침내 악당들에게 맞설 용기를 갖게 되는 대목은 이 영화의 주제가 오롯이 함축된 장면으로 꼽아도 무방하다.

게다가 <돌아온 벤지>는 이전 이야기들과 비교했을 때,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는 현 시대를 반영한 설정도 적절히 가미했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벤지의 '여자친구'였던 티파니가 벤지보다 몸집이 작고 하얀 털을 가진 아름답지만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로 묘사됐다면, 이번 이야기의 '여자친구'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엔딩 크레디트가 뜨기 전 후일담에 해당하는 장면을 눈여겨봐야 하는데, 그 장면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한국 영화 <전우치>의 그것과 맞먹는 '반전'을 선사할 수도 있다.

이처럼 <돌아온 벤지>는 주로 아동의 눈높이에 맞춰 만들어진 영화다. 성인들이 보기에는 밋밋하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강아지 이야기에 가족의 소중함과 용기라는 교훈을 자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남녀노소가 함께 보기에 좋은 가족영화로서 손색이 없다. 아울러 과거 벤지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유년기를 보냈던 이들에게는 지난 추억을 곱씹게 할 만한 영화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하다.

돌아온 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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