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이번스 2018 시즌 예상라인업과 투수진

SK와이번스 2018 시즌 예상라인업과 투수진 ⓒ 양형석


야구팬들 중에는 에이스들의 팽팽한 투수전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역시 야구에서 모든 관중들을 하나로 만드는 가장 극적인 장면은 중요한 순간에서 터져 나오는 홈런 한 방이다. '축구에서 우연히 들어가는 골은 있을 수 있지만 야구에서 우연히 칠 수 있는 홈런은 없다'는 어느 야구 팬의 말처럼 홈런은 정확한 타이밍과 빠른 스윙속도가 어우러져야 나올 수 있는 타격 기술의 결정판이다.

SK와이번스는 KBO리그 역사에서 한 시즌에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팀이다. 혹 자식이나 조카에게 야구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다면 홈런이 나올 확률이 높은 SK의 경기에 데려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 하지만 작년 시즌 SK의 정규리그 최종 순위는 5위였다. 팀 타율은 10개 구단 중에서 최하위(.271)였고 팀 평균자책점은 5점대를 넘겼다. 시원한 홈런포를 펑펑 날렸던 것에 비하면 실속이 없는 경기를 펼쳤다는 뜻이다.

SK의 올 시즌 목표는 작년의 화력을 유지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메워 궁극적으로는 작년보다 순위를 끌어 올리는 것이다. KBO리그 역대 2번째 외국인 사령탑 트레이 힐만 감독도 작년 한 시즌을 치르면서 한국 야구에 대해 많은 적응을 했다. 과연 '역대급 홈런군단' SK는 작년에 지적된 약점들을 보완하면서 더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을까.

[투수] 강속구 외인 산체스와 에이스 김광현 가세로 힘 얻은 비룡 마운드

SK는 작년 시즌 외국인 원투펀치 메릴 켈리와 스캇 다이아몬드, 잠수함 박종훈까지 3명의 10승 투수를 배출했다. 하지만 16승을 거둔 켈리 정도를 제외하면 리그를 대표할 만한 에이스급 투수가 없었고 그 켈리마저 가을야구에서 2.1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다이아몬드 역시 특정팀(LG트윈스전 4승)에게만 강하고 이닝소화능력이 썩 좋지 않았다. 선발 트로이카에 비해 4,5선발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점도 SK의 아쉬움이었다.

SK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다이아몬드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파워피처 앙헬 산체스를 영입했다. 기존의 켈리와 새로 영입한 산체스 모두 우완이지만 2016년 40승을 합작한 더스틴 니퍼트(kt위즈)와 마이클 보우덴의 경우처럼 구위만 좋다면 투구유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산체스의 빅리그 경력은 총 8경기에 불과하지만 빅리그 경력이 부족해도 KBO리그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팀 동료 켈리(빅리그 0경기)가 증명한 바 있다.

SK가 자신 있게 외국인 원투펀치를 우완으로 채울 수 있었던 이유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재활을 마치고 돌아오기 때문이다. SK구단은 부상 복귀 후 첫 시즌을 맞는 김광현의 투구 이닝을 110이닝 정도로 제한할 방침이지만 김광현의 유무는 SK선발진의 무게감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김광현은 지난 14일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도 시속 152km를 뿌리며 5이닝 2피안타 비자책 1실점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잠수함 박종훈은 작년 시즌을 통해 확실한 토종 선발 투수로 자리 잡았다. 김광현이 없었던 작년 시즌에는 SK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며 다소 기복으을 보이기도 했지만 부담 없는 4선발로 활약한다면 풀타임 소화 시 오히려 작년을 능가하는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5선발로 활약할 것이 유력한 문승원 역시 올 시즌 안정감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만약 문승원이 흔들린다면 좌완스윙맨 김태훈과 사이드암 백인식이 대기하고 있다.

SK는 작년 시즌 10개 구단에서 두 자리 수 세이브를 기록했던 마무리 투수가 없는 유일한 팀이었다. 불펜 투수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좌완 박희수가 부활해 뒷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작년 시즌 5승7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3.57을 기록했던 셋업맨 박정배가 마무리를 맡게 될 확률이 높다. 여기에 작년 실망스러운 활약을 했던 강속구 투수 서진용이 올해 환골탈태한 기량을 선보인다면 힐만 감독이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불펜진이 완성될 것이다.

[타선] 증명된 장타력, 여기에 작은 야구까지 해낸다면? 

SK는 작년 시즌 두 자리 수 홈런을 친 타자가 무려 9명이었다. 이 중 10홈런의 이홍구가 현역으로 입대했지만 작년 9홈런에 그친 주전 포수 이재원도 얼마든지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릴 수 있는 펀치력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SK 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한 방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는 뜻이다. SK를 상대해야 하는 투수들에게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작년 SK에서 규정타석을 채우며 3할 타율을 넘긴 선수는 최정(.316)한 명 뿐이다. 타율 .321의 정의윤은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고 한동민(.294)과 나주환(.291)은 3할의 문턱에서 아쉽게 물러났다. 장타에 대한 부담이 대단히 큰 타선이지만 바꿔 말하면 장타만 조심하면 상대하기 썩 어려운 타선이 아니라는 의미도 된다. 홈런도 좋지만 SK 선수들이 삼진을 줄이고 사사구를 늘리는 '작은 야구'까지 가능해지면 더욱 무서운 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작년 5월 대니 워스의 대체 선수로 들어와 102경기 동안 31홈런을 쳤던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은 올해 한국에서의 첫 풀타임 시즌을 맞는다. 한국 투수들에 대한 적응을 끝낸 로맥이 시즌 초반부터 홈런포를 날려 준다면 올 시즌 홈런왕 경쟁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작년에 기록한 .242의 타율이 로맥의 실력이었다면 올 시즌 한국 투수들의 유인구에 매우 고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옵션이 12억 원이나 포함된 FA계약을 체결한 정의윤의 활약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80억 원이 넘는 대형계약이 흔해지고 계약을 하지 못해 은퇴를 하는 선수가 발생하는 'FA 부익부 빈익빈 시대'에서 정의윤의 계약과 성적은 앞으로 나올 준척급 FA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김동엽, 로맥, 한동민 등 외야와 지명타자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은 만큼 정의윤으로서는 주전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주목할 선수] 백인식은 비룡 불펜의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까

2013년 5승을 거두며 SK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사이드암 백인식은 잦은 부상으로 이후 3년 동안 단 1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급기야 2015년 9월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재활과정에서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으며 복귀가 더욱 늦어졌다(백인식은 이미 청원고 재학시절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작년 8월 1군에 복귀한 백인식은 11경기에 등판해 2세이브2홀드 2.41로 기대보다 훨씬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시속 145km의 강속구를 다시 던지게 됐을 정도로 구위가 살아난 것이 고무적이었다. 비록 작년 시즌 SK의 가을야구는 단 한 경기로 끝났지만 힐만 감독은 백인식의 구위를 보며 2018년의 희망적인 마운드 구상을 할 수 있었다.

백인식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도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팔꿈치 수술 이후 오랜만에 마무리 캠프부터 스프링캠프 일정을 모두 소화한 백인식은 그 어느 해보다도 착실히 시즌을 준비했다. 올 시즌엔 주로 불펜으로 활약할 예정이지만 선발 경험이 있고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만큼 경우에 따라 선발 외도도 가능하다(김광현의 이닝제한이 있는 SK는 예비 선발 자원이 많이 필요한 팀이다).

아직 프로 입단 후 좋은 성적을 낸 시즌이 없는 백인식은 아직 야구팬들에게 유망주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2008년에 입단한 백인식은 1987년생으로 어느덧 한국 나이로 32세의 중견 투수가 됐다.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잦은 부상으로 번번이 좌절했던 백인식이 올해야말로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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