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영화 ‘화이트 갓’ 포스터 이미지

▲ 헝가리 영화 ‘화이트 갓’ 포스터 이미지 ⓒ Proton Cinema


개는 수만 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해왔다고 한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인간이 개를 길들였다고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개가 인간과의 공생을 선택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어쨌든 지금 개는 호칭이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격상'된 사실만 놓고 봐도, 인간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돼 있다.

하지만 이런 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과 이들을 인간처럼 인식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이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소위 '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의 입장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즉 인간은 개의 행동을 100% 이해하거나 예측할 수 없으며, 개의 내면에는 언제라도 돌출될 수 있는 야성이 잠재돼 있다는 뜻이다.

개의 이런 양면성을 소재로 한 영화가 지난 14일 새벽 KBS <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영됐다. 인간에게 학대당하던 견공들의 역습을 그린 헝가리 영화 <화이트 갓>(White God,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은 2014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한 작품이다.

인간 사회를 향해 복수에 나선 반려견 이야기

이 영화는 십대 소녀 릴리(조피아 프소타 분)의 사랑을 받던 반려견 하겐이 릴리 아버지에 의해 버려진 뒤 투견으로 조련되는 등 인간들에게 갖은 학대를 받는 과정에서 야성을 찾고, 자신을 학대한 인간 사회를 향해 복수에 나선다는 줄거리로 요약된다.

그런 이야기 구조를 중심으로 이 영화에는 정부가 순종이 아닌 반려견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세금을 부과했다는 설정이 등장하고, 소위 '잡종견'들을 모아 수용하는 '보호소'가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며, 하겐이 이리저리 팔려 다니며 착취를 당하는 모습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특징을 두고 이 이야기를 이주노동자와 난민 등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혐오에 관한 우화로 해석하는 시각이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로마 검투사에서 노예들의 혁명가가 된 스파르타쿠스 이야기를 떠올렸다.

강제로 이민족 출신 노예 검투사가 되어 구경거리 혹은 도박의 대상으로서 온갖 능욕을 당하다가 마침내 폭발한 그의 사연이 '잡종견'이라는 이유로 투견장에 던져졌다가 도망쳐 인간들을 공격하기에 이른 하겐의 그것과 흡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한 이 이야기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이 한데 뭉쳐 자신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나아가 지구 환경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인 인간종을 말살하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의 미국 드라마 <주(ZOO)>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동물권'에 관심 있는 이들이 선호할 만한 영화

 헝가리 영화 <화이트 갓>

헝가리 영화 <화이트 갓> ⓒ Proton Cinema


특히 많은 평자들이 이 영화 <화이트 갓>을 언급할 때 빼놓지 않는 오프닝 장면, 즉 견공 수백 마리가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는 소녀를 추격하며 텅 빈 도심을 질주하는 장면의 느낌이 <주(ZOO)>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그래서일까?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장면을 두고 "인간과 개의 관계, 나아가 모든 주종관계의 가변성이라는 주제를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 주종관계의 가변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일까? 이 작품이 인간의 오만과 잔인함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스파르타쿠스나 하겐으로 대표되는 세력의 체제에 대한 도전 혹은 전복 행위를 옹호하는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모호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관객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에 관한 입장이 달라질 수 있을 듯하다. 소위 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이를 반란 세력의 허무한 '굴종'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모든 생명을 향한 '박애' 혹은 '사랑'의 승리로 볼 것인가 여부는 오롯이 보는 이들이 판단할 몫이 아닐까 싶다.

바야흐로 이 시대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말하며 머지않은 혁명의 도래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현 시기를 지구온난화와 뭇 생명들의 '대멸종시대'로 규정하며 소위 '인간세'의 파국을 예견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특별한 관극 체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 이야기를 통해 반려견을 떠올리고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이 작품은 반려견을 비롯한 '동물권'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선호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스파르타쿠스 이야기나 미국 드라마 <주(ZOO)>를 흥미롭게 본 이들이라면 그 이야기들과 이 영화를 비교해보는 데서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 듯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 영화 <화이트 갓>을 추천한다.

화이트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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