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국 결승골' 강원, 서울 꺾고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FC서울과 강원FC의 경기에서 강원 정조국이 결승골을 터트리며 기뻐하고 있다. 강원은 정조국의 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2018.3.11

▲ '정조국 결승골' 강원, 서울 꺾고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FC서울과 강원FC의 경기에서 강원 정조국이 결승골을 터트리며 기뻐하고 있다. 강원은 정조국의 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2018.3.11 ⓒ 한국프로축구연맹/연합뉴스


이제 단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FC 서울이 또다시 첫 승을 신고하는 데 실패했다. 황 감독은 홈 개막전에서 역전패도 모자라 홈팬들에게 야유를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FC 서울은 11일 오후 4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강원FC와 홈경기에서 1-2로 패했다. 박주영이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후반 이웅희의 자책골에 이어 정조국에게 결승골까지 내주며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1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시즌 개막전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겼던 서울은 초반 2경기 연속 무승(1무 1패) 부진에 빠졌다.

황선홍 감독, FC 서울 리빌딩 선언했지만

서울 팬들 사이에서 황선홍 감독을 바라보는 여론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서울은 지난 시즌 5위에 그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실패했다. ACL에서도 16강 진출조차 좌절돼, 근래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설상가상 지난 겨울 대대적인 팀 개편을 단행하면서 데얀, 윤일록, 오스마르 등 팀내 비중이 높고 팬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던 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특히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이자 FC 서울의 간판 공격수였던 데얀이 '슈퍼매치' 라이벌 수원으로 이적한 것은 서울은 물론 K리그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황 감독과 불화설에 시달렸던 데얀은 이적 후 친정팀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은 아꼈다.

황선홍 감독은 일각의 비판과 우려에도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표면적으로 FC 서울이 내세운 명분은 노쇠한 선수단을 젊고 빠른 선수들로 대체하는 '리빌딩'이었다. 하지만 서울 팬들은 황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2016년 이후 FC 서울의 팀 색깔이 희미해졌고 성적마저 저조한 것에 이미 여론이 악화된 상태였다. 2018년의 서울은 누가 뭐라 해도 온전히 '황선홍의 팀'이 되었다는 점에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확실한 성적을 거두는 게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즌 초반 서울은 우려를 잠재울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제주-강원 등 시즌 초반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 탓도 있지만 서울 정도의 이름값을 지닌 팀이라면 마땅히 승리를 기대할 경기였다. 서울은 제주전에서도 무기력한 경기 끝에 간신히 비겼고, 강원전에서도 먼저 선제골을 넣기는 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전반부터 강원의 압박과 제공권에 밀리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선수단 개편의 폭이 컸던 서울은 지난 2경기 내내 안정감 있는 경기운영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중원에서 전진패스와 연계 플레이의 정교함이 크게 떨어졌다. 황 감독은 제주와의 1라운드에서 발목부상을 당한 고요한을 제외하고 강원전에서 코바를 넣은 것을 빼면 비슷한 주전 라인업을 유지했다. 반면 상대 팀 감독들은 서울전을 대비하여 선수 구성을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며 '맞춤형 전술'을 들고 나왔고 황 감독은 수 싸움에서 번번히 밀렸다.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을 때 후반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만한 교체 카드도 신통치 않았다.

2실점을 내줬지만 그나마 골키퍼 양한빈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더 많은 실점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아찔한 순간이 더 많았다. FC 서울이라는 이름값에 못 미치는 황선홍호의 경기력에 대한 홈팬들의 야유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FC 서울, 강팀에서 점점 해볼 만한 팀으로 전락

서울 황선홍 감독, '목표는 1위'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8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서울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 목표 순위를 밝히고 있다. 2018.2.27

▲ 서울 황선홍 감독, '목표는 1위'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8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서울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 목표 순위를 밝히고 있다. 2018.2.27 ⓒ 연합뉴스


2002 월드컵의 영웅 황선홍 감독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 출신이다. 포항 시절에는 외국인 선수 없이도 FA컵 2연패와 K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일궈내며 '황선대원군'이라는 애칭을 얻는 등 스타 출신 지도자의 성공사례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FC 서울 감독으로 부임한 최근 2년 사이에 황선홍이라는 이름의 브랜드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FC 서울은 셰놀 귀네슈(터키) 감독이 부임한 2007년 이후 빙가다-최용수 감독 체제를 거치며 K리그를 대표하는 강호이자 명문클럽으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FC 서울은 그 자체로 만나는 상대 팀들에게 압박감을 주는 강팀이었다.

그런데 황 감독의 부임 이후로는 점점 '해볼 만한 팀'이 되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불만이 극도에 달한 일부 팬들은 황선홍 감독의 별명을 비꼬아 조롱을 퍼붓는 게 빈번해진 실정이다.

가뜩이나 분위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의 다음 상대는 하필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다. 서울은 오는 18일 3라운드에서 전북을 원정에서 상대해야 한다. 전북도 지난 인천전에서 2-3으로 의외의 일격을 당하며 주춤하기는 했지만 전력이나 분위기에서 모두 지금의 서울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전북은 지난 ACL 조별리그 홈경기에서 톈진(중국)을 6-3으로 대파하는 등 안방인 전주에서 더욱 가공할 화력을 과시한 바 있다.

전북전은 서울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인천이 그러했던 것처럼 서울도 우승후보인 전북을 상대로 의외의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침체된 분위기를 단번에 일신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서울이 전북전에서도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줄 경우, 자칫 초반 부진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이미 폭발 일보 직전인 서울 팬덤 사이에서는 황선홍 감독의 거취를 논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러모로 초반부터 험난한 행보를 보이는 황선홍 감독이 이 위기를 과연 어떻게 헤쳐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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