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장애인아이스하키 한민수가 성화를 매고 점화대로 오르고 있다.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장애인아이스하키 한민수가 성화를 매고 점화대로 오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장애인아이스하키 한민수가 성화를 매고 점화대로 오르고 있다.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장애인아이스하키 한민수가 성화를 매고 점화대로 오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장애인아이스하키 한민수가 성화를 매고 점화대로 오르고 있다.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장애인아이스하키 한민수가 성화를 매고 점화대로 오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평창동계패럴림픽의 성화가 9일 타올랐다.

가장 큰 감동을 준 순간은 최종 점화가 아니었다. 장애·비장애의 구별이 무의미함을 몸소 역설한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주장 한민수 선수의 '등반'이었다. 양재림-고운소리(알파인스키 시각장애 부문 선수와 가이드러너)로부터 성화를 넘겨받은 한민수 선수는 어릴 적부터 앓았던 류머티즘으로 인해 30살 때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그는 이날 의족을 찬 채 평창 올림픽 플라자의 성화대로 향하는 길 중간에서 등장했다. 그가 성화를 넘겨받자 양재림 선수와 고운소리 가이드가 올라왔던 계단은 사라졌다. 가파른 언덕이 됐다. 한 선수는 로프에 의지한 채 성화대로 향하는 언덕을 혼신의 힘을 다해 올랐다. 한 선수의 절뚝이는 몸짓에, 그의 등에 꽂힌 성화도 따라 흔들리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관중들의 박수소리가 점점 커졌다. 휘파람을 불면서 격려하는 이도 있었다.

평창패럴림픽 남북 공동 성화봉송 9일 강원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최보규(남, 노르딕 스키), 마유철(북, 노르딕 스키) 남북 선수들이 공동성화 봉송을 하고 있다.

▲ 평창패럴림픽 남북 공동 성화봉송 9일 강원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최보규(남, 노르딕 스키), 마유철(북, 노르딕 스키) 남북 선수들이 공동성화 봉송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평창패럴림픽 성화 봉송 9일 강원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선수들이 성화봉송을 하고 있다.

▲ 평창패럴림픽 성화 봉송 9일 강원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선수들이 성화봉송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장애인아이스하키 한민수가 성화를 매고 점화대로 오르고 있다.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장애인아이스하키 한민수가 성화를 매고 점화대로 오르고 있다. ⓒ 이희훈


평창패럴림픽 성화 점화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성화가 밝혀지고 있다.

▲ 평창패럴림픽 성화 점화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성화가 밝혀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성화는 끝까지 불꽃을 유지했다. 한 선수는 언덕에 올라, 흰 입김을 내뿜으며 두 팔을 하늘 위로 뻗었다. 그가 쓴 헬멧엔 "한소연"·"한소리"·"♥순자" 가족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그가 넘긴 불꽃은 최종 점화자인 김은정-서순석(컬링과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스킵) 선수에 의해 성화대에 점화됐다.

개막식 공연, 장애는 '짐'이 되지 않았다

성화봉송뿐만 아니라 문화공연에서도 장애와 비장애의 구별이 무의미했다.

가장 먼저 무대를 연 것은 어릴 적 사고로 두 다리와 한쪽 팔을 잃은 신명진씨였다. 그는 대고를 두드려 평창을 찾은 세계인들을 환영했다. 하얀 전통 복장의 옷깃 아래로 그의 의수와 의족이 보였다. 대고 역시 경기도 무형문화재 30호 청각장애 악기장 임선빈 장인이 기증한 것이었다. 대고의 울림 직후, 대북과 승전고 등 다양한 전통 북 연주가 시작됐다. 하얀빛이 동심원을 그리면서 퍼져나갔다. 이후 우리나라 궁중에서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빈례(賓禮)'로 맞이했던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연이 이어졌다.

평창패럴림픽 개막식, 태극기 입장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태극기가 입장하고 있다.

▲ 평창패럴림픽 개막식, 태극기 입장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태극기가 입장하고 있다. ⓒ 이희훈


태극기는 대한민국 패럴림픽 영웅들이 게양했다. 성화대에서 빛무리가 흘러나와 굽이굽이 물결쳤다. 얼어붙은 강원도 동강을 형상화한 그 빛무리 위로 한국 최초 동계패럴림픽 출전 선수인 정영훈 보치아 국제심판, 김선미 휠체어펜싱 선수, 한상민 장애인 알파인스키 선수, 홍석만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 위원, 조기성 장애인 수영 선수, 강미숙 휠체어컬링 선수, 김미정 장애인 알파인스키 선수 8인이 등장해 대형 태극기를 옮겼다. 애국가는 25살 때 산업재해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황영택 가수와 휠체어 장애인만으로 구성된 휠체어 합창단 등이 불렀다.

선수단이 모두 입장한 뒤에는 시각장애인 이소정양이 점자블록을 따라 무대 중앙에 섰다. 그에게 스노보드를 타고 등장한 반다비가 헤드셋을 전달하자 축제가 시작됐다. 그는 알파인 스키·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휠체어컬링·아이스하키 등 패럴림픽의 6개 종목의 장비를 모티브로 한 '파라보트(Para Boat)'에 올라 "보이지 않아도 그 별은 있네"로 시작하는 <내 마음 속 반짝이는> 노래를 불렀다. 축제와 함께 등장한 아이들이 수화로 노랫말을 전달했다.

개막 무대 등장한 반다비 9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마스코트 반다비가 공연하고 있다.

▲ 개막 무대 등장한 반다비 9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마스코트 반다비가 공연하고 있다. ⓒ 이희훈


시각장애 소녀와 반다비의 공연 9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시각장애인 이소정(15)양과 마스코트 반다비가 공연하고 있다.

▲ 시각장애 소녀와 반다비의 공연 9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시각장애인 이소정(15)양과 마스코트 반다비가 공연하고 있다. ⓒ 이희훈


평창패럴림픽 개막 공연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평창패럴림픽 개막식이 열렸다. 평창의 척박한 자연 그대로의 땅이 현실이 가능한 곳으로 변하는 한 소녀의 꿈을 형상화한 Possible Dreams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평창패럴림픽 개막 공연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평창패럴림픽 개막식이 열렸다. 평창의 척박한 자연 그대로의 땅이 현실이 가능한 곳으로 변하는 한 소녀의 꿈을 형상화한 Possible Dreams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평창동계패럴림픽 '키-메시지'인 "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Passion Moves US)"를 형상화한 공연도 이어졌다. 고양시 휠체어 럭비팀과 장애인 무용 공연단 '빛소리 친구들'로 구성된 휠체어 퍼포머들이 빙글빙글 나선을 그리면서 거대한 원을 그렸다. 원이 완성되자, 용기·결단·영감·평등을 상징하는 네 개의 이파리를 감싸서 만든 공이 탄생했다. 장애와 비장애 구별이 없는 공존의 신세계를 의미하는 내용이었다.

남북 공동입장 없었지만 함성만은 같았다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하는 장면도 있었다.

선수단 입장 때 남과 북은 함께 입장하진 못했다. 그러나 남과 북의 선수단을 반기는 함성은 같았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란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관중석에 설치된 LED등으로 대형 인공기가 떴다. 북측 노르딕스키 대표 김정현 선수를 기수로 한 북측 선수단이 입장했다. 선수단이 인공기를 흔들면서 입장하자, 큰 함성이 터졌다. 일부 관중석은 일어서서 단일기(한반도기)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도 일어서서 박수로 선수단을 맞았다.

마지막 순서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관중들은 큰 함성과 함께 노르딕스키 대표 신의현 선수를 기수로 하는 선수단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다시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남과 북은 손을 맞잡고 성화를 옮겼다. 성화를 함께 들고 등장한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남측 최보규 선수와 북측 마유철 선수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천천히 달렸다. 그들을 향해 관중들은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평창패럴림픽 한국선수단 입장 9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평창패럴림픽 한국선수단 입장 9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이희훈


평창패럴림픽 북측선수들 입장 9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북측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평창패럴림픽 북측선수들 입장 9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북측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이희훈


한편, 이희범 평창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여러분은 이미 승리자이고 영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회가 평화와 화합, 감동과 환희를 넘어 차별과 편견이 없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라면서 "평창의 축제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빛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대회로 (패럴림픽에) 첫발을 디딘 조지아와 타지키스탄, 북한 선수단을 뜨겁게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은 "모든 것의 시작은 꿈이다. 내일부터 이곳의 선수들은 누군가는 감히 상상하지 못할 꿈을 현실로 바꿀 것"이라며 "여러분의 놀라운 이야기는 우리 마음에 깊이 남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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