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환희의 손짓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2018.3.1

▲ 이동국 환희의 손짓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2018.3.1 ⓒ 연합뉴스


마흔 살이 넘은 골잡이 이동국은 여전히 라이언 킹이라는 별명을 들을 가치가 충분했다. 감독의 교체 지시를 받고 들어가자마자 1분 만에 큰 일을 저지른 것이다. 축구를 바라보는 안목이 점점 더 뚜렷해지는 듯 그의 왼쪽 발등에 정확하게 맞은 공은 가볍게 울산의 골문을 흔들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가 1일 오후 2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18 K리그1 개막전 울산 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이동국의 짜릿한 결승골과 추가골 도움에 힘입어 2-0으로 이기고 정규리그 일정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잘 버틴 울산, 이동국에게 두 번 당하다

K리그 2년 연속 우승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세 번째 우승 위업을 이루기 위해 야심차게 새 시즌을 시작한 전북의 정규리그 첫 경기는 쉽지 않았다. 상대가 전통 강호 울산(2017 FA컵 우승 팀)이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지난달 20일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 J리그 챔피언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2-1로 물리친 울산의 경기력이 지난 해보다 탄탄해진 이유였다.

울산은 60분 이전까지 전북의 닥공을 잘 막아냈다. 김도훈 감독이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선보인 박주호의 중앙 미드필더 선택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전반전 내내 전북의 유효 슛은 로페즈의 위력 없는 오른발 슛 하나밖에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울산의 탄탄한 조직력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후반전에 최강희 감독의 선수 교체를 통한 공격 전술 변화 지시가 빛났다. 61분에 새 공격수 아드리아노와 미드필더 손준호를 빼고 이동국과 티아고를 한꺼번에 들여보냈다. 이 교체는 '신의 한 수' 바로 그것이었다. 라이언 킹 이동국이 단 1분만에 기막힌 위치 선정 안목으로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62분, 왼쪽에서 올린 이재성의 코너킥이 바닥에 한 번 튀어오를 때까지 울산 수비수들이 공을 처리하지 못했고 반대쪽에서 기다렸다는 듯 라이언 킹 이동국이 나타나 왼발 발리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잘 버티던 울산 선수들은 무엇에 홀린 듯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이동국, 더 아름다운 발리 어시스트

같은 시간에 수원 빅 버드에서 열린 수원 블루윙즈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보다 먼저 터진 2018 K리그 첫 골의 주인공 이동국은 이 멋진 결승골도 모자라 86분에 기막힌 오른발 발리 패스로 역시 교체로 들어온 한교원의 추가골을 도왔다.

신형민의 역습 로빙 패스가 이동국의 허리 높이로 날아왔고 이동국은 울산 골문을 등지고 오른발 발리 패스를 한교원의 앞 공간에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떨어뜨려주었다. 그를 왜 발리 장인이라 부르기도 하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이 아름다운 발리 어시스트를 받은 한교원은 각도를 줄이며 몸을 던지는 울산 골키퍼 김용대를 피해서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이동국은 지난 달 13일 전주성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홈 경기에서 0-2 패배의 위기를 앞두고 후반전 교체 선수로 들어와 2골을 몰아 넣으며 3-2 펠레 스코어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 때, 84분에 홍정호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들이 만든 오프 사이드 함정을 기막히게 허물고는 믿기 힘든 오른발 감아차기로 천금의 결승골을 넣은 바 있다.

그가 마흔 살이 넘어서도 여전히 초록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이유는 이처럼 쉽게 공격 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동국의 발리 슛 준비 동작에 기본기가 모두 담겨있다. 공 높이만큼 몸 중심을 낮추는 안목과 회전의 축이 되는 디딤발이 누구보다 튼튼하게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울산도 후반전 교체 선수 주니오가 추가 시간 3분만에 헤더로 만회골을 노렸지만 K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전북의 송범근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전북은 오는 6일(화) 오후 7시 전주성에서 열리는 텐진 취안젠(중국)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를 치른 뒤 10일(토) 오후 2시 숭의 아레나로 들어와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어웨이 경기를 뛰어야 한다.

울산도 7일(수) 오후 9시 상하이 상강(중국)과의 챔피언스리그 어웨이 경기를 치르고 돌아와 10일(토) 오후 4시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상주 상무와 홈 경기를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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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K리그1 개막전 결과(1일 오후 2시, 전주성)

★ 전북 현대 2-0 울산 현대 [득점 : 이동국(62분,도움-이재성), 한교원(86분,도움-이동국)]

◎ 전북 선수들
FW : 김신욱, 아드리아노(61분↔이동국)
MF : 로페즈(77분↔한교원), 신형민, 손준호(61분↔티아고), 이재성
DF : 김진수, 김민재, 홍정호, 최철순
GK : 송범근

◎ 울산 선수들
FW : 오세훈(56분↔주니오)
MF : 오르샤, 박주호(84분↔이영재), 정재용, 박용우, 황일수(67분↔김인성)
DF : 이명재, 강민수, 리차드, 정동호
GK : 김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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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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