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토트넘 홋스퍼가 1일 오전 4시 45분(아래 한국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FA컵 16강전 로치데일과 재경기에서 6-1로 대승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8강 진출에 성공했고, 기성용이 속한 스완지 시티와 준결승 진출 티켓을 두고 다투게 됐다.

손흥민의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지난달 14일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유벤투스 원정과 25일 크리스털 팰리스와 리그 맞대결에서 에릭 라멜라에게 선발 자리를 내줬다. 루카스 모우라가 지난달 19일 로치데일 원정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는 등 주전 경쟁도 심화됐다.

손흥민은 선발로 나선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초반부터 욕심을 냈다. 전반 5분, 박스 우측 부근에서 과감한 드리블 돌파 이후 슈팅을 때렸다. 골키퍼 손에 맞고 나온 볼이 페르난도 요렌테를 거쳐 라멜라에 향했고, 골망이 출렁였다. 그러나 폴 티어니 주심은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요렌테가 볼을 가로채는 과정에서 반칙을 선언했다.

경쾌한 움직임을 보이던 손흥민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22분, 라멜라가 우측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며 박스 좌측 부근에 있던 손흥민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손흥민은 재빠른 방향 전환으로 수비수 2명을 따돌렸고, 골문 구석을 노린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곧바로 추가골 기회가 찾아왔다. 전반 24분, 우측 풀백 키에런 트리피어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고, 골망이 출렁였다. 그런데 심판은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손흥민이 슈팅 직전, 동작을 멈췄다고 봤다. 국제축구평의회(IFAB) 경기 규칙을 보면 "키커가 달리는 동작을 끝내고 킥을 하려는 속임 동작을 할 때 득점 여부와 관계없이 플레이가 중단되고 상대편의 간접 프리킥으로 경기는 재개된다"고 나와 있다. 아쉬운 순간이었다. 

토트넘의 분위기가 가라앉자, 로치데일이 순간적인 역습을 통해 동점골을 뽑았다. 전반 30분, 수비 뒷공간을 무너뜨린 스티븐 험프리스가 2선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을 앞세운 토트넘이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했던 만큼, 아쉬움이 큰 전반전이었다.

황당한 경기 운영, 이러려고 VAR 도입했나

손흥민의 선제골과 페널티킥 실축, 로치데일의 동점골 등 결과만 보면 치열하고 재미있는 전반전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런 경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주심의 경기 운영이 매우 엉망이었다. 경기장에 많은 눈까지 내리면서 굉장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전반전 추가 시간이 무려 5분이나 주어졌다. FA컵에 한해 시범 운영하는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전반 5분, 라멜라가 골망을 갈랐던 장면이 시작이었다. 티어니 주심은 페널티킥 상황에서도 확신이 없었다. VAR에 크게 의존했다. 트리피어가 넘어지는 장면과 손흥민의 킥을 VAR로 확인했다. 이 과정에 무려 10분에 가까운 시간을 썼다.

경기 흐름이 계속 끊겼다. 잉글랜드가 VAR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선수와 감독, 코칭스태프, 관중들까지 답답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전반전이었다. 

손흥민, PK 아쉬움 날려버린 후반전

다행스럽게도 후반전 경기 운영은 매끄러웠다. 토트넘도 전반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경기력을 뽐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1분, 모우라가 중앙 수비수 사이로 패스를 찔렀고, 요렌테가 달려 나온 골키퍼를 넘기는 절묘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후반 8분, 추가골이 터졌다. 손흥민의 발에서 출발했다. 손흥민이 최종 수비 뒷공간을 향해 절묘한 패스를 연결했고, 모우라가 짧게 내준 볼을 요렌테가 마무리했다.

후반 13분, 손흥민이 도움을 올렸다. 순간 스피드와 드리블로 박스 우측 부근을 파고든 뒤, 짧은 크로스로 요렌테의 헤더를 도왔다. 후반 19분에는 페널티킥 실축에 대한 아쉬움도 날렸다. 손흥민은 라멜라가 왼쪽에서 올린 낮고 빠른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해 다시 한 번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은 '5-1'이란 점수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27분, 라멜라의 프리킥이 골대를 때렸고, 손흥민 대신 투입된 델레 알리가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렸다. 결국, 1골을 추가했다. 교체 투입된 카일 워커-피터스가 후반 추가 시간 골망을 갈랐다. 후반에만 무려 5골을 터뜨린 토트넘의 완승이었다.

반전 일궈낸 손흥민

손흥민은 '결과물'이 필요했던 만큼 '적극적'이었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요렌테, 2도움을 올린 라멜라와 함께 5차례의 슈팅을 시도했다. 이 중 4개가 골문을 위협했다. 집중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키패스 2차례, 드리블 돌파 3차례 등 결정력 이외의 장점까지 뽐냈다. 페널티킥 실축은 아쉬웠지만, 만족할 수 있는 경기였다.

특히 손흥민은 슈팅과 결정력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라멜라는 손흥민과 같은 5차례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득점은 없었다. 유효 슈팅도 2개에 그쳤다. 모우라는 슈팅이 아예 없었다. 드리블과 패스는 훌륭했지만, 슈팅 기회를 잡아 득점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은 자신이 선발로 나서야 하는 이유를 경기력과 결과로 증명했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해리 케인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붙박이 주전이다. 경기력과 기록이 증명한다. 13경기째 침묵 중인 알리도 포체티노 감독의 큰 신뢰를 받는다. 경기력과 결과가 좋지 않아도 선발로 나서는 데는 문제가 없다. 결국, 손흥민은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자신이 라멜라나 모우라보다 낫다는 것을 꾸준하게 보여줘야 한다. 케인에 이은 팀 내 득점 2위답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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