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겨울 이적 시장에서 유독 잉글랜드가 뜨거웠다. 20개 구단이 총 6362억을 지출한 프리미어리그는 유럽 축구 시장을 전체적으로 흔들기에 충분했다. 많은 이들의 시선은 대형급 스타에 향했다. 오바메양의 잉글랜드행과 더불어 진행된 바추아이, 지루의 연쇄 이동은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산체스와 라포르테, 판 다이크 등의 이적은 팬들의 밤잠을 설쳤다.

반면 재도약을 위해 임대를 결정한 이들도 있다. 최근 높아진 시세와 리그의 수준은 부진한 선수들을 하위 클럽에 향하도록 만들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주앙 마리우, 다니엘 스터리지, 데울로페우 등이 임대를 떠났다. 과연 이번 임대는 두 발 전진을 위한 한 발의 후퇴가 될 수 있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그들 중 하나인 스터리지를 자세히 분석해보자.

한때 리버풀에도 'MSN', 'BBC' 라인 못지않은 머지사이드의 슈퍼스타들이 있었다. 당시 리버풀의 원동력이었던 'SSS'(수아레즈, 스터리지, 스털링) 라인은 콥(리버풀 팬을 일컫는 말)들의 자존심이자 스타들이었다. 스터리지는 그 중심에 있었다. 빠른 스프린트와 골 결정력으로 프리미어리그 최상위 수준을 유지했다.

당시 리버풀은 스터리지와 수아레즈를 중심으로 경기가 운영됐다. 스털링의 조력과 헨더슨의 커버, 제라드를 비롯한 미드필더들의 전체적인 밸런스는 스터리지가 활약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가 활약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팀플레이'였다. 첼시와 볼턴에서 강한 탐욕 탓에 질책을 많이 받았지만 리버풀에서는 약점을 극복했다.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패스를 주고받은 끝에 빠른 플레이로 골을 넣곤 했었다.

웨스트브로미치에서 부활 꿈꾸는 스터리지, '적응이 우선'

 리버풀에서 웨스트브로미치로 임대된 스터리지 선수

리버풀에서 웨스트브로미치로 임대된 스터리지 선수 ⓒ 웨스트브롬위치 공식 트위터


클롭 체제가 들어선 이후는 이야기가 다르다. 살라와 마네, 피르미누 같은 빠르고 기동력 있는 선수들 사이에서 장점을 잃었다. 잔부상이 많아 팀을 떠난 기간이 많았고, 전술적으로도 최근의 리버풀에 녹아들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스피드가 많이 줄었다. 하락세에 놓이면서 젊은 선수들과 호흡도 어긋났다.

리버풀은 스터리지가 부진했던 기간 동안 팀이 많이 변했다. 수아레즈와 스털링이 각각 바르셀로나와 맨시티로 떠나 승승장구하고 있고, 피르미누와 잉스, 솔랑케 등을 영입했다. 제라드는 그라운드를 떠났고, 마네와 살라가 빨간 유니폼을 입었다. 결정적으로 살라의 리버풀 입단이 득점 부재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었다. 현실적으로 말해, 스터리지는 리버풀이라는 구단에서 잊혀지는 중이었다.

결국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나갈 길을 모색했다. 인터밀란과 웨스트햄 등과 협상을 펼친 끝에 결론은 웨스트브로미치였다. 올 시즌 웨스트브로미치는 공격력이 극심하게 부족하다. 4골 이상 넣은 공격수가 없고 대부분 활약도가 미비하다. 그런 가운데 팀은 리그 꼴찌로 추락했다. 스완지가 8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는 사이, 웨스트브로미치는 지난 8월 이후로 3승에 그쳤다. 쉽게 지지 않는 축구를 하지만 11번의 무승부를 기록하며 이기지도 못 했다. 하락세인 스터리지라도 팀에 꼭 필요했던 이유다.

스터리지도 웨스트햄에 임대된 마리오와 마찬가지로 이적 후 두 차례 경기를 가졌다. 첫 경기였던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막판에 교체 출전했지만 팀의 첫 슈팅을 기록했다. 지배 당하며 매우 답답했던 상황을 그나마 뒤집을 수 있었던 찬스 메이킹이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선발 출전했다. 60분 이상을 뛰었지만 19번의 패스만을 기록했고 가장 먼저 교체되었다.

투톱의 상대로 출격했던 론돈은 골을 넣으며 높은 평점을 받았지만 스터리지는 아직 적응하지 못한 것 같은 경기력을 보였다.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숙제는 빨리 적응하는 것이다. 현재 웨스트브로미치가 리그 최하위고, 스터리지에게 남은 기간이 3개월 남짓임을 감안한다면 적응이 우선이다. 그 이후에는 상대를 공략할 수 있는 장점을 되찾고, 경기력을 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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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 블로그 <김동현의 풋볼로거>에도 실렸습니다. https://blog.naver.com/gunners2537/221203987863
스터리지 웨스트브로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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