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주말드라마 <나쁜 녀석들2 : 악의 도시>

OCN 주말드라마 <나쁜 녀석들2 : 악의 도시> ⓒ OCN


숨 가쁘게 달려오던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2 : 악의 도시(아래 나쁜 녀석들2)>가 지난 4일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서원지검 우제문 검사(박중훈 분)와 열혈형사 장성철(양익준 분), 형받이(돈을 받고 대신 징역형을 살아주는 사람)로 살아가는 한강주(지수 분), 옛 동방파 리더 허일후(주진모 분)가 힘을 합쳐 서원시의 악을 척결하는 과정을 그렸다.

무엇보다 매회 이어지는 액션신은 <신세계> <황해> <강남 1970> 등 기존 한국 액션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렬하다. 물론 종종 과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우제문 검사로 분한 박중훈의 연기는 한결 성숙해진 느낌이다. 최종회에서 보여준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최종회에서 배상도 서원시장(송영창 분)의 비리를 쫓던 장성철 형사(양익준 분)는 배 시장 쪽이 고용한 폭력배들에게 살해당한다. 우 검사는 급히 소식을 전해 듣고 검시실로 향한다. 우 검사는 장 형사의 시신을 보고 한동안 눈물을 쏟다가, 마음을 추스르고 복수에 나선다. 이때 박중훈이 보여준 감정 연기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여기에 지수와 주진모는 거의 매회 거친 액션연기를 직접 소화해 낸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14회에서 주진모가 동방파 행동대장 성일광과 벌이는 일대일 액션은 <나쁜 녀석들2>의 명장면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드라마의 형식은 액션 누아르였지만,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무척 교훈적이다. 총 16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나쁜 녀석들2>의 초반부는 우제문 검사와 이명득 검사장의 대립으로 흐른다. 이후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서원지검 특수3부의 실체가 드러나더니 서원시장의 일그러진 욕망과 뒤이은 파멸로 마침표를 찍는다. 이런 흐름은 흡사 게임을 방불케 한다. 말하자면 우 검사와 '나쁜 녀석들'이 악당 '끝판왕' 하나를 없애면, 한 단계 '더 높은 끝판왕'을 만나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는 의미다.

'악'을 넘어서니 또 다른 '악'이 나와 

이 모든 이야기의 흐름은 '적폐청산'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일깨운다. 드라마 초반부에서 서원지검 이명득 검사장(주진모 분, 동명이인)은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해 우제문 검사에게 현성그룹 조영국 회장(김홍파 분) 수사를 지시한다. 우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이 검사장과 조 회장 사이에 유착관계가 있었음을 발견하고, 이에 두 사람 모두를 잡아넣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새로 서원지검장이 된 반준혁 검사(김유석 분)는 지검 산하에 특수3부를 설치하고 서원시 범죄척결에 앞장선다. 시민들도 반 지검장의 개혁 조치에 열광한다. 그러나 여전히 석연치 않다. 조 회장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던 동방파 보스 하상모(최귀화 분)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데다, 특수3부는 하상모의 체포보다 동방파 라이벌 조직 소탕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이 와중에 우 검사를 돕던 노진평 검사(김무열 분)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우 검사와 '나쁜 녀석들'은 이 모든 일들이 특수3부의 비리와 직결돼 있음을 알아차린다.

특수3부는 진즉부터 하상모와 공모관계에 있었다. 하상모가 동방파 마약을 빼돌리면, 특수3부는 이를 눈감아주고 뒷돈을 챙겨왔다. 그러다 지검장이 바뀌면서 특수3부는 새 지검장 쪽으로 줄을 갈아타고, 과거의 비리를 지우려 한 것이다. 이 와중에 우 검사는 특수3부의 음모에 몰려 지명수배되는 지경에 이른다. 이때 우 검사는 반준혁 지검장에게 정의를 호소한다. 반 지검장은 고민을 거듭하다 특수3부의 과오를 인정한다. 그는 기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저는 이 모든 잘못의 책임을 지고 서원지검장직에서 내려오려 합니다. 모두 저의 오만과 불찰에서 비롯된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실패가 아닌, 저의 실패입니다. 다시는 저와 같이 미련한 사람에게 속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있어야 검찰이 검찰다운 서원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쁨도 잠시, 우 검사는 또 한 번 조영국 회장과 마주친다. 조 회장은 배상도 시장 쪽의 도움에 힘입어 교도소문을 나선다. 이어 잠시 중단됐던 인서동 재개발 사업에 뛰어든다. 우 검사는 조 회장을 정조준한다. 그러나 몸통은 따로 있었다. 바로 배상도 시장이었다. 배 시장이 재선을 노리고 인서동 재개발 사업에 정치생명을 걸고 나선 것이다.

'속는 놈들 잘못'이라는 정치인의 오만 

 OCN 주말드라마 <나쁜 녀석들2 : 악의 도시>는 형식상 누아르였지만, 역설적으로 교훈적 메시지를 던진다.

OCN 주말드라마 <나쁜 녀석들2 : 악의 도시>는 형식상 누아르였지만, 역설적으로 교훈적 메시지를 던진다. ⓒ OCN


사실 배 시장은 재개발 사업엔 관심 없다. 그저 재개발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재선만 하면 그만이었다. 우 검사가 조 회장을 향해 수사망을 좁혀가자 배 시장은 조 회장을 사업에서 배제시키고 대타를 세우려 한다. 대타로 지목된 회장은 주민 반발을 걱정한다. 이러자 배 시장은 이런 말로 안심시킨다.

"그러면 어쩌겠어요? 이미 선거 끝났고 시장 뽑혔는데. 매번 똑같은 거에 속는 건요, 회장님, 속이는 사람 잘못 아니에요. 속는 놈들 잘못이지!"

앞서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교훈적이라고 적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당장의 표가 아쉬운 정치인들로선 공약이 허황될수록 좋을 수도 있다. 그래야 표심을 얻어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부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자질과 공약을 면밀히 검증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귀를 솔깃하게 해준 정치인들에게 표를 준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속는 놈들 잘못'이라고 유권자를 비웃어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나쁜 녀석들2>는 결국 모든 적폐의 뿌리가 정치에 있음을, 그리고 동시에 그 정치를 좋게 만들어야 할 과제는 시민들에게 있음을 일깨워주는 셈이다. 참으로 평범하고 교훈적인 메시지다. 그러나 이 평범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우 검사와 나쁜 녀석들은 온갖 고초에 시달려야 했고, 노진평 검사와 장성철 형사는 죽임을 당해야 했다.

<나쁜 녀석들2>는 현시대 흐름과 맞물리면서 큰 흥미를 자아냈다.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는 드라마를 보는 또 하나의 묘미였다.

다른 건 다 잊어도 좋고, 드라마 속 이야기로 치부해도 좋다. 그러나 '속는 놈들 잘못'이라는 비아냥 뒤섞인 대사만큼은 분명 기억하자. 현실에서, 특히 오는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대비해 필요한 대사여서다.

박중훈 나쁜 녀석들 최순실 국정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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