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계스포츠는 대부분 비인기종목으로 그동안 음지에 가려져 있던 분야였습니다. 평창을 앞두고 동계스포츠 현장에서 내일의 희망을 키워가는 지도자, 관계자 등을 만났습니다. - 기자 말

 바이애슬론

바이애슬론 티모페이 랍신 귀화 선수가 훈련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바이애슬론

바이애슬론 정주미 선수가 훈련을 마치고 스키를 세우고 있다. ⓒ 이희훈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아직 '바이애슬론'은 우리에게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는 종목이다. 스키와 사격이 더해진 바이애슬론은 동계와 하계 스포츠가 결합해 즐거움이 배가 돼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권역에서는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과 함께 동계스포츠 최고 인기종목으로 꼽혀 시청률도 상당히 높다.

평창에서 한국 바이애슬론은 러시아 귀화 선수들과 함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겠다는 각오다. 특히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계주 경기까지 나서게 된 여자 대표팀은 '베테랑' 문지희(30·평창군청)을 비롯해 러시아 귀화선수 안나 프롤리나(34), 예카테리나 에바쿠모바(28), 문지희의 뒤를 이을 기대주 고은정(22 전북체육회), 정주미(21 전북체육회)가 출전할 예정이다. 지난 1월 31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한참 훈련에 매진 중인 바이애슬론 국가대표팀 박윤배 코치를 만났다.

아쉬운 국내 바이애슬론 환경

 바이애슬론 티모페이 랍신 선수

바이애슬론 티모페이 랍신 선수 ⓒ 이희훈


바이애슬론은 종목 특성상 스키와 사격 훈련을 병행하며 해야만 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기후와 법 규제 등으로 인해 훈련을 자유롭게 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스키의 경우 본격적으로 눈이 오는 12월부터 3개월 남짓 훈련이 가능하고, 사격의 경우 훈련 시간 이외에는 총기 소지를 할 수 없어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국내에는 소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재들이 많지 않다 보니 전지훈련과 같이 해외 체류 시에만 가능하지만, 여건상 머무는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박윤배 코치는 이런 어려운 점을 토로했다.

"우리나라는 일단 여름에 눈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에는 롤러가 달린 스키를 이용해 여름에 훈련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최근 바이애슬론 계 트렌드는 눈이 없는 봄철에 자전거를 이용해 롱 트레이닝을 한다는 것입니다. 롱 트레이닝은 롤러스케이트나 자전거 등을 활용해서 처음에는 두 시간 가량 장비를 타고 훈련하다가 갈수록 시간을 늘려나가는 방식입니다. 바이애슬론 경기는 선수들이 최소 10km 이상 뛰기 때문에 이를 위한 기본 체력을 만드는 훈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사격 훈련도 체계적으로 나눠서 정밀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4월에 시즌이 끝나면 한 달 휴식 후 6월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는데 '정밀사격' 훈련을 많이 진행합니다. 사실 시합 때는 기록 때문에 빨리 쏴야 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정밀사격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5~7월까지 스키와 사격을 나눠 훈련한 후에는 스키와 사격 훈련을 서서히 복합해 들어가고, 사격도 몇 초 이내에 쏘도록 하는 등 세밀하게 훈련이 들어갑니다.

사실 한국의 경우 무엇보다 사격 훈련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유럽 국가 역시 한국처럼 강하게 제재를 하는 곳도 있죠. 가령 실탄이나 총을 분리해서 놓아야 하는 것처럼요. 선수들은 각자 집에서 총을 보관할 수 있거든요. 반면 우리나라는 훈련 시간이 끝나면 총기를 영치시키고 그것을 확인받아야 합니다. 선수들이 낮 훈련이 끝나도 저녁 때 자세훈련 등을 해야만 하는데, 우리는 그게 안 되니 바이애슬론 종목에서는 상당히 어렵죠. 해외 출입국 시에도 번거롭기도 하고요."

바이애슬론 장비의 세계

 바이애슬론 문지희 선수

바이애슬론 문지희 선수 ⓒ 이희훈


 바이애슬론

바이애슬론 ⓒ 이희훈


바이애슬론을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은 선수들이 한 시즌 내내 하나의 스키와 소총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박 코치에 들어본 결과는 놀라웠다.

"상위권에 있는 선수들의 경우 대개 일 년에 20대 정도를 자비로 구입하거나 후원을 통해 들여옵니다. 한국 선수들의 경우에는 스키는 자비로 구입하지만 소총은 실업팀에서 실탄은 체육회와 연맹을 통해 지원이 되고 있습니다."

이날 평창 바이애슬론 센터에 도착했을 때 박 코치를 비롯해 코치진들도 선수들과 함께 설원 위를 누비고 있었다. 대개 코치들의 경우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은 의아한 광경이었다.

"저희가 같이 타는 이유는 설질을 체크하기 위해서입니다. 설질에 따라서 선수들이 어떤 스키를 탈지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설질도 온도나 재질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스키 장비를 타야만 하거든요. 저희 역시 선수들과 함께 스키를 타면서 설질의 차이를 느끼고 조언을 해주는 거죠."

스키 장비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왁싱'이다.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30분 전 스키 테스트를 모두 마친 후 왁싱 코치에게 사용할 제품을 전달하고 왁싱 코치들은 파우더를 비롯한 세 차례 테스트를 통해 선수들의 장비를 완벽하게 준비해준다. 박 코치는 "유럽 출신의 왁싱 코치들의 경우 평소 가구공장에서 일하거나, 러시아의 경우 경찰이나 공직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며 "6개월간 8000만 원 선급여를 받아요"라고 말해 놀라게 했다.

"현재 대표팀에는 4명의 왁싱 코치가 있습니다. 사실 러시아를 비롯해 규모가 큰 팀은 왁싱코치만 12~14명 가량 됩니다. 30분 안에 여러 명의 선수의 스키 장비를 동시에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희 팀은 만약 대회를 나눠서 나가야 한다하면 왁싱코치들이 준비하는 데 있어 시간이 촉박할 수 있죠."

도약의 발판이 된 귀화 선수 그리고 꿈꾸는 미래

 바이애슬론 정주미 선수

바이애슬론 정주미 선수 ⓒ 이희훈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2016년부터 바이애슬론 강국인 러시아로부터 선수들을 귀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국내 바이애슬론 여건을 고려하고 단기간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귀화를 앞둔 당시 러시아로부터 도핑 스캔들이 터졌고, 일부에서 귀화선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연맹과 지도자들이 평창을 앞두고 여러 대안을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2년 사이에 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하기는 쉽지 않았거든요. 저희는 귀화선수를 통해 한 명이라도 더 평창 올림픽에 한국 대표가 설 수 있기를 희망했고, 또한 귀화선수가 합류함으로써 국내 선수들은 조금 더 배울 수 있고 또한 자극제가 돼 성장의 발판이 되길 희망했습니다."

그 결과는 좋았다. 안나 프롤리나와 예카테리나 에바쿠모바 등이 2016-2017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 등에서 활약하면서 국가순위 20위에 올라 평창에서는 한국 바이애슬론 최초로 동계올림픽 여자 계주 경기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과정에는 문지희를 비롯한 국내 선수들의 활약도 있었다. 박 코치는 "남자 대표로 나서는 티모페이 랍신(30)이 조금만 더 빨리 합류했다면 남자 선수들도 더 많은 선수가 평창에 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현재 국내 바이애슬론은 강원도와 전라북도, 경기도 포천 등 스키장이 비교적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초등부가 개설돼 있다. 하지만 불과 15여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바이애슬론을 가르치는 초중고교부가 없었다. 박 코치는 "저 때만 해도 바이애슬론을 가르치는 초등학교는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배우다가 바이애슬론을 전향해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고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박 코치는 유럽과 비교했을 때 국내 바이애슬론 인구수가 크게 차이가 있진 않다고 밝혔다.

 바이애슬론 정주미 선수

바이애슬론 정주미 선수 ⓒ 이희훈


"유럽 역시 바이애슬론 인구수 자체는 많지 않습니다. 총기 소지를 해야 하는 종목 특성상 유럽은 청소년 때를 기점으로 인구가 많이 감소하거든요. 실탄값 역시 한 발에 200원 남짓 하는데 하루에 선수들이 사용해야 하는 양은 80발 가량 됩니다. 이를 매일 하다 보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죠. 또한, 한국은 대학 선수들이 있는 반면, 유럽은 클럽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스타플레이어이지 않는 이상 생계 유지가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사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가면 갈수록 어린 선수들의 인구수가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운동을 많이 시키지 않으려고 하신다고 하네요. 안타깝습니다."

모든 스포츠가 위기이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유소년 재목과 더불어 은퇴 후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국내 체육계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상태다.

바이애슬론 대표팀은 지난 29일 이탈리아에서 귀국해 시차 적응과 함께 10일 열리는 여자 스프린트 7.5km 첫 경기를 시작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대장정에 들어간다. 하지만 대부분 경기가 열리는 시간이 오후 7~8시로 비교적 늦은 시간에 진행돼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의 영향으로 미국 측 시차에 맞추기 위해 이러한 스케줄이 짜인 것이다.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평창에서 저녁때 야외 경기를 보기는 쉽지 않은 일. 동계올림픽 최고 인기종목 중 하나인 피겨스케이팅이 드물게 이번에는 오전 10시에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코치 역시 "미국 측 시차에 맞추다 보니 이번 경기가 모두 늦게 시작"한다며 "유럽에서 선수들이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도 시차로 애를 먹었습니다. 한 분이라도 더 오실 수 있는데 너무 아쉽네요"라고 토로했다.

평창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하기를 꿈꾸고 있다. 귀화선수를 통해 접목한 기술과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통해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디딜 수 있다면, 바이애슬론 계는 평창 금메달보다 훨씬 더 값진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바이애슬론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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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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