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퇴출' 러 선수 39명 판결 발표 매튜 리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 마련된 평창동계올림픽 메인프로스센터(MPC)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이 박탈된 러시아 선수 39명에 대한 판결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올림픽 퇴출' 러 선수 39명 판결 발표 매튜 리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 마련된 평창동계올림픽 메인프로스센터(MPC)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이 박탈된 러시아 선수 39명에 대한 판결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매튜 리브 CAS 사무총장은 지난 1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항소를 제기한 러시아 선수 39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28명은 반도핑 규정을 위반했다는 증거가 부족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를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CAS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확실한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CAS는 "IOC가 대체로 정황 증거만을 토대로 징계를 내렸고, 채취한 샘플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거나 선수가 직접 도핑 사실을 시인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28명의 선수를 종목별로 살펴보면 봅슬레이 4명, 스켈레톤 5명, 크로스컨트리 8명, 스피드스케이팅 4명, 아이스하키 5명 등이다.

또한 CAS는 28명 이외에 남은 11명 선수들에 대한 징계도 완화됐다. 당초 IOC는 평생동안 올림픽 출전을 불하하는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CAS는 "평창 동계올림픽에만 출전을 금지한다"고 수위를 낮췄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IOC로부터 평창행 불허 처분을 받았다. 2011~2015년 국가적으로 선수에게 도핑을 조작한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 러시아는 자국에서 열렸던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빙상종목과 설상종목을 가리지 않고 상당수의 대표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 하는 등 치밀한 작전을 통해 불이익을 취했다. 결국 IOC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40명이 훌쩍 넘는 선수들에게 메달 박탈이나 앞으로 있을 올림픽에 전면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 중 39명의 선수들이 CAS에 항소를 제기했고 결국 CAS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IOC와 대립각이 형성된 것이다. CAS는 이번 러시아 선수들의 항소를 받아들인 것은 '증거 불충분'의 이미이지 '무혐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CAS의 이 같이 발표하자 관련기관인 IOC와 WADA, 러시아 등은 제각기 입장을 발표하고 나서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IOC, 정면반박... WADA까지 나서

IOC는 CAS의 결정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IOC는 CAS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우선 39명 선수 중 11명이 도핑 규정을 위반했다고 인정한 것은 소치 대회에서 러시아가 도핑 조작을 체계적으로 한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며 러시아는 분명 혐의가 있다고 맞대응했다.

그러면서 IOC는 "CAS 패널들이 인정한 28명의 선수들에 대해서는 존재하는 도핑 조작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기존보다 높은 증거를 요구했다"며 CAS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IOC는 "이번 결정이 도핑과 전쟁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IOC는 CAS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스위스 연방법원에 상고할 계획까지 세우면서 양측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번 러시아 도핑스캔들을 파헤친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역시 CAS의 결정을 비난했다. WADA는 성명을 통해 "이번 (CAS의) 결정이 다른 선수들 사이에서 좌절과 실망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위스 연방법원에 항고 하는 등 대응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겠다고 밝힌 입장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WADA는 캐나다 법학 교수 리처드 멕라렌이 이끄는 독립위원회를 설립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직전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파문을 전 세계에 폭로했다.

또한 WADA는 평창 대회에서 사용할 도핑 소변 샘플과 관련해 조사 끝에 2016 리우 하계올림픽 때와 동일한 용기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WADA는 독일의 한 실험실로부터 평창을 앞두고 새로 개발한 도핑 소변 용기가 병이 얼은 상태에서 수동으로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후 조사에 들어갔다.

본래 WADA의 샘플 병은 한 번 잠근 후에는 WADA만의 특수 기구로 열 수 있다. 그런데 2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 관련자들이 이 기구 없이 병을 열어 샘플을 바꿔치기를 했다는 사실이 나온 후 허점이 드러났다. 이후 WADA는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용기를 준비했는데 평창을 앞두고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결국 WADA는 마지막 대안으로 2016년 하계 올림픽 때 사용됐던 2016년 버전의 도핑검사 키트를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해프닝이 마무리 됐다.

당당해진 러시아, 추가선수 요구... 안현수는 어떻게 되나

CAS의 결정이 내려지자 러시아는 당당해진 태도로 IOC에 추가선수를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2일(한국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뉴스 등 매체는 스타니슬라프 포즈드냐코프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ROC) 부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자국의 입장을 보도했다. 포즈드냐코프 부위원장은 "도핑과 관련해 징계 무효 처분을 받은 러시아 선수 (28명 중) 15명에게 2일까지 평창올림픽 초청장을 보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28명 선수의 소치 동계올림픽 메달이 반환됐다"면서 "IOC는 이제 우리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강하게 압박했다.

포즈냐코프 부위원장이 말한 15명 선수 중에는 20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켈레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와 크로스컨트리 스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알렉산더 레그코프도 포함됐다. 이중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썰매 사상 첫 메달을 노리는 윤성빈(24·강원도청)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IOC가 CAS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징계가 해제된 28명의 선수가 자동으로 평창 대회 출전을 초청받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평창을 코앞에 두고 도핑 파문에 휩싸였던 빅토르 안(안현수)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의 선수들의 징계가 일부 해제되면서 빅토르 안이 다시 출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하지만 빅토르 안은 평창 참가는 사실상 막혔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징계 해제가 풀린 선수들은 지난해 12월 이전에 IOC로부터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이고, 빅토르 안은 그보다 훨씬 지난 시점이었던 지난달 중순에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재 징계가 풀린 선수와 빅토르 안이 처분을 받은 시점이 전혀 다르고 또한 빅토르 안은 대회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해 CAS에 제소를 하지도 못했다.

* 러시아 도핑 스캔들 처분 흐름
2017년 12월 이전: IOC 소치 동계올림픽 참가했던 러시아 선수들 심리 진행 후 징계 (40명 이상 징계 처분, 메달 박탈 또는 평생 동안 올림픽 출전 금지)
2017년 12월: IOC, 러시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불허 (도핑 검사 통과한 개인자격으로만 참가 가능) → 징계받은 러시아 선수들 CAS에 제소 신청
2017년 1월: 빅토르 안 도핑 스캔들에 휘말려 올림픽 출전 좌절 (앞 선수들보다 훨씬 늦은 시점에 발표, 시간 촉박해 CAS 제소 못함)
2017년 2월 1일: CAS 발표 (제소한 러시아 선수 39명 중 28명 징계 해제) → IOC, WADA 등 반발, 러시아는 28명 선수 중 15명 평창 참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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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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