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토토가3-H.O.T>로 17년만에 컴백하는 H.O.T

MBC <토토가3-H.O.T>로 17년만에 컴백하는 H.O.T ⓒ SM엔터테인먼트


컴백설만 난무했던 H.O.T.가 결국 MBC <무한도전>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토토가3-H.O.T.>를 통해 복귀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인 만큼, H.O.T.의 컴백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H.O.T. 컴백을 반가워하는 여론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너무 늦은 복귀임을 거론하며 그들의 재결합을 좋게만 보지 않는 의견도 종종 보인다.

H.O.T. 컴백을 앞두고 H.O.T.가 어떤 그룹이었는지 잠깐 짚고 넘어갈 필요성이 있겠다. 1996년 9월 '전사들의 후예'로 데뷔한 H.O.T.의 그룹명은 'High-five Of Teenagers(십대들의 승리)'의 준말이다. 십대들에 의한, 십대들을 위한 그룹. 'We Hate All Kinds of Violence(우리는 모든 종류의 폭력을 증오한다)'라는 예사롭지 않은 데뷔 앨범 명을 들고 나타난 다섯 명의 십대 소년 전사들은 1집 앨범 타이틀곡이자 학교 폭력 세태를 다룬 '전사의 후예'를 시작으로 '늑대와 양', '열맞춰' 등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강렬한 퍼포먼스를 연이어 내놓았다. 4집 앨범 타이틀곡인 '아이야(I yah!)'는 1999년 일어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사고에서 모티브를 얻었을 정도다.

학교 폭력에 저항하는 전사의 이미지로 가요계에 등장했지만, H.O.T.를 일약 국민 아이돌으로 등극하게 만든 것은 '전사의 후예' 후속곡 'Candy(캔디)'였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H.O.T.하면 '캔디'를 떠올릴 정도로, '캔디'는 H.O.T.가 발표한 노래들 중 가장 대중성있고 친숙한 곡이다. 이 당시 '캔디'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느냐면, H.O.T. 멤버들이 무대에서 쓰고 나온 장갑, 모자, 귀마개 등은 없어서 못 팔 정도 였다. 아마 이맘때 학창시절을 보낸 소녀팬들이라면 일명 '캔디 패션'을 하나 이상은 사지 않았을까 싶다.

'캔디'의 대성공 이후, H.O.T.의 활동 전략은 강렬한 퍼포먼스를 앞세운 타이틀곡과 '캔디'처럼 밝고 귀여운 분위기의 후속곡 체제였다. H.O.T.가 활동할 당시에는 음반 시대였기 때문에 방송에서 선보인 타이틀곡과 후속곡 외에도 앨범에 수록된 많은 곡이 팬들의 사랑을 골고루 받았다. 새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등 H.O.T.가 가요계에 미친 파급력은 지금도 쉽게 가늠되지 않을 정도다. 오죽하면 <무한도전>이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시리즈를 준비할 때마다 섭외에 공을 들였겠는가.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 문제는 시간

 MBC <토토가3-H.O.T>를 통해 17년만에 컴백하는 H.O.T

MBC <토토가3-H.O.T>를 통해 17년만에 컴백하는 H.O.T ⓒ SM엔터테인먼트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H.O.T.였기에, 그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만으로도 인터넷이 들썩거리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오랜 시간 뜸을 들인 것 같다. <무한도전>은 2014년 말 토토가를 처음 준비할 때부터 H.O.T.를 찾아갔고, 그 뒤로도 꾸준히 H.O.T. 재결합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특히 데뷔 20주년을 맞았던 지난 2016년에는 완전체 'H.O.T.' 멤버들이 기념 공연을 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결국 소문으로만 끝났다.

아주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H.O.T. 컴백은 분명 과거 H.O.T를 기억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2001년 그룹 해체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H.O.T. 멤버들에게서 돌아섰던 팬들도 다시 H.O.T.와 함께했던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 것이다. 추억의 힘이란 그런 것이니 말이다.

<토토가3-H.O.T.>를 통한 컴백이 단지 방송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향후 완전체 활동을 위한 포석이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르게 다가올 듯하다. 만약 <토토가3-H.O.T.>가 단발성 공연이 아닌, 향후 그룹 활동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면 H.O.T.보다 앞서 <무한도전-토토가2>를 통해 성공적으로 컴백한 젝스키스를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한도전-토토가2> 덕분에 다시 만난 젝스키스는 YG엔터테인먼트와 매니저먼트 및 음반 발매 계약 체결 후 꾸준히 신보를 발매하는 등 현역 아이돌로 왕성히 활동 중이다. 어느덧 불혹을 넘기거나 가까워지고 있는 젝스키스 멤버들이지만, YG엔터테인먼트의 체계적인 관리와 멤버들의 노력 덕분에 최근 데뷔한 아이돌 못지않은 외모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자랑하고 있다. 

 MBC <토토가3-H.O.T>로 17년만에 컴백하는 H.O.T

MBC <토토가3-H.O.T>로 17년만에 컴백하는 H.O.T ⓒ SM엔터테인먼트


젝스키스가 이랬으니, H.O.T.도 젝스키스의 길을 그대로 밟으라는 말이 아니다. H.O.T. 멤버들은 젝스키스와 상관없이 H.O.T.가 가고 싶은 길을 가면 된다. 다만 H.O.T. 컴백이 기대되면서도 우려되는 지점은, 다시 하나로 뭉치기까지 많은 시간이 허비되었다는 것이다. 젝스키스가 재결합 이후 가요계에 쉽게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YG의 기획력과 여전히 젝스키스를 잊지 않고 기다려 준 팬들의 힘 덕분이지만, 타이밍도 무시할 수 없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로 시작하여 <무한도전-토토가>로 점화된 복고 열풍과 옛 가수 소환 흐름 속에서 젝스키스는 다시 대중들 앞에 섰고 팬들과 대중들의 큰 환호와 응원을 받을 수 있었다.

앞서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토가3-H.O.T.>는 분명 잘 될 것이다. 한때 그들을 미치도록 열렬히 사랑했던 소녀팬들의 가슴에 살아있는 신화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팬들이 그렇게나 염원하던 데뷔 20주년이라는 골든 타임을 놓쳐버렸고, 그 사이 문희준은 2016년 열린 연말 20주년 콘서트와 이듬해 결혼 과정에서 오랫동안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던 팬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한때 H.O.T를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최근 문희준을 둘러싼 논란들을 두고 개인적으로 할 말은 많지만, 일단은 <토토가3-H.O.T.>를 보고 난 뒤 꺼내놓기로 했다. 멤버 각각은 여러모로 애증의 대상이지만, 그럼에도 <토토가3-H.O.T>에서 예정된 재결합 무대가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고, 원하는 것도 딱 그뿐. 이후에도 젝스키스처럼 활동을 이어나갈 것인지, 아님 단발성 이벤트로 끝날지는 앞으로의 일이다. 아직 <토토가3-H.O.T.> 무대도 열리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H.O.T. 재결합을 앞두고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과거 H.O.T. 팬들과 대중들은 열린 마음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선 다섯 명의 전사들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낼 수 있을까. 17년 만에 팬들 앞에 서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는 H.O.T..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선 팬들의 응원과 기대일 것이다. 

H.O.T 토토가 젝스키스 아이돌 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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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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