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틀리프 '내가 돌아왔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SK 대 서울 삼성 경기. 부상에서 복귀한 삼성의 리카드로 라틀리프가 골밑슛을 넣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SK 대 서울 삼성 경기. 부상에서 복귀한 삼성의 리카드로 라틀리프가 골밑슛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 성공한 귀화 선수 라건아(리카르도 라틀리프)의 행보에 농구 팬들의 관심이 높다. 현역 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던 라건아는 정식 한국인 선수가 되면서 앞으로 한국 리그에서 장기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이제부터 그가 달성하는 모든 기록들도 엄연한 국내 선수의 기록으로 평가받게 된다.

라건아는 기록의 사나이다. 25일 현재 라건아는 2016-2017시즌부터 이어져오는 더블-더블(득점-리바운드) 기록을 현재 57경기 연속까지 늘렸다. 2위가 로드 벤슨(원주 DB)의 32경기 연속으로 이미 지난 시즌에 마감된 기록이다. 라건아는 지난 24일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28점 16리바운드를 추가하며 KBL 역대 8번째로 3000리바운드(현 3009개)를 달성하는 기쁨을 맛봤다. KBL 역대 통산 리바운드 1위는 은퇴한 서장훈의 5235개다. 라건아의 기록은 현역 선수들 가운데는 김주성, 로드 벤슨(이상 DB), 애런 헤인즈(SK)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국민 센터' 서장훈 기록에 도전하는 라건아

라건아는 올해까지 KBL에서 6시즌째 뛰며 벌써 3000리바운드를 돌파했다. 경기당 평균으로 환산하면 10.3리바운드다. 최근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기록중이다. 서장훈은 16시즌간 688경기에서 평균 7.6리바운드를 걷어냈다.

라건아는 1989년생으로 아직 젊은 편인 데다 기량도 본격적인 전성기에 돌입한 시점이다. 비록 올 시즌에는 부상으로 14경기를 결장했지만 2012-2013시즌 KBL 데뷔 이후 5년간 라건아가 결장한 정규 시즌 경기는 단 한 번에 불과할 정도로 '금강불괴' 수준의 내구성을 자랑했다. 현재와 같은 기세를 이어간다고 했을 때 앞으로 4~5년 정도면 라건아가 충분히 서장훈의 기록을 넘어서 역대 1위에 도전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또한 라건아는 KBL 통산 5340점으로 역대 2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득점 부문 통산 기록도 서장훈이 보유한 1만3231점(경기당 평균 19.23점)이다. 라건아는 통산 평균 18.29점을 기록 중이며 올 시즌에는 평균 23.57점(2위)를 기록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주전급 선수로 성장한 2014-2015시즌부터 올해까지 4시즌 연속 20득점-10리바운드 이상을 달성 중이다. 그간 국내 선수로서 20-10를 달성한 선수는 서장훈이 유일하며 무려 4회나 기록한 바 있다.

득점 부문은 서장훈의 기록을 따라잡기가 쉽지는 않다. 라건아가 앞으로 평균 20점 정도를 꾸준히 기록한다고 해도 서장훈의 기록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8시즌 정도를 더 활약해야한다. 30대 후반까지 매시즌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나 노쇠화로 인한 기록 하락 없이 득점을 쌓아가야 이룰 수 있는 업적이기에 더욱 어려운 목표다. 하지만 적어도 현 시대에 서장훈의 기록에 근접할만한 후보는 라건아가 사실상 유일하기에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국가대표팀 합류, 국제 무대에서 활약이 관건

라건아에게 거는 또 다른 기대는 역시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이다. 남자농구대표팀은 라건아의 합류로 인한 전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은 '2019 FIBA 농구월드컵' 예선전을 치르고 있다. 중국-뉴질랜드 등 강호들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쳐야하는 대표팀으로서는 라건아가 정통 센터로서 골밑에서 힘을 보태주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대표팀의 골밑은 오세근, 김종규, 이종현, 이승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마다 장단점과 스타일이 다른 네 명의 빅맨에 라건아가 합류해도 충분히 조화를 이룰 수 있어 보인다. 골밑 장악력이 뛰어난 라건아가 가세하면 2대 2플레이에서의 다양한 찬스 파생은 물론이고 수비 리바운드 장악에 이은 속공플레이도 좀 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관건은 역시 라건아가 아시아의 강호들을 상대로도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한국 농구는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평균 신장이 높거나 확실한 장신의 정통센터를 지닌 팀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메드 하다디, 야오밍, 이첸렌 등을 앞세운 이란과 중국은 특히 한국 농구의 대표적인 천적이었다.

199cm의 라건아는 빅맨으로서 큰 신장은 아니다. 장신 선수가 많지 않은 KBL에서는 라건아의 신장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언더사이즈 빅맨에 가깝다. 라건아는 신장을 뛰어넘는 파워와 탄력을 갖췄지만 자신보다 크고 터프한 장신숲에 둘러싸여서도 국내 무대에서만큼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대표팀의 귀화선수 활용법은

역대 대표팀의 귀화선수 활용 사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정 귀화선수 위주로 지나치게 의존했던 팀들은 국제무대에서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한국보다 앞서 NBA급 경력의 귀화선수를 영입하며 반짝 화제를 모았던 필리핀이나 중동국가들이 우승권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 좋은 예다.

대표팀에서 귀화선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재미를 봤던 유재학 감독의 경우, 문태종이나 이승준 같은 선수들의 출전시간과 팀내 비중을 철저히 조율하면서 수비와 팀플레이에서의 약점을 상쇄하는 것으로 전력을 극대화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현 농구대표팀도 라건아가 합류하기 전 조직적인 모션 오펜스와 3점슛을 활용한 농구도 좋은 성과를 보여줬다. 라건아가 가세했다고 해서 팀의 중심을 그에게만 맞추다보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수도 있다.

라건아는 이미 귀화 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 합류하는 것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친 바 있다. 전술 이해도가 빠르고 성실한 데다 수년간 KBL리그를 통하여 한국 농구에 대한 적응이 끝난 만큼 기존 대표선수들과의 호흡 면에서도 빠른 적응이 기대되고 있다. 라건아는 다음 달 23일과 26일 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홍콩, 뉴질랜드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 데뷔 무대를 가질 전망이다. 라건아가 귀화 선수라는 화제성을 넘어 한국농구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개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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