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시절의 이병규

LG 시절의 이병규 ⓒ LG 트윈스


이병규는 롯데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롯데 자이언츠는 2차 드래프트에서 이병규의 이름을 호명했다. 이병규는 2006년 LG 트윈스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이래 단 한 번도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어본 적이 없는 'LG맨'이었다. 탁월한 타격 재능으로 팬들의 기대를 받았지만 부상으로 매 시즌마다 부침을 겪으며 부진과 활약을 반복했다. 결국 이병규는 LG에서 2186타석 56홈런 291타점 타율/출루율/장타율 0.281/0.392/0.440을 남긴 채 12년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게 됐다.

이병규는 좌투좌타 강견의 외야수로, 키는 크지 않지만 강한 손목 힘을 바탕으로 준수한 파워를 갖춘 타자다. 통산 타율 0.281에서 보듯 공을 맞히는 능력도 나쁘지 않고, 선구안이 뛰어나 나쁜 볼을 잘 골라내는 능력도 있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를 제외하면 타격에서 딱히 부족한 점을 찾기가 힘들다. 수비에서는 좌익수로서 평균 정도의 수비력을 갖췄으며 송구 역시 훌륭하다. 그러나 1루수 수비는 불합격 수준이다.

그러나 단점 역시 장점만큼이나 뚜렷하다. 먼저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커리어 내내 발목을 잡았다. 이병규는 양 무릎 모두 십자인대 부상을 겪었다. 특히 왼 무릎의 경우 십자인대 파열로 군 면제까지 받았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또한 굳이 무릎이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부상이 잦아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드물다. 커리어하이인 2014년을 제외하면 규정타석을 채워본 해가 없고, 300타석을 넘긴 시즌도 두 번 정도에 불과하다. 11년 동안 기록한 통산 타석은 고작 2186타석으로 튼튼한 타자가 4년이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숫자다.

또 지나치게 신중한 성격과 태도도 양날의 검처럼 작용했다. 이병규는 자신만의 확고한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고 그 존에 들어오는 공만 때리는 유형의 타자다. 이에 따라 볼넷도 상당히 많지만 루킹 삼진 역시 매우 많다. 실제로 그의 BB/K(볼넷 나누기 삼진)은 0.64로 이름난 배드볼히터 동명이인 이병규(9번)과 별반 다르지 않다(0.63). 삼진률 역시 22%로 전체 13위. 김상현, 가르시아 등 '선풍기' 유형의 슬러거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2014년 한 시즌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고 말았다. 새로 팀을 옮긴 롯데에서 이병규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다섯 명 정도 뿐이다. 이제는 엄연히 노장 대열에 들어가게 됐다.

그렇다면 '노장' 이병규는 롯데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될까. 이병규는 좌익수와 1루수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일단 외야에는 손아섭, 전준우, 민병헌이 버티고 있는 만큼 이병규의 자리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세 선수는 이병규보다 최소 3~5세 어린 편으로, 수비에서 강점이 없는 이병규가 세 선수를 제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문호 등과 함께 백업 외야수 자리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1루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부동의 거포 이대호가 올해에도 1루를 지킬 전망이다. 물론 이대호가 이병규보다 한 살 더 많기는 하지만 큰 차이라 볼 수 없다. 타격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수비에서조차 이대호가 안정적이다. 결정적으로 이병규 본인이 1루 수비에 나섰을 때 무릎 부상이 악화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다행히도 1루 경쟁자들의 성장이 미진하지만, 개인 일신상의 문제로 1루수가 외야수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남은 것은 지명타자 한 자리다. 다행히도 지명타자 자리는 특별한 적임자가 없다. 지난 시즌 최준석이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했으나 FA 자격을 취득하면서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 프런트 역시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최준석의 앞길을 열어줬다. 또 최준석이 잔류하더라도 자리를 다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우타자인 최준석이 최근 우완 투수에게 고전하면서좌타자 이병규가 파고들 틈이 생겼다. 이병규는 최근 4년 간 우완을 상대로 타율 0.296 OPS 0.883 24홈런을 기록하는 등 플래툰 요원으로서의 경쟁력을 과시한 바 있다.

종합적으로 이병규의 자리는 풀타임 지명타자, 백업 외야수, 대타 플래툰 요원 정도로 압축된다. 일명 '탈잠실 효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그간 이병규가 홈으로 쓴 잠실구장은 국내 최고의 투수 친화 구장으로, 많은 타자들에게 좌절을 심어준 구장이다. 이병규 역시 최근 4년 동안 홈에서 552타석 0.262/0.400/0.362 4홈런 65타점으로 고전했다. 반면 원정에서는 573타석 0.286/0.385/0.544 31홈런 102타점의 우수한 성적을 보여줬다. 부진에서 벗어나 본연의 타격 실력을 보여준다면 성적 상승을 기대하기에 무리가 없다.

이병규는 1983년생으로 올해로 한국나이 36세가 된다. 백업 외야수로서는 많은 나이지만 지명타자로서는 3년도 거뜬한 나이다. 미처 다 피지 못한 이병규의 재능꽃은 롯데에서 마지막 불꽃으로 만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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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5기 박윤규
이병규 작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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