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미국대표로 출전하게된 브레디 테넬(가운데), 미라이 나가수(왼쪽), 카렌 첸(오른쪽)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미국대표로 출전하게된 브레디 테넬(가운데), 미라이 나가수(왼쪽), 카렌 첸(오른쪽) ⓒ 국제피겨연맹


미국 피겨연맹이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피겨 대표로 브레디 테넬, 미라이 나가수, 카렌 첸으로 결정했다.

미국 피겨연맹은 6일 평창에 출전할 대표를 선발하는 2018 전미선수권 대회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종료된 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올림픽에 나설 여자싱글 선수 3명을 발표했다. 그 결과 전미선수권에서 1~3위를 차지한 브레디 테넬, 미라이 나가수, 카렌 첸으로 결정됐다.

브레디 테넬은 이번 시즌 시니어로 올라와 미국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신데렐라' 같은 존재다. 지난해 주니어 세계선수권 7위를 기록했고 한 동안 꽤 긴 무명 생활을 거쳤다. 시니어로 데뷔한 후 지난해 11월 자국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미국 여자선수로는 세 번째로 200점대를 돌파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또한 쇼트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한국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OST를 사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평창을 앞두고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브레디는 결국 전미선수권에서도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브레디는 총점 219.51점으로 평창행을 확정했다.

2위는 2010 밴쿠버올림픽 4위에 올랐던 미라이 나가수였다. 나가수는 올 시즌 트리플악셀을 승부수로 던지고 있다. 어느덧 피겨선수로는 노장의 나이에 접어든 그였지만 뒤늦게 트리플악셀이라는 고난이도 점프를 해내고 있어 큰 주목을 받았다. 밴쿠버 올림픽 당시 4위에 올라 미국피겨의 희망으로 떠오른 그는 소치를 앞두고는 기량이 크게 떨어졌다. 당시 전미선수권 대회에서 애슐리 와그너를 제치고 3위에 올랐지만, 결국 연맹은 그의 손이 아닌 와그너를 들어주면서 두 번째 올림픽이 좌절됐다.

하지만 소치 이후 절치부심 끝에 다시 일어선 그는 지난해 강릉 4대륙선수권 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리고 올 시즌 그랑프리 1차에서 9위, 4차에서 4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밴쿠버와 소치에 이어 세 번째 도전에 나선 나가수는 결국 다시 한번 올림픽에 설 기회를 맞았다.

3위의 카렌 첸은 미국의 대표 신예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점프에서 고질적인 회전수 부족 판정으로 항상 기술점수에서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4위에 오르며 미국의 기대를 받기 시작했다.

카렌 첸은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차례나 회전수 부족 판정에 트리플살코 점프에서는 넘어지면서 기술점수가 낮았다. 그러나 구성점수에서 후하게 받았고, 결국 마지막 한 장의 자리를 놓고 미국은 와그너가 아닌 첸을 택했다.

 애슐리 와그너

애슐리 와그너 ⓒ 박영진


한편 오랜기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침체기였던 미국 여자피겨를 이끌어 왔던 애슐리 와그너는 결국 두 번째 올림픽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 애슐리는 지난 2016년 세계선수권에서 미국에 10년만에 세계선수권 메달을 안겨준 주인공이었다. 2014 소치 올림픽에서는 단체전 동메달, 개인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획득한 직후부터 애슐리의 기량은 정점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모양새였다. 올 시즌 그랑프리에서도 2차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했지만, 자국에서 열린 6차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 연기 도중 발목 부상 통증을 호소하며 결국 기권하고 말았다.

평창에 오기 위해 마지막 승부처였던 이번 전미선수권에서 와그너는 아쉽게 대회를 마쳤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아 5위로 밀려났다. 이튿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올 시즌 프로그램으로 준비했던 '라라랜드'를 뒤늦게 실전무대에서 선보였다. 그런데 중반부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마지막 점프였던 트리플살코를 1회전으로 처리하는 큰 실수가 나왔다. 하지만 그의 새 프로그램에 많은 관중이 열광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올림픽까지는 딱 한 걸음이 부족했다. 3위였던 카렌 첸에 2점이 부족했다.

미국 여자피겨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후 줄곧 침체기와 하향세를 겪었다. 정상급의 대부분 선수들이 점프에서 에지문제나 회전수 부족 등의 지적을 받으면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흠이 많았다. '피겨여왕' 김연아(27)를 비롯해 아시아 선수들이 주도권을 잡은 데 이어 소치 이후로는 러시아 선수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 독주를 펼치고 있다. 캐나다는 케이틀린 오스먼드, 일본은 미야하라 사토코 등을 앞세워 맹추격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과연 평창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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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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