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웨아의 라이베리아 대선 승리 소식을 전하는 CNN 기사.

조지 웨아의 라이베리아 대선 승리 소식을 전하는 CNN 기사. ⓒ CNN 누리집 갈무리


라이베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전직 축구선수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시행된 라이베리아 대통령 선거(개표율 98.1%)에서 민주변화회의 소속으로 출마한 야당 후보 조지 웨아(51)가 승리했다. 조지 웨아는 61.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38.5%에 그친 통합당 소속의 여당 후보 조셉 보이카이 현 부통령에 승리를 거뒀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라이베리아는 인구 470만 명의 세계 최빈국으로, 각종 질병(에볼라 바이러스)과 경제난은 물론이고 장기 독재, 쿠데타 등 불안한 정치 상황으로 오랜 세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시달려왔다.  

외신들은 "빈곤 퇴치와 교육 강화, 민주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웨아 후보의 당선 소식에 라이베리아의 많은 지지자들이 거리에 나와 환호했다"라며 "웨아 후보가 지지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웨아는 이탈리아 세리에A를 비롯한 유럽 프로축구 리그에서 뛴 세계적인 축구선수 출신으로 지난 1995년엔 FIFA(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올해의 유럽 축구 선수상)를 동시에 석권했다.

2003년 현역 은퇴 후 대중적인 인기를 앞세워 정치판에 뛰어든 웨아는 2005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경쟁후보 설리프 현 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웨아는 내달부터 설리프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이양 받아 대통령직(6년 임기)을 수행하게 된다.

가난했던 골잡이, 라이베리아 국민의 대표가 되다

1966년 10월 1일 라이베리아의 빈민가 클라라 타운에서 태어난 웨아는 어린 시절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축구를 즐기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조부모의 손길에서 자란 그는 15세이던 1981년 지역 축구 클럽(영서바이버스 클래리턴)에 입단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축구선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이듬해 자국 리그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1986년 '라이베리아 명문' 인빈시블 일레븐으로 이적해 24골(23경기)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선보이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그를 지켜보던 스카우트의 제안을 받아 카메룬 리그로 이적했다.

그의 인생은 22세 때 프랑스 르 샹피오나(1부리그) AS모나코에 발탁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 AS모나코의 감독이었던 아르센 벵거 감독(현 아스널 감독)이 아프리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웨아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천금 같은 제안을 받은 웨아는 곧바로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프리카 무대에서 프로 선수로 활약했음에도 눈에 띄는 소득을 거두지 못했던 웨아는 입단 초기까지 벵거 감독에게 직접 용돈을 타 쓰는 등 녹록치 않은 프랑스 생활을 시작했다.

벵거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곧바로 주전 공격수로 투입된 웨아는 프랑스 무대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냈다. AS모나코 유니폼을 입고 뛴 4시즌 동안 47골(102경기)을 기록하며 쿠프 드 프랑스(FA컵) 우승, UEFA 위너스컵 준우승을 이끌며 스승의 은혜에 보답했다.

입단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웨아의 기량에 의심하던 이들도 웨아를 리그 최고 스타로 인정했고, 웨아는 1992년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 생제르맹에 입단해 3시즌 동안 32골(96경기)을 몰아치며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나갔다.

프랑스 무대를 제패한 웨아의 시선은 당시 최고 리그였던 이탈리아 세리에A로 향했다. 1995년 여름,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부름을 받고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에 입단한 웨아는 로베르토 바조(이탈리아)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5시즌 동안 46골(114경기)을 기록하며 리그 2회 우승을 이끌었고, 1995년엔 아프리카 출신 최초로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영예까지 맛봤다. 

이후 첼시, 맨체스터 시티(이상 잉글랜드),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프랑스) 등을 거치다가 2003년 알자지라 클럽(아랍에미리트)에서 은퇴했다.

유럽 무대에서 7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웨아는 라이베리아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단 한 번의 우승컵도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A매치에서 22골(60경기)을 기록하며 자국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가난한 축구선수에서 '세계축구의 별'로 떠오른 웨아는 현역시절부터 조국 라이베리아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기금을 설립하고, 유니세프 대사로 활동하는 등 남다른 조국 사랑을 보이며 전 세계 축구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이제 스포츠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된 그가 라이베리아의 또 다른 희망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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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베리아 조지웨아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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