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자존심' 손흥민(토트넘)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한국시간) 오전 2시 30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번리와 원정경기에서 시즌 9호골 도전에 나선다. 프리미어리그 시즌의 최대 고비라는 '박싱데이'(Boxing Day) 일정의 시작이다.

프리미어리그는 시즌 중 12월 일정이 가장 혹독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보통 독일이나 스페인 같은 다른 유럽리그의 경우 겨울 휴식기를 따로 두거나 최소한 크리스마스 전후만이라도 연휴를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기존의 주말 경기에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박싱데이)에도 리그 경기를 치르는 전통이 있다. 휴식기도 없이 사실상 2~3일 단위로 경기가 이어지는 혹독한 강행군이다 보니 변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손흥민은 박싱데이 기간에 좋은 기억이 많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첫해인 2015년 12월 29일 프리미어리그 왓포드와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44분에 극적인 결승 골을 터뜨린 데 이어, 지난해도 같은날인 12월 29일에서 사우샘프턴과의 원정경기에 출전하여 후반 막판 쐐기 골을 기록한 바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이 지난 13일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뉴캐슬과 개막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관중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은 수술을 받은 오른손에 흰색 붕대를 감은 모습. 2017.8.14 [토트넘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이 지난 8월 13일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뉴캐슬과 개막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관중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은 수술을 받은 오른손에 흰색 붕대를 감은 모습. ⓒ 연합뉴스


손흥민은 최근 쾌조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손흥민은 12월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4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경기까지 포함하면 무려 4골 1도움이다.

손흥민은 2016-17시즌이던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두 번이나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9월에는 3경기 4골 1도움, 4월에는 6경기 5골 1도움을 기록했다. 현재 손흥민의 최대 경쟁자는 맨체스터 시티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다비드 실바(12월 4골)다. 12월 2경기를 남겨 놓은 손흥민이 만일 두 골 이상을 기록한다면 충분히 수상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최근 기세 좋은 손흥민, 신태용 감독도 번리전 관전 예정

최근 손흥민의 활약상은 지난해에 뒤지지 않는다. 12월 3일 리그 왓포드전부터 7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포엘전, 9일 리그 스토크시티전, 14일 리그 브라이턴전까지 4경기 연속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금의 기세라면 21골로 역대 한국인 아시아 유럽파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수립했던 지난 시즌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

좌우 양발은 물론이고 헤딩까지 득점 패턴이 다양해졌고, 최전방과 측면 2선 등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골을 터뜨린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또한 득점 유무에 따라 경기력의 기복이 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골이 없는 경기에서도 적극적인 돌파와 연계플레이로 경기에 기여하는 영향력이 늘었다는 평가다.

변수는 체력이다. 사실 손흥민은 그동안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았다. 11월 이후에만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일정,  국가대표팀의 A매치 일정을 오가며 총 14경기나 출전했다. 거의 3~4일 간격으로 실전 경기가 이어진 데다 국가대표팀 소집을 위하여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장거리 이동의 피로누적까지 감안해야 한다. 그만큼 손흥민이 토트넘과 국가대표팀에서 모두 없어서는 안될 핵심적인 선수로 인정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혹사의 후유증으로 체력 저하와 부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행히 손흥민은 17일 맨시티전 이후 일주일가량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보충했다. 12월에 열린 동아시안컵은 국내파 선수들 위주로 치러지며 오랜만에 대표팀 차출도 없었다. 손흥민으로서는 박싱데이 일정을 앞두고 약 두 달 만에 얻은 귀중한 재충전의 기회였다. 다음 경기인 번리전은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도 현장에서 관전할 예정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토트넘 입장에서도 이겨야 하는 경기, '손세이셔널' 골 맛 볼까

'시즌 4호골' 터뜨리는 손흥민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오른쪽)이 골을 넣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31분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이다.

▲ '시즌 4호골' 터뜨리는 손흥민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오른쪽)이 골을 넣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31분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이다. ⓒ EPA/연합뉴스


소속팀 토트넘에도 이번 박싱데이 일정은 매우 중요하다. 토트넘은 24일 번리전에 이어 26일 사우샘프턴전을 끝으로 2017년 일정을 마무리한다. 지난 17일 맨시티전에서 1-4로 참패하며 떨어진 사기를 회복하고 순위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16강 진출)에서의 순항과 달리 리그에서는 다소 고전하고 있다. 23일 현재 토트넘(9승 4무 5패, 승점 31점)로 7위에 머물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 리버풀(승점 34)과의 격차는 아직 크지 않지만 지난 시즌 준우승까지 기록한 토트넘으로서는 만족할수 없는 성적이다.

공교롭게도 번리는 올 시즌 9승 5무 4패(승점 32점)로 토트넘보다 한계단높은 6위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시즌 16위로 간신히 1부리그에 잔류했던 번리는 올시즌에는 눈부신 선전으로 돌풍의 중심에 있다. 리그 18경기에서 단 12실점만을 내준 견고한 수비력은 리그 1,2위 맨시티-맨유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최소실점 공동 선두다. 손흥민은 지난 4월 1일 번리와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28분에 교체 투입돼 골맛을 봤던 좋은 기억이 있다.

어느덧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손흥민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올시즌 한국축구의 부침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던 축구팬들에게도 큰 위안이 되고 있다. 손흥민이 2017년을 마무리하는 박싱데이 일정에서 다시 득점포를 가동하며 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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